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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의리는 무슨 … 돈이 최고죠”

요즘 조폭 돈 되는 모든 사업 진출 … 합법 가장한 행동으로 법망 피해가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형님, 의리는 무슨 … 돈이 최고죠”

“형님, 의리는 무슨 … 돈이 최고죠”
한국형사정책연구원이 1월29일 발간한 보고서 ‘조직폭력배의 소득원’은 요즘 조직폭력배(이하 조폭)를 단 한 문장으로 설명한다. ‘의리는 멀고 돈은 가깝다.’ 이 보고서에는 조폭 29명의 심층인터뷰가 포함돼 있다. 이들의 목소리를 통해 조폭의 현실을 들여다본다.

건축·부동산·연예 등에도 진출, 마약은 꺼려

“기본적으로 술장사로 고정수입을 만들고, 각자 관심 분야의 사업을 한다. 우리나라에서 하는 사업에 모두 손댄다고 생각하면 된다.”

“유흥업소, 식당, 청과상, 사채, 부동산 컨설팅 등을 한다. 목사가 된 조직원도 있다. 유통업 쪽으로도 많이 진출한다. 유흥업소에 술, 얼음, 과일 등을 납품하는 일이다.”

“(건설업과 관련해) 프리미엄을 먹는 거다. 시행 때 1000만원으로 따면 시공 때 5000만원으로 부풀릴 수 있다. 일이 잘 안 풀릴 때는 애들을 보낸다.”



“건설업 수주는 인맥을 통해 따낸다. 공무원이나 유지에게 로비도 하고 경쟁자에게 협박도 한다.”

“연예지망생을 키우기 위해 방송사 PD들에게 향응을 제공한다. 연예지망생은 주로 유흥업소에서 발굴된다. (자기 딸을) 키워달라며 돈 주고 부탁하는 경우도 있다.”

“가수 ○○○, 배우 △△△은 조직에서 4년 전에 발굴했다. 연예기획사가 전면에 나서고 조직은 뒤에서 자금을 댄다.”

“성인오락실에 1억원을 투자하면 6개월 만에 1억원을 남길 수 있다. 오락실 폐인이 많은 덕분이다. 오락실 기계가 조작돼 있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왜 오는지 모르겠다.”

“신흥조직은 자금 확보를 위해 마약에 손대는 경우가 있다. 반면 큰 조직은 마약에 손대지 않는다. 조직 이미지가 소위 ‘양아치’로 굳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직장인보다 바쁜 조폭의 하루

“새벽 3~8시에는 혼자서 하는 청과물 유통업을, 아침 9시부터 저녁 6시까지는 조직에서 운영하는 건설회사 과장으로 일했다. 저녁 6시 이후에는 강남 유흥업소에서 일했다. 웬만한 직장인보다 바쁘게 살았다.”

“보통 오전 11시에 일어나 오후 1시부터 수금하러 다녔다. 오후 6시에 가게에 나간다. 그러면서 술을 많이 마신다. 새벽까지 업소 일을 보다가 아침 8~9시에 잔다. 교도소에 들어와서 오히려 몸이 좋아졌다.”

“지금까지 흥청망청 산 적 없다. 먹고살기 바빴다.”

“한 달에 1000만원 벌 때도 있고 하나도 못 벌 때도 있다. 차 기름값이 없을 때도 있다.”

“조직 사업을 도우면 일정 몫을 받는데, 그 돈은 매우 적다. 조직원 가운데 상당수는 조직 일 외에 식당, 오락실, 오락실 환전소 등에서 개인 일을 병행한다.”

“(외상값을 받아내는 방법에 대해) 미성년자들을 데려가 업소에서 술을 마신 다음 경찰에 신고해 영업정지를 받게 했다. 다른 식당에서는 15만원어치 밥을 먹고 돈을 모두 동전으로 바꿔와 바닥에 뿌렸다.”

‘헤픈’ 조폭 … 결국 남는 것 없어

“(교도소에) 들어오기 전에는 돈을 풍족하게 쓰고 다녔다. 신용카드도 몇 개 있었다. 들어올 때 보니 빚이 몇천만 원이 되었다.”

“돈은 많이 벌었지만 많이 썼다. 부도도 한 번 났고…. 지금은 돈이 없다. 후회스럽다.”

조폭끼리도 ‘계산은 철저’

“조직의 보스가 멘토 역할은 할지언정 거둬먹이지는 못한다.”

“후배들에게는 용돈도 안 준다. 일 시키고 수고비 명목으로 돈을 준다. 술 취했을 때 대리운전 시키고 50만원 정도 주는 식이다.”

“조직에서는 용돈을 안 준다. 조직생활 6년 동안 만원 한 장 못 받아봤다.”

“조직원들 간에도 모든 걸 털어놓지 않는다. 돈을 많이 벌어도 다 말하지 않는다. 의리 하나로 아랫 사람들을 잘 챙겨주는 조폭은 없다.”

“사업은 각자 개인 역량에 따라 좌우된다. 조직이 이끌어주지 않는다. ‘물 반 고기 반’인데도 고기 못 잡는 사람이 있을 정도로 개인 능력에 따라 그 결과의 차이는 크다.”

