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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교보 생명 20년 꿈 이루나

생보사 상장 최종안 확정 … 시민단체 강력 반발 ‘산 넘어 산’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삼성·교보 생명 20년 꿈 이루나

삼성·교보 생명 20년 꿈 이루나

삼성생명(왼쪽)과 교보생명 본사 건물

과연 이번에는 생명보험회사(이하 생보사) 상장이 이뤄질 수 있을까. 한국증권선물거래소 산하 ‘생명보험사 상장 자문위원회’가 1월7일 최종안을 거래소에 제출하면서 올해 안에 생보사 가운데 첫 번째 상장사가 나올지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생보사 상장은 1980년대 중반부터 수차례 논의됐지만 증시 침체나 생보사 성격에 대한 견해 차이 등으로 유보됐다.

거래소는 늦어도 2월 초까지는 자문위의 최종안을 바탕으로 유가증권시장 상장 규정을 개정해 금융감독위원회(이하 금감위)에 승인을 요청한다는 방침이다. 금감위는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와 협의를 거쳐 승인 여부를 결정하게 된다. 생보업계에서는 처음으로 생보사 상장에 관한 ‘최종안’이 나왔다는 데 기대감을 표시하면서도 여론의 향배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는 상태.

재경부와 협의 거쳐 금감위서 승인 결정

자문위의 최종안은 그동안 생보사 상장과 관련한 핵심 쟁점 가운데 하나인 생보사의 성격 부분에서 생보사를 ‘주식회사’로 규정했다. 따라서 상장 차익을 보험 계약자에게 나눠줄 필요가 없다는 것이다. 또 그동안 계약자에게 배당을 불충분하게 했다는 근거를 발견할 수 없다고 결론 내렸다.

이에 대해 참여연대와 보험소비자연맹 등 시민단체들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자문위의 최종안은 업계의 이익만을 대변한 것인 만큼 공정한 상장안을 다시 만들어야 한다”는 것. 시민단체는 “생보사 상장은 과거 보험 계약자의 기여를 정당하게 보상하고, 금융기관인 생보사의 투명성과 효율성을 제고하는 방향으로 추진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보험 계약자의 입장을 대변해온 한성대 무역학과 김상조 교수(경제개혁연대 소장)는 “1999년과 2003년에는 생보업계에서 상장 방안을 받아들이지 않았는데, 이번에는 정반대로 보험 계약자들 입장에서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안이다”라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또 “윤증현 금감위장의 ‘소신’이 자문위의 최종안에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여기에 정권 말기의 ‘경제 살리기’ 분위기도 자문위에 힘을 실어줬을 것이란 해석이다.

거래소 관계자는 이에 대해 “자문위가 논의 과정에서 금감위와 협의했다는 주장은 있을 수 없는 얘기”라고 주장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시민단체뿐 아니라 생보업계 관계자도 배제한 채 중립적인 전문가 중심으로 구성한 자문위가 시민단체 등의 주장을 검토한 결과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결론을 내렸을 뿐이다”라고 덧붙였다. 자문위의 최종안을 바탕으로 생보사 상장 방안을 마련하겠다는 의지를 재확인한 셈이다.

생보업계에선 공식적으로 “자문위의 최종안에 대해 왈가왈부할 만한 입장이 아니다”라고 밝히고 있다. 상장 방안이 마련되면 상장 요건을 갖춰 심사를 받아야 할 입장에서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코멘트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말이다. 그러나 내심 자문위의 최종안대로 상장 방안이 마련되길 기대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과연 시민단체 등의 반발이 강한 상황에서 자문위 최종안대로 상장이 추진될 수 있을까. 일각에선 올해 8월로 임기가 만료되는 윤증현 금감위장이 2월 초 예상되는 개각에서 교체될 경우 추진력을 잃을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윤 금감위장 주변에선 “윤 위원장은 생보사의 자본 확충을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소신을 갖고 있는 데다 뚝심과 추진력이 강하다”고 평가한다.

