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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렌드 사회학

제발 축하 좀 합시다

  •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제발 축하 좀 합시다

제발 축하 좀 합시다

지난해 12월29일 화촉을 밝힌 가수 윤종신(37· 오른쪽) 씨와 전 테니스 국가대표 전미라(28) 씨.

얼마 전 한 중견 남자가수가 자기보다 키가 좀 크고, 나이는 많이 어린 테니스 선수와 결혼했다. 많고 많은 연예계 결혼 소식 중 하나일 뿐 특별할 것도 없었던 이 일에 내가 관심을 갖게 된 것은 어느 누리꾼의 댓글 때문이다. 댓글의 제목은 이렇다.

‘제~발 축하 좀 합시다!’

상식적으로 생각할 때 남녀가 좋은 인연으로 만나 사랑을 하고 결혼에 골인한 소식에 악성 댓글을 달 이유란 없고, 설사 평소에 원한이 있더라도 결혼한다는 것 자체는 좋은 일이니 일단 축하부터 해줄 일이다. 하지만 내가 본 두 사람의 결혼 뉴스 댓글에는 여러 종류의 악담이 가득했다. 오죽하면 두 사람이 댓글을 보지 않고 신혼여행을 떠났기를 바랐을까.

한국 사람들의 이 같은 ‘삐딱함’은 유행이 되고 있다. 삐딱한 한국인들이 넘친다. 이런 현상은 사실 단기적 유행을 넘어서 중·장기적 트렌드가 되고 있다. 고정관념을 깨는 창의적 삐딱함이 아니라, 덮어놓고 의심부터 하고 일단 나쁜 의도로 본 뒤 따지는 악의적인 삐딱함이다.

삐딱이 네티즌들 좋은 일에도 무조건 악담



이 사실을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것이 한국개발연구원(KDI)이 기획예산처의 의뢰를 받아 조사한 ‘사회적 자본 실태조사’ 보고서다(2006년 12월). 여기서는 교육기관에서부터 언론, 대기업, 정부기관, 국회 등에 대한 신뢰조사를 실시했다. 이 결과를 언론이 대서특필했는데 신뢰를 전혀 하지 않으면 0점, 전적으로 신뢰하면 10점을 주는 방식으로 조사했더니 정부, 정당, 국회가 3점대로 최하위를 기록했다. 언론은 4.9점, 가장 신뢰 수준이 높았다는 교육기관이나 시민단체가 5.4점에 그쳤다.

그렇다면 국제적인 비교 결과는 어떨까? 조사방법이나 점수 계산법에 차이가 있으니 객관적인 비교는 할 수 없고 대신 순위로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2001년 국제조사(World Value Survey)에 따르면, 스웨덴의 사회신뢰도가 6.6점으로 가장 높고 한국은 일본(4.3점)이나 미국(3.6점)보다 낮은 2.7점이었다.

삐딱함은 불신으로 나타나고 이 불신은 자신을 제외한 누구도 믿지 않는 심각한 장애로 커지고 있다. 심리학 용어를 빌리면 ‘퇴행(退行)’에 가깝다. 치열해진 경쟁사회, 실업과 불황의 어두운 터널, 부익부 빈익빈의 사회양극화 같은 문제가 개개인의 욕구를 막아서고 있다. 어느 것 하나 개인의 힘으로는 어찌해볼 수 없는 것들이니 개인이 할 일이라고는 내면에 불만을 쌓는 일뿐이다. 그 불만이 삐딱함으로 나타나는 것이다.

그렇다면 한국사회는 언제까지 이런 상태가 계속될 것인가? 한국인은 원래 삐딱하다고 말해야 하는 것일까? 그렇지 않다. 트렌드가 있다면 역트렌드도 존재한다.

공공의 신뢰를 회복할 역트렌드는 두 가지 키워드로 크게 구별된다. 하나는 적정 수준의 ‘휴머니티’이고, 또 하나는 ‘일상’이다. 아름다운 재단의 ‘아름다운 가게’가 표방하는 나눔문화에 악성 댓글이 없는 것은 ‘휴머니티’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이다. 휴머니티가 갖는 절대적 신뢰의 가치 때문에 2007년에는 더 많은 개인과 기업, 기관들이 휴머니티에 시간과 돈과 노력을 투자할 것이다.

휴머니티가 사회적 탈출구라면 일상은 개인적 탈출구다. 사람들은 일상의 디자이너가 되어 삶의 소소한 아름다움을 표현하고 만끽함으로써 자신의 삶을 새로 꾸미려 하고 있다. 일상은 통제할 수 없는 바깥세상에 적당히 걸쳐 있으면서도 자신만의 고유한 것으로 꾸밀 자유를 주기 때문에 개인을 심리적으로 보호한다.

삐딱함들이 치고받든 말든, 휴머니티를 추구하는 사람들과 일상의 디자이너들이 부쩍 성장하길 바라는 2007년이다. 그래서 올해는 제발 순수하게 축하 좀 하면서 살았으면 좋겠다.



주간동아 570호 (p89~89)

김경훈 한국트렌드연구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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