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74

2007.02.27

기아차 글로벌화 ‘무서운 질주’

중국·슬로바키아 이어 미국 조지아주 공장 2009년 완공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입력2007-02-14 17: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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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아차 글로벌화 ‘무서운 질주’

    지난해 10월20일(현지시각) 미국 조지아주 웨스트포인트시에서 열린 미국 공장 착공식 장면.

    지난해 미국시장에서 쏘나타가 선전한 이유는? 현대차는 최근 달러화에 대한 원화가치 상승으로 미국시장에서 일제 차와 힘겨운 경쟁을 하고 있다. 그럼에도 쏘나타는 선전하고 있어 현대차 관계자들은 기대에 부풀어 있다. 쏘나타의 지난해 미국 시장 판매대수는 14만9513대로, 2005년에 비해 14.7%나 늘었다. 베르나(액센트의 수출명)와 엘란트라(아반떼의 수출명) 판매가 각각 15% 줄어든 것과는 사뭇 다르다.

    그 이유는 무엇일까. 현대차 관계자는 “미국시장에서 현지화의 위력을 실감했다”고 말한다. 한국에서 전량 수출하는 베르나나 엘란트라와 달리 쏘나타는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된다. 당연히 인건비와 재료비가 현지에서 달러로 결제되므로 환율 하락 위험이 미국산 쏘나타에는 미치지 않는다. 한마디로 ‘환(換)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는 얘기다.

    현대·기아차그룹은 매출 중 해외 비중이 70%에 육박, 환율이 10원 하락하면 영업이익이 1400억원 감소한다. 현대차 관계자는 “상당 비율의 부품을 수입해서 조립하는 휴대전화 산업의 경우 원화가치 상승에 따라 부품 수입가가 낮아지는 혜택을 보기도 하지만, 부품 국산화율이 99% 이상인 현대·기아차의 경우 환율 하락으로 인한 타격을 가장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해외 생산능력 103만대로 껑충

    현대·기아차그룹이 글로벌 생산기지 구축에 박차를 가하는 이유도 이런 상황 때문이다. 현대·기아차그룹의 지난해 해외 생산량은 처음으로 100만 대를 돌파한 106만7000대 수준. 그러나 그 비중은 전체 생산의 25% 안팎에 불과하다. 2005년 GM과 도요타의 해외 생산 비중이 각각 46.7%, 37.3%인 것을 고려하면 현대·기아차그룹은 아직 갈 길이 먼 셈이다.



    현재 현대·기아차그룹이 가동하고 있는 해외 공장의 생산능력은 현대차와 기아차가 각각 96만 대, 43만 대 수준이다. 현대차는 1997년 가동을 시작한 인도 공장(연산 30만 대), 99년 설립한 터키 공장(6만 대), 2002년 생산에 들어간 중국 베이징현대(30만 대), 2005년 준공한 미국 앨라배마 공장(30만 대) 등을 갖고 있다.

    반면 기아차의 해외 생산능력은 현대차에 비해 한참 뒤지는 수준. 기아차가 전사적 차원에서 해외사업에 매달리는 것도 이 때문이다. 정의선 사장을 해외사업 담당으로 배치한 것에서도 기아차의 이런 의지를 읽을 수 있다. 현재 기아차는 중국에 연산 13만 대 규모의 현지 생산법인인 둥펑위에다기아와 지난해 말 본격 가동에 들어간 연산 30만 대 규모의 슬로바키아 공장을 가동 중이다.

    기아차 글로벌화 ‘무서운 질주’

    지난해 11월 슬로바키아 공장을 방문한 정몽구 회장.

    기아차는 여기에 연산 30만 대 규모의 중국 제2공장을 올해 말 완공할 예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역시 연산 30만 대 규모의 미국 조지아주 공장을 착공했다. 일류 자동차 메이커로서 입지를 확고히 하기 위해서는 미국 현지 생산체제가 필수적이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조지아주 공장이 완공되는 2009년 기아차는 총 103만 대의 해외 생산능력을 갖추게 된다.