삼성·교보 생명 20년 꿈 이루나

2006년 7월13일 서울 여의도 증권거래소에서 열린 생명보험사 상장 공청회에서 나동민 생명보험회사 상장 자문위원장이 발표를 하고 있다.

생보업계 안팎의 관심은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에 쏠리고 있다. 두 회사는 각각 1989년과 90년에 상장을 전제로 자산재평가를 실시했지만, 90년 말 증시 침체 등 여건 악화로 상장 추진을 보류했다. 이후 1999년과 2003년에도 뜻을 이루지 못했다. 이 밖에 동부, 흥국, 신한생명이 올해 안으로 상장 요건을 갖추게 된다.

삼성생명과 교보생명의 내부 사정은 조금씩 다르긴 하지만, 두 회사 모두 상장 차익의 분배를 요구하는 보험 계약자들의 반발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다는 점이 고민이다. 나동민 자문위원장도 최종안을 발표하면서 “그동안 상장 문제가 지연된 데는 불완전 판매 등 국내 생보사 전체의 책임도 있는 만큼 생보업계가 대승적 차원에서 공익활동을 본격화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김상조 한성대 교수는 “주주 돈이 아닌 회사 돈으로 공익재단을 만드는 것은 보험 계약자의 반발을 무마하기 위한 술수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자산 구분계리 도입에 대해서도 두 회사의 입장은 미묘한 차이를 보인다. 삼성생명의 한 관계자는 “현재도 70~80%의 구분계리를 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반면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교보생명은 자산 구분계리를 바로 도입해도 전혀 문제가 되지 않지만, 삼성은 그동안 자산 구분계리 도입을 늦춰야 한다고 강력히 주장해왔다”고 귀띔했다. 시민단체 등은 “주주와 계약자 간, 유·무 배당 계약자 간 이해충돌을 방지하기 위해 보험상품별 재무상태, 손익상황 등을 파악할 수 있도록 구분해서 회계처리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생보업계에선 교보생명을 상장 1호로 꼽고 있다. 교보생명은 그동안 적극적으로 상장 의사를 밝혀왔다. 교보생명의 한 관계자는 “상장 방안이 마련되고 주식시장 여건이 마련된다면 언제든 상장이 가능한 상태다”라며 자신감을 보였다.

교보생명은 이미 경영권 문제에 대해서도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그동안 업계 일각에선 교보생명의 경우 상장에 따른 주식 매각으로 경영권이 위협받는 것 아니냐는 관측이 제기돼왔다. 그러나 교보생명 측은 “이미 외국계 보험회사를 상대로 우호 지분 매입 의사를 타진, ‘확약’을 받아놓은 상태”라고 말했다.

교보생명은 기존 발행 주식의 25%를 신주로 발행, 상장할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신주의 20% 정도는 외국계 보험회사가 인수하도록 해 우호지분으로 삼는다는 것. 따라서 초기 유통 물량은 신주의 5% 정도가 될 것으로 보인다. 교보생명 측은 “유통 물량을 최소화하기 때문에 주가는 삼성생명 못지 않은 수준에서 형성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업계에서 교보생명의 경영권 위협 문제가 제기된 것은 교보생명의 지분구조 때문이다. 교보생명은 신창재 회장의 지분 37.26%를 포함해 특수관계인 지분이 58.2%다. 자산관리공사가 11%를, 그리고 자산관리공사가 대주주인 대우인터내셔널이 24%를 각각 갖고 있다. 자산관리공사 영향권 아래에 있는 지분이 35%나 되는 셈이다. 그러나 자산관리공사의 목표는 경영 참여가 아니다.

문제는 신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의 태도다. 최소 2.49%에서 최대 8%를 갖고 있는 신 회장의 특수관계인들이 교보생명 상장 이후 시장에서 자신들의 지분을 매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신 회장이 특수관계인들의 경영 참여를 배제하고 있어서 이들이 신 회장의 우호 지분으로 남아 있는다는 보장이 없다”라는 말이 파다한 상태다.

