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간동아 로고

  • Magazine dongA
통합검색 전체메뉴열기

네 안의 창의력을 깨워라

고정관념 깨야 독창적 생각 터진다

  • 이도희 경기도 송탄여고 국어담당 교사

고정관념 깨야 독창적 생각 터진다

고정관념 깨야 독창적 생각 터진다

필자인 이도희 선생님은 인터넷에서 논술 무료 첨삭지도 및 방대한 논술자료를 제공하는 ‘얼쑤 논술·구술연구소’ (http://cafe.daum.net/hurrah2)를 운영하는 한편 대입논술 강의방법 개발에 전념하고 있는 현직 교사입니다.

우리는 매사를 고정관념을 갖고 판단한다. 그리고 그 결과에 안심한다. 고정관념을 통한 판단은 사회적으로 인정된 지식이기에 나중에 문제가 될 가능성이 적기 때문이다. 그러나 논술 답안을 쓸 때 이런 식의 사고방식은 뻔한 내용이나 주장으로 일관할 위험성을 키운다. 자신의 독창적인 생각이 아니기 때문에 고득점을 받기도 어렵다. 소금이 짜다고 주장한들 누가 귀를 기울이겠는가.

여기 ‘쓰레기통’이 있다고 치자. 쓰레기통에 대한 상식은 쓰레기를 담는 통이다. ‘쓰레기는 더러운 것’이라는 통념으로 쓰레기통을 바라보면 그것은 그냥 쓰레기통일 뿐이다. 이런 고정관념은 겉으로 드러난 현상만을 바라보면서 형성된다.

만약 쓰레기통을 내 몸이라고 생각하면 어떨까? 나의 분신이라고 봐도 괜찮다. 현재 내 책상 옆에 있는 쓰레기통엔 무엇이 들어 있는가. 내게 비염이 있으니 아마도 콧물과 가래 묻은 휴지가 들어 있을 것이다. 나의 건강 상태를 쓰레기통이 말해주고 있는 셈이다.

그 속에 신경질적으로 구겨진 원고 뭉치가 들어 있다면? 쓰레기통 안의 원고 뭉치는 내가 ‘고통스럽게 노력한 작업’의 흔적이다. 치열한 내 삶의 편린인 것이다. 이렇게 조금만 관점을 달리해서 보면 쓰레기통은 단지 더럽기만 한 것이 아니라 내 삶을 평가하는 척도가 된다.

우리에겐 작고 힘없는 대상을 무시하는 경향이 있다. 이런 대상은 소수이며 사회적인 힘도 갖지 못하고 있다. 다수에게 밀려 변두리로 쫓겨나 있는 그들은 종종 법의 보호도 받지 못한다. 이런 소수에게도 나름의 삶의 가치가 엄연히 있는데 사회는 왜 그들을 인정하지 않는 것일까? 작고 힘없는 상대는 우습게 봐도 된다는 편견이 개입된 것은 아닐까? 그렇다면 이들 역시 사회적으로 형성된 고정관념의 피해자인 셈이다.



농촌에서 살아본 사람들은 대부분 기억하는 것이 있다. 밭에 고추를 키우는 얘기다. 다른 밭작물도 마찬가지지만, 개중엔 키가 작고 줄기도 땅딸막하게 비틀어져 볼품없는 녀석이 있다. 다른 튼튼한 고추에 비해 이 녀석은 힘겹게 살아가는 모습이 역력하다. 몇 개 안 되는 잎도 오그라들어 왠지 생기가 없어 보인다. 그러나 이 녀석은 어느 틈엔가 남보다 빨리 한두 개의 빨간 주머니를 매단다. 모든 힘을 고추 키우기에 쏟아 부은 결과다. 이런 생명의 치열함에서도 삶의 아름다움을 엿볼 수 있지 않은가?

사람도 마찬가지다. 그동안 소수자는 나름대로 치열한 삶을 살아왔다. 예컨대 트랜스젠더, 동성애자, 혼혈아, 외국인 노동자들이다. 우리가 관점을 달리해 그들 삶의 내면을 들여다보면 왜소한 고추와도 같은 그들의 치열한 삶을 엿보게 될 것이다. 그렇게라도 살지 않으면 그들은 이 사회에서 발을 붙일 수 없다. 이런 소수자들도 우리 사회에서 당당한 한 축으로 서야 한다는 것은 지극히 당연한 일이다.

논술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창의력이다. 창의력에 대한 평가에는 자기 주장에 대한 참신한 사례를 제시하는 것도 포함된다. 누구나 아는 사례가 아니라 자신이 찾아낸 독특한 사례를 제시할 때 더 높은 점수를 받을 수 있음은 당연하다. 어떤 논제에 대해 자신만의 독창적인 주장을 펼치는 것도 중요하다. 이때는 객관적 사례 등을 동원해 자기 주장을 뒷받침해야 한다.

대부분의 논술 수험생에게는 이런 점이 부족하다. 그저 상식적인 주장을 하고, 누구나 다 아는 논거를 제시할 뿐이다. 물론 이는 수험생만의 잘못이 아니다. 창의력이 중요하다고만 했지 창의력을 키우는 구체적인 방법을 제시하지 못한 학교 관계자들의 책임도 크다.

창의력을 키우려면 무엇보다 주변의 사물을 다른 관점으로 보려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그럴 때 쓰레기통에서 삶의 흔적을 확인하고, 비틀어진 고추에서 삶의 역동성을 발견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주간동아 543호 (p97~97)

이도희 경기도 송탄여고 국어담당 교사
다른호 더보기 목록 닫기
1307

제 1307호

2021.09.24

“50억 원까지 간다, 한남뉴타운 미래 궁금하면 반포 보라”

목차보기구독신청이번 호 구입하기

지면보기 서비스는 유료 서비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