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3

2006.07.11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北, ‘인공위성 발사’ 두 번째 오리발 전술 가능성 … 美, 심혈 기울인 MD 실력 확인하나

  • 이정훈 동아일보 신동아 편집위원 hoon@donga.com

    입력2006-07-10 10:2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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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① 머리 부분 몸통(작은 사진)에 소형 엔진이 있어 궤도 수정이 가능한 PAC-3 저고도 요격미사일.<br>②③저고도 요격

    북한이 대포동 2호를 발사할 경우 미국은 이를 요격하는 미사일을 발사할 것인가. 그리고 미국이 쏜 요격미사일은 대포동 2호를 정확히 요격해낼 수 있을 것인가. 북한의 대포동 2호 발사 준비와 관련해 미국이 준비해온 MD(미사일 방어체제)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최근 MD 관련 보도 중에는 잘못된 내용이 적지 않다. 여러 언론은 미국이 군사용 첩보위성인 KH-12와 라크로스를 통해 대포동 2호가 있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를 살펴보고 있다고 보도함으로써, 두 위성이 MD의 핵심인 듯한 인상을 주었다. KH-12 위성은 광학카메라로 지상을 촬영하고, 라크로스는 레이더파를 이용해 지상을 촬영한다.

    날씨와 명암 따라 두 개 위성 운영

    미국은 날씨와 명암 문제 때문에 두 종류 위성을 운영한다. 광학카메라는 쉽게 말해 일반인들이 쓰는 카메라와 같은 원리로 작동한다. 일반인들이 쓰는 카메라를 들고 비행기를 탔다고 가정해보자. 구름 한 점 없는 낮이라면 창을 통해 지상을 촬영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구름이 깔려 있다면 이 카메라로 찍은 사진엔 지상이 아니라 구름만 나오게 된다. 광학카메라는 깜깜한 밤중에도 무용지물이 된다. 하지만 KH-12에 있는 광학카메라는 직경 15cm의 물체를 컬러로 선명하게 촬영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북한 TV에 공개됐던 대포동 2호로 추정되는 미사일.

    라크로스 위성은 레이더 파를 쏜 후 그 반사파를 잡아 ‘그림’을 그린다. 레이더파는 구름은 물론이고 어둠도 관통하므로 전천후로 작동한다. 그러나 그림을 그리는 것이기에 광학카메라처럼 컬러나 초정밀 사진을 찍지는 못한다.



    KH-12와 라크로스 위성이 안고 있는 또 하나의 약점은 두 위성 모두 남북극을 따라 지구를 돈다는 점이다. 따라서 북한 상공을 지날 때가 아니면 무수단리를 촬영하지 못한다는 한계가 있다.

    이 허점을 동맹국의 위성들이 보완해준다. 일본이 H2 우주발사체로 쏘아올린 위성과 한국이 운영하는 아리랑 위성, 그리고 유럽 국가들이 쏘아올린 위성들은 KH-12와 라크로스보다 해상도가 떨어지지만, 미국 위성이 살피지 못하는 시간대에 무수단리를 촬영한다.

    하지만 북한은 미국과 동맹국의 위성이 북한 상공을 지나가는 때를 계산해낼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또 대포동 2호는 순식간에 발사되는지라, 미국과 동맹국의 위성이 아무리 철저하게 감시해도 발사 순간을 놓칠 가능성이 높다. 대포동 2호는 마하 10 정도의 속도로 날아가므로 잠깐만 방심해도 어디에 가 있는지 알 수가 없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미국이 띄워놓은 것이 조기경보위성이다.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미국의 미사일 방어(MD) 계획 실행 개념도.                   <a href='image/200607100500004_7b.jpg' target='_blank'>☞ <b>큰 사진 보기</b></a>

    이 위성은 지구 자전과 같은 속도로 돌아간다. 따라서 지구에서 보면 항상 같은 곳에 떠 있기에 ‘정지위성’으로 분류된다. 이 위성은 KH-12처럼 촬영을 하는 게 아니라 맡은 지역을 목표로 미사일이나 우주발사체를 쏘아올릴 때 나오는 적외선 등을 감지한다. 이 적외선이 감지되면 조기경보위성은 통신위성을 통해 미 공군 우주사령부에 알려줘 대응케 한다.

    현재 미국은 DSP라는 조기경보위성을 운영하고 있는데, 조만간 더 개량된 SBIRS 위성으로 대체할 예정이다. DSP를 SBIRS로 대체하는 것은 MD의 성패가 조기경보위성에 의해 결정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기 때문이다. 조기경보위성이 무수단리에서 뭔가 발사됐다는 것을 감지한 순간 한국과 일본, 알래스카 등에 있는 미군의 장거리 방공레이더 기지들은 조기경보위성이 잡아준 좌표를 향해 일제히 레이더파를 발사한다.