생보사 상장 관련 일지

1989년
4월 교보생명, 기업공개 전제로 자산 재평가(차익 2197억원)
1990년
2월 삼성생명, 기업공개 전제로 자산 재평가(차익 2297억원)

12월 재무부, 생보사 기업공개 보류 발표
1999년
6월 삼성자동차 부채 처리 문제로 생보사 상장 문제 공론화

7월 이헌재 금감위원장, “상장 허용 긍정적 검토”
2000년
5월 이용근 금감위원장, 언스트영에 상장 관련 용역 의뢰

12월 금감위, 생보사 상장 무기한 연기 발표
2003년
5월 이정재 금감위원장, “8월 말까지 생보사 상장 기준 마련”

8월 생보사 상장 자문위원회 구성

10월 자문위, 자문안 제출 포기, 금감위 “상장 보류” 발표
2005년
7월 윤증현 금감위원장, “생보사 상장, 법과 원칙대로 처리”

9월 공적자금관리위원회, 대한생명 지분 기업공개를 통해 매각 추진 발표
2006년
2월 정부 증권거래소 산하 상장자문위원회 설치

6월1~2일 상장자문위원회 보험학계 및 시민단체 의견 청취

6월21일 한국금융학회 상장 심포지엄 개최

7월13일 자문위, 생보사 상장 공청회 개최
2007년
1월7일 상장자문위원회 최종안 발표


삼성·교보 생명 20년 꿈 이루나

2006년 10월21일 국회 정무위에서 답변하고 있는 윤증현 금감위원장(왼쪽).

삼성생명도 겉으론 상장 시기를 저울질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속으론 ‘표정 관리’를 하고 있는 상황이다.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은 삼성자동차 채권단이나 삼성 모두에 좋은 것 아니겠느냐”고 귀띔했다. 그러나 업계에선 시민단체의 반발이 집중되는 것을 피하기 위해서라도 삼성생명이 제일 먼저 상장하는 일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업계에서는 또 삼성생명 상장으로 삼성의 소유구조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도 삼성이 상장 시기를 저울질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삼성생명이 상장돼 1주당 70만원을 호가하면 삼성생명 지분 13.34%(266만8800주)를 보유하고 있는 삼성에버랜드는 금융지주회사가 될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삼성생명은 유사업종이 아닌 삼성전자 보유지분(7.2%)을 매각해야 한다. ‘삼성에버랜드→삼성생명→삼성전자→삼성카드→삼성에버랜드’로 이어지는 삼성의 순환출자형 소유구조가 흔들릴 수 있는 것.

그러나 삼성 측은 이 문제에 대해서도 이미 대책을 마련해놓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공식적’으로는 “삼성전자를 적대적 인수합병으로부터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을 찾고 있으나 뾰족한 수가 없어서 고민이다”라고 말한다. 그러나 삼성의 한 관계자는 “삼성생명 상장 문제가 제기된 것은 어제오늘의 일이 아닌데 아직까지 대비책을 마련해놓고 있지 않다면 삼성이라고 할 수 있느냐”고 귀띔했다.

삼성 측은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선 입을 다물고 있다. 다만 업계에선 삼성이 삼성생명 상장 시 일정 지분을 우호 세력에 넘긴다거나 삼성에버랜드가 갖고 있는 삼성생명 지분 가운데 상당 부분을 우호 세력에 넘기는 방식이 될 가능성이 높다고 예측한다.

시민단체나 생보업계 관계자들 모두 생보사의 상장 자체에 대해서는 공감하고 있다. 보험 계약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국내 생보산업의 발전 역량을 강화하기 위해서도 상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이해관계가 복잡하게 얽혀 있어서 지금까지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다. 금감위 당국이 생보사 상장 문제를 둘러싼 ‘현실적인’ 갈등을 어떻게 조정할지 주목된다.



주간동아 570호 (p42~43)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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