돈 없는 형님은 무시당한다

“벌어놓은 돈이 없거나 힘이 없거나 있는 것이라곤 성질뿐인 선배의 경우, 동생들은 돈을 잘 버는데 자기는 못 벌 경우 자존심이 상해 자살을 택하는 형님들도 많다. 형님이 돈이 없으면 동생들이 무시한다.”

“동생들이 함부로 때리지 못한다. 때리면 검찰에 나가 불어버리기도 한다. 요즘에는 용돈 줘가며 시켜야 따라온다.”

‘합법’을 가장한 조폭들

“지금까지 가장 쉬웠던 일은 남한테 삥 뜯는 것(갈취)이다. 10년 전쯤에는 이게 제일 쉬운 돈벌이였다. 지금 생각해도 참 좋은 돈벌이였는데….”

“노점상의 경우도 갈취하지 않는다. 그건 양아치들이나 하는 일이다. 대신 조폭은 좋은 자리가 있다고 하면 노점상을 차리고 운영자를 고용한 다음 수익을 나눈다.”

“주로 송이버섯 입찰을 한다. 다른 사람이 못 따가도록 최하 가격을 쓰지 못하게 완력을 사용한다. 입찰에서 딴 송이버섯을 서울 상회로 유통시키는데, 겉으로 보면 합법적이다.”

“(수금은) 별거 없다. 영업하는 가게에 덩치 큰 애들 열댓 명만 앉아 있으면 손님들이 들어오지 않는다. 이게 불법은 아니지 않느냐? 우리도 손님으로 온 건데….”

“요즘 조직은 실용적으로 변했다. 약아졌다. 당사자 간 자발적 해결이 자리잡았다.”

“요즘은 조직 간 싸움을 피한다. 언론에 보도되는 조직 간 충돌은 대부분 조직원들끼리의 감정적 충돌에 불과하다.”

“조직 간에 이제 전쟁은 안 한다. 다른 조직 애가 까불면 전화해 애 좀 잡아가라고 한다.”

조폭의 ‘조직성’ 완화

“옛날처럼 대규모로 몰려다니지 않고 쪼개어 다닌다. 사법당국의 감시망을 피하기 위해서다.”

“과거에는 모텔방이나 원룸에 합숙을 많이 시켰지만 요즘은 아니다. 보통 2~3명씩 마음 맞는 사람들끼리 산다.”

“합숙기간은 한두 달 정도다. 그냥 행동대원들끼리 모여서 생활한다. 합숙은 기업에서 신입사원 교육시키는 것과 비슷하다.”

경찰과의 커넥션

“검찰에 접대를 잘하면 조직에 유리하다. 이번 사건이 그러한데, 처음엔 형이 5년 이상일 줄 알았더니 검사 덕분에 1년으로 줄었다. 조폭은 가석방도 안 되는데 참 다행이다.”

“우리 조직은 경찰과 ‘형님’ 하며 지낸다. 우리와 관련된 사건 있으면 잡으러 오지 않고 전화를 한다. 또 빼줄 것은 다 빼준다.”

“명절 연휴가 되면 큰형님의 심부름으로 경찰에 선물을 보낸다.”

“사건이 터지면 큰형님과 경찰이 합의를 봐서 (사법처리할) 인원을 맞춘 후에 사건을 종결한다.”

조폭 라이프 오해와 진실

월수 400만원은 수치일 뿐 … 열악한 환경 여전


“형님, 의리는 무슨 … 돈이 최고죠”

영화 ‘조폭마누라’의 한 장면.

한국형사정책연구원 박경래 연구위원은 사회심리학을 전공한 김지영 연구위원과 함께 29명의 조폭을 일대일로 1시간 이상 심층 인터뷰했다. 이들을 인터뷰 자리로 ‘모시는’ 데는 달콤한 던킨도너츠가 큰 공을 세웠다는 후문. 그들 중 다수는 아무리 모범수라고 해도 조폭은 가석방이 불가한 현행 제도에 불만을 토로했다고 한다.

이 보고서는 1월 말 언론에 일제히 보도됐는데, 박 연구위원은 두 가지 사안에 대해 오해하지 말아달라고 당부했다. 첫째는 조폭의 평균 월수입 400만원. 이는 수치상 평균치일 뿐 조폭 안에서의 빈부격차는 일반인에 비해 심각하다는 것. 헤픈 지출 탓에 저축으로 이어지는 경우도 드물다. 두 번째는 경찰관보다 높은 조폭의 직무만족도. 이에 대해 박 연구위원은 “조폭의 준거집단은 경찰보다 훨씬 낮기 때문에 열악한 환경에도 만족하며 사는 것”이라며 확대 해석을 경계했다.

순천교도소에서는 인터뷰가 불발됐는데, 이유는 1986년 ‘서진룸살롱’ 사건 때 구속된 ‘보스급’ 조폭이 “우린 이 조사 못합니다”라고 한마디 하자 다른 조폭들이 줄줄이 인터뷰를 거부했기 때문. 박 연구위원은 “교도소 안에서도 조폭 간 위계질서가 견고한 듯 보였다”며 후일담을 전했다.




주간동아 574호 (p78~79)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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