    동해와 북태평양에 있던 미 해군의 이지스 함정들도 좌표를 향해 레이더파를 쏘아올리는데, 이로써 대포동 2호는 여러 방향에서 날아온 레이더에 포착된다. 이에 따라 미국은 대포동 2호의 궤적을 정확히 추적할 수 있게 된다. 이때 미국은 중요한 결정을 내려야 한다. 요격할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결정이다.

    현재까지 북한은 대포동 2호의 발사 준비를 공개된 장소에서 추진해왔는데, 이는 대포동 2호가 미사일이 아니라 인공위성을 쏘아올리는 우주발사체라는 사실을 보이기 위한 행동인 것으로 추정된다.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 한국, 인도, 러시아, 유럽 국가 등은 우주발사체를 자유롭게 쏘아올리고 있다.

    그러나 그냥 쏘는 게 아니고 주변국과 국제해사기구(IMO) 등에 ‘이 방향을 향해 이 각도로 우주발사체를 쏘니까 어디쯤 해역에서 언제쯤 1단 로켓의 잔해가 추락할 수 있다. 그러니 그 해역을 지나가는 선박을 통제해달라’는 식의 통보를 하고 발사한다. 1998년 북한은 주변국인 일본과 한국에 이러한 통보를 하지 않고 대포동 1호를 발사했다. 이 때문에 한국과 미국, 일본 등은 북한이 미사일을 쏘았다고 비난했는데, 이에 대해 북한은 뒤늦게 광명성 1호라는 조악한 인공위성을 발사한 것이라고 오리발을 내밀었다.

    발사 직후·고고도·저고도 3단계 요격

    북한은 이번에도 같은 전술로 나올 가능성이 높다. 이 때문에 미국 등 관련국은 북한이 발사한 대포동 2호를 미사일로 보고 이를 요격할 수도 있다. 요격은 크게 3단계로 이뤄진다. 첫째는 발사단계의 요격, 둘째는 대기권이라고 하는 고고도에 올라왔을 때의 요격, 셋째는 목표 지점인 탄착지(彈着地) 가까이에 내려왔을 때 하는 저고도 요격이다.

    미사일은 발사 직후의 속도가 가장 느리므로 이때가 요격하기엔 가장 쉽다. 그러나 요격하는 처지에서 보면, 상대가 미사일을 발사하기 전에 요격미사일을 쏴야 발사 단계의 적 미사일을 요격할 수 있는 상황을 맞을 수 있다. 하지만 상대보다 먼저 요격미사일을 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므로, 발사 단계의 요격은 미사일이 아니라 레이저로 펼친다.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고고도 요격미사일인 THAAD(왼쪽).<br>THAAD는 대기권 바깥에서 적 미사일과 정면충돌한다.

    즉, 북한 주변의 안전한 곳에 대용량의 레이저 빔 발사기를 탑재할 수 있는 B747 같은 대형기를 띄워놓고 있다가 대포동 2호가 발사되면 레이저 빔을 쏴 폭파시키는 것이다. 아니면 대기하고 있던 전투기에서 요격미사일을 쏘아 격추시킬 수도 있다. 이 경우 대포동 2호의 낙진은 북한 땅에 떨어지므로 피해는 오히려 북한이 입게 된다.

    발사 단계에서의 요격이 여의치 않으면 대기권 밖 고고도에 올라왔을 때 맞추는 것을 목표로 고고도 요격미사일(THAAD)을 발사한다. 고고도 요격미사일은 대포동 2호와 정면 충돌을 목표로 제작된 것이다. 따라서 우주에 있는 여러 위성이 다양한 방법으로 이 요격미사일이 대포동 2호와 충돌할 수 있도록 유도해준다.

    이때 적 미사일이 다단투라면, 고고도 요격미사일은 다탄두가 분리돼 나오기 전에 적 미사일과 충돌하는 것을 목표로 한다. 정면 충돌을 하면 양쪽의 운동에너지가 합쳐져 적 미사일 안에 있던 원폭 또는 수폭 탄두는 완전에 가깝게 폭발해버린다.

    완전 폭발이 일어나면 파편은 거의 생기지 않고, 또 우주에서 일어나는 폭발은 대기권 안의 지구에는 큰 위험을 끼치지 않으므로 미국은 가급적 고고도 요격으로 적 미사일 위협을 제거하려고 한다. 2000년 초반까지 미국은 고고도 요격미사일 시스템 개발에 성공을 거두지 못했으나 요즘은 시험발사 때마다 성공을 거두고 있다고 한다.