    기아차 관계자는 “원-달러 환율 하락과 원자재값 인상 등 악재를 헤쳐가기 위해서는 해외 생산체제를 갖추는 것이 가장 근본적인 방법”이라면서 “통상마찰 방지, 물류비용 절감에 따른 제조원가 절감, 안정적인 제품 공급 등의 효과도 있다”고 말했다. 여기에 현지인의 취향에 맞는 차량을 제때 공급하고, 현지 기업이라는 친숙함 때문에 브랜드 경쟁력도 높아진다는 것이다.

    기아차 글로벌 전략의 첫 번째 작품이 올해 유럽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할 ‘씨드’다. 씨드는 유럽시장만을 위해 개발한 전략 모델로, 슬로바키아 공장에서 생산한다. 유럽시장에서 가장 인기 있는 해치백 준중형급 모델이다. 기아차는 올해 10만 대를 유럽시장에 판매할 계획이다.

    기아차가 슬로바키아를 유럽시장 진출을 위한 전진기지로 삼은 이유는 무엇보다 슬로바키아 정부가 외국인 투자에 대한 강력한 의지와 열정을 갖고 있기 때문이다. 여기에 슬로바키아는 부품 수입 및 완성차 수출 물류비, 인건비 등 제조비용에서 경쟁력이 있고, 정부 지원 등 경영 환경도 좋다.

    기아차가 공을 들이고 있는 또 하나의 거대한 시장은 중국이다. 기아차는 국내 자동차업체 가운데 가장 먼저 중국에 진출했다. 1996년 10월 중국 위에다그룹과 ‘프라이드’ 기술 합작을 시작한 이래 2002년엔 중국에서 한국 최초의 공인 소형 승용차 ‘천리마’를 생산하는 등 중국시장 개척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였다.

    기아차는 중국시장을 본격 공략하기 위해 2002년 3월 중국 3대 자동차 회사 중 하나인 둥펑기차집단과도 자본합작을 체결, 둥펑위에다기아를 출범했다. 둥펑위에다기아 옌청 공장은 기아차의 현지화 전략이 돋보이는 곳. 기아차는 5년 동안 1만 대 미만의 자동차를 생산할 정도로 작은 회사였던 위에다를 불과 2년여 만에 연간 5만 대를 생산하는 공장으로 탈바꿈시켰다. 현재 생산능력은 13만 대.

    중국시장 소형차 이어 미니밴·중형세단 공략

    둥펑위에다기아는 중국 국민의 생활수준 향상과 라이프스타일 변화에 발맞춰 소형차 천리마에 이어 미니밴 카니발과 중형세단 옵티마를 잇따라 투입했다. 2005년 8월엔 급성장하는 준중형차 시장 공략을 위해 쎄라토를 출시했다. 올 1월엔 소형차 시장에서 천리마에 이어 기아 돌풍을 이끌어갈 중국형 프라이드(중국명 리오 천리마)를 출시했다.

    중국형 프라이드는 반짝거리고 밝은 색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취향을 반영해 3개로 이뤄진 라디에이터 그릴 크롬 라인을 더욱 두껍게 처리함으로써 강인하고 고급스러운 느낌을 준다. 현지 언론은 “신세대 감각을 반영한 디자인과 성능을 갖췄다”는 평가를 내렸다. 이런 평가에 힘입어 출시 첫 달인 1월에만 2579대가 판매됐다.

    정몽구 회장은 올해 신년사에서 “2007년을 글로벌 리더 도약 원년으로 삼아 ‘고객 우선 경영’과 ‘글로벌 경영 안정화’에 주력, 진정한 글로벌 기업으로서 위상을 구축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정몽구 회장의 이런 의지가 실현될 수 있을지 관심을 모은다.

    기아차 2007년 사업계획 (단위 : 1000대, 10억원)
    구분 2006년 2007년(계획) 증감(%)
    판매대수 국내 공장 (완성차 선적 기준) 내수 270 324 20.0
    수출 871 921 5.7
    1.141 1.245 9.1
    해외 공장 (현지생산 도매 기준) 중국 115 145 26.1
    유럽 - 150 -
    115 295 156.5
      총계 1.256 1.540 22.6
    매출액 국내공장 17.440 18.278 4.8
    해외 공장 1.057 3.339 215.9
      18,497 21.617 16.9
    투자 (국내+해외)   1.756 1.778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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