주간동아 646

2008.07.29

천식, 여름이라고 방심하면 큰 탈

  • 입력2008-07-21 17: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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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천식, 여름이라고 방심하면 큰 탈

    천식은 장마철에 증식한 곰팡이나 에어컨 바람을 통해 여름에도 발병할 수 있다.

    천식은 보통 겨울철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그러나 천식 환자에겐 여름도 안전지대가 아니다. 에어컨 바람은 물론, 장마철에 급속도로 증식한 곰팡이가 호흡기를 통해 체내로 들어와 천식 증상을 일으킬 수 있기 때문이다.

    천식의 주원인은 기관지에 생긴 만성 알레르기성 염증이다. 장기간의 염증으로 과민해진 기관지가 감기, 날씨와 온도 변화 등 다양한 자극을 받으면 기도 내경이 좁아져 호흡이나 발성 등에 지장을 받는 ‘기도 협착’ 상태가 된다. 이때 기관지 근육의 수축과 점막 부종, 점액의 점도 및 분비량 증가가 직접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좁아진 기관지를 통해 들숨과 날숨을 쉬다 보니 천명(쌕쌕거리는 소리), 호흡곤란, 기침이 발작적으로 나타나게 된다. 이를 천식의 3대 증상이라고 한다. 기도가 심하게 좁아지면 폐를 통한 산소 공급과 이산화탄소 배출에 장애가 오고 급성 호흡부전을 일으켜, 적절한 응급조치가 따르지 못하면 사망에까지 이를 수 있다.

    천식 증상은 영화 ‘미세스 다웃파이어’의 한 장면을 통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영화 ‘007’로 유명한 배우 피어스 브로스넌이 만찬을 즐기던 중, 음식에 들어 있는 특정 물질로 인해 호흡곤란을 일으킨다. 그는 마치 사레 들린 것처럼 기침을 하는데, 이는 기도 점막에서 다량의 점액이 분비돼 끈적거리는 점액덩어리를 이루고 그 덩어리가 중심 기도를 틀어막아 생기는 현상이다. 이를 본 주인공 로빈 윌리엄스는 적절한 응급처치(일명 하임리히 요법)로 브로스넌의 기도에 걸린 점액덩어리를 배출해냄으로써 그의 목숨을 구한다. 브로스넌의 경우가 바로 특정 물질 알레르기에 의한 기도협착, 즉 천식발작의 전형적인 예다.

    천식, 여름이라고 방심하면 큰 탈

    <b>이호준</b><br>안산 푸른내과 천식클리닉 원장

    그러나 실제 진료실을 찾는 환자들 중에는 기침, 호흡곤란, 천명 등 3대 증상이 다 나타나는 전형적인 천식 증상보다는 단순한 만성 기침이나 미미한 흉부 압박감, 가벼운 운동능력 저하 등 비전형적 천식 증상을 호소하는 경우가 더 많아 진단 시 전문의의 주의가 필요하다.



    기관지 조직검사를 통한 연구에 따르면 증상이 사라져도 기관지 염증은 평생 지속된다고 한다. 따라서 자기도 모르는 사이 지속적인 염증에 의해 기관지 기도가 좁아지며 기도 과민성은 점차 심해진다. 그 결과 증상이 사라진 이후에도 재발하기 쉽고, 재발이 잦을수록 증상이 심해져 치료가 더 어렵게 된다.

    기관지 염증이 지속되면 상처가 반복돼 흉터가 되듯 기관지 자체가 변형되는데, 이를 ‘기관지 개형’이라고 한다. 기관지 개형은 만성적 폐기능 저하는 물론 심각한 심장 합병증까지 불러올 수 있다. 따라서 천식은 증상이 없더라도 기관지에 생긴 만성 염증을 지속적으로 치료하는 게 중요하다. 전문의들이 항염증 흡입제를 꾸준히 사용하도록 강조하는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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