    고고도 공역 방어가 실패하면 적 미사일은 대기권에 진입해 목표점을 향해 떨어지는데, 이때는 중력이 더해지므로 속도가 가장 빨라진다. 또 공기저항 때문에 미사일 궤적이 자주 바뀌므로 요격이 매우 힘들어진다. 이러한 상황에 대비하기 위해 저고도 요격미사일로 만들어놓은 것이 패트리엇 PAC-3 미사일이다.

    ‘장마철 변수’ 완성도에 의문

    PAC-3는 앞부분의 둥근 몸통에 180개의 소형 엔진을 탑재하고 있다. 이 엔진은 떨어지는 적 미사일을 정확히 요격하기 위해 PAC-3의 궤적을 약간씩 수정해야 할 때 점화된다. 즉, 왼쪽으로 PAC-3를 이동시켜야 할 것 같으면 오른쪽에 있는 소형 엔진 몇 개를 점화시키고, 오른쪽으로 옮겨야 할 것 같으면 왼쪽 엔진을 몇 개 점화하는 식으로 궤적을 수정해 적 미사일과 충돌케 한다.

    과거의 패트리엇은 적 미사일 근처에서 자폭해 파편을 만들고 그 파편으로 적 미사일을 폭파했다. 그러나 이 방식으로는 적 미사일에 탑재된 핵무기를 완전 연소시킬 수 없어 미국은 고고도 요격미사일과 마찬가지로 정면충돌 방식의 PAC-3를 개발했다.

    대포동은 아직 개발이 완료되지 않은 미사일이다. 한 정보 관계자는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쏘지 않는 데에는 장마철이라는 변수가 작용했을 수도 있다”고 말했다. 비 때문에 발사를 미뤄야 할 정도로 완성도에 의문이 간다는 얘기다. 실제로 북한은 장마철에 미사일 시험발사를 해본 적이 없다.

    이 말은 미국 입장에서 보면, 대포동 미사일이 그동안 심혈을 기울여 개발해온 MD체제를 시험해볼 최적의 대상일 수 있다는 얘기도 된다. 그런 점에서 북한의 ‘대포동 도박’은 미국에 또 다른 차원에서시험대가 되고 있는 셈이다.

    대포동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처음부터 의문 … 미-일 정보당국 “협상용 시위”


    대포동 도박, 美엔 절호의 기회?

    대포동 2호 조립 및 발사 예정지로 거론되는 함경북도 화대군 무수단리를 찍은 위성사진.

    국내외 정보 관계자들이 전하는 북한의 대포동 미사일 발사 가능성은 처음부터 ‘지극히 낮다’는 쪽이었다고 한다. 심지어 미 군 정보당국은 발사 강행설이 최고조로 달했던 6월 3~4주일에도 ‘쏠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봤다는 것. 미-일 정보당국은 그 근거로 △무수단리 발사대 주변에 연료통이 있다는 것만으로 미사일에 연료가 주입됐다고 보기는 어려우며 △발사 기지가 있는 무수단리 주변 통신상황에 시종 변화가 없었다는 점 등을 든다. 이는 1998년 대포동 발사 때 수주일 전부터 기지 주변 및 기지-평양 간 통신이 급증했던 점과 판이한 것이다. 정보기관 일각에선 ‘연료통과 미사일을 연결하는 호스(관)가 발견되지 않았다’는 보고도 있었다고 한다. 이는 연료통이 과시용일 가능성이 있다는 의미다.

    국내 한 정보통은 “결론적으로 미-일 정보당국은 이번 대포동 미사일 소동을 북한의 ‘협상용 시위’ 쪽으로 해석하고 있는 듯하다”고 밝혔다. “미국으로 하여금 북-미 양자협상에 나오도록 유도하려는 목적이라기보다는 한국이 대북지원 등을 통해 미사일 발사를 유예시키고, 미국을 중재해 6자회담의 틀 안에서 양자회담을 열 수 있도록 하려는 의도가 엿보인다”는 해석이다.

    그렇다면 북한이 대포동 미사일을 발사할 경우 미국이 MD로 이를 요격할 가능성은 얼마나 될까. 이에 대해 다수의 정보 관계자들은 ‘요격 가능성이 낮다’는 데로 의견이 모인다. 미 측 MD 관계자들은 그동안 “요격 능력이 충분하다”고 주장해왔다. 그러나 100% 요격 성공을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에서 만약 요격이 실패할 경우 부시 대통령이 국내에서 직면하게 될 부담은 치명적일 것이기 때문이다. 910억 달러라는 천문학적인 혈세를 낭비했다는 비난은 부시 행정부의 안보정책에 대한 회의론으로 이어질 게 뻔하고, 여기에 북한이 1998년처럼 인공위성이라고 주장하면 국제적인 논란에 휩싸일 가능성 또한 배제하기 어렵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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