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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사람 잡는 서울 공기

"수도권서 매년 1만280명 조기 사망"

급성 천식 등 치명적 병 유발 ... 공해에 취약한 아이들 갈수록 큰 피해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수도권서 매년 1만280명 조기 사망"

"수도권서 매년 1만280명 조기 사망"

카메라 렌즈에 포착된 서울 상공의 공해 띠.

"환경오염 때문에 병에 걸렸다니.... 조금 황당했어요.”

수도권 신도시에 살고 있는 L(34) 씨는 계속되는 기침을 견디지 못해 병원을 찾았다. 병명은 급성 천식. 사무실 주변의 차량 행렬과 공사현장에서 발생하는 미세먼지가 병을 일으킨 주범이었다.

초등학교 1학년 아들은 둔 J(37) 씨는 최근 담임 교사한테서 아이가 수업 시간에 안절부절못하고 가끔씩 괴성을 지른다는 얘기를 들었다.

“병원에 갔더니 ADHD(주의력결핍 과잉행동증후군)가 의심된다고 하더군요.”

ADHD는 주의가 산만하고 공격적인 행동을 보이는 일종의 정신질환으로 환경오염과 관계가 있음이 일부 드러나고 있다.



세계보건기구 “2020년까지 대기오염 사망자 800만명”

대기업에서 일하던 K(39) 씨는 지난해 8월 아토피성 피부염(이하 아토피)으로 고생하는 아들(6) 때문에 캐나다로 이민을 떠났다. ‘사는 게 전쟁’이던 K 씨 가족에게 캐나다는 ‘천국’이었다. 맑은 공기 덕에 K 군의 아토피가 거의 사라진 것.

“짓무른 목과 겨드랑이가 캐나다로 이주한 지 5개월 만에 거의 정상으로 돌아왔습니다. 진작에 서울을 떠났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더군요.”(K 씨)

‘환경병’으로 고생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 아토피는 지난 30년간 3배가량 증가했으며, 소아 천식도 가파르게 늘고 있다.(환경오염은 아토피나 천식 비염을 악화시킨다. 아직까지 환경오염이 아토피의 직접적인 발병 원인이라는 연구결과는 없다.) 환경병은 치료가 어려운 데다 치료 기간이 길어 환자는 물론이고 가족 전체가 ‘전쟁’을 치러야 한다. 환경오염이 심각한 도시에서 자란 아이들은 어른이 된 뒤에도 만성 기관지 질환으로 고통받는 경우가 많다.

2002년 미국 워싱턴에 본부를 둔 지구정책연구소는 전 세계에서 환경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교통사고 사망자보다 3배나 많다고 발표했다. 매년 300만 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한 호흡기 질환과 심장병 등으로 사망한다는 것이다. 1997년 세계보건기구는 2020년까지 대기오염으로 인한 사망자가 800만 명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환경오염은 어린이에게 특히 큰 피해를 끼친다. 아이들은 어른보다 몸집은 작지만 단위 체중당 호흡량이 50%나 많아 공해에 취약하다. 대한소아알레르기 및 호흡기 학회가 2004년 전국의 초등학교 및 중학교 4만429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연구에선 초등학생의 13%, 중학생의 12.8%가 천식을 앓고 있는 것으로 나타나 충격을 주기도 했다.

유치원과 학교의 오염된 실내공기도 문제다. 인하대 임종한 교수가 시민환경기술센터와 서울, 광주, 대구, 포항의 초등학교(31곳) 및 어린이집(13곳)의 실내공기 질을 측정한 결과, 조사 대상의 22.7%(10곳)에서 환경부가 정한 총휘발성유기화합물 기준을 넘는 유기물질이 검출됐다.

최근의 연구에 따르면 환경오염의 증가는 사망자 수와 유의미한 관계가 있다. 호흡성 먼지(PM10)가 사망자 수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는 연구결과가 나오고 있으며, 뇌심혈관계 질환으로 인한 사망과 미세먼지 및 가스상 오염물질(오존, 아황산가스, 이산화질소 및 일산화탄소)의 상관관계가 드러나고 있는 것.

한국환경정책평가연구원(KEI)에 따르면 수도권 대기 중 미세먼지(PM10) 농도가 2014년까지 연평균 30㎍/㎥로 낮아질 경우 30세 이상 성인 사망자 수가 7400명 줄어든다. 2014년까지 대기 질 개선이 이뤄질 경우 줄어들 사망자 수는 수도권 지역별로 서울 2871명(52%), 경기 2142명(38%), 인천 556명(10%)으로 예상된다.

대기오염 심한 시기 임산부 미숙아 출산율 27% 높아

"수도권서 매년 1만280명 조기 사망"

아토피 피부염을 앓는 아이들이 늘어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환경오염은 아토피 피부염을 악화시킨다.

하버드대학 연구팀은 미국의 6대 도시 주민 8111명을 14~16년간 관찰해 나이, 성별, 흡연력 등 개인 위험인자를 통제한 상태에서 대기오염과 사망률의 관계를 분석했는데, 그 결과 미세먼지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Steubenville)는 가장 낮은 도시(Portage)에 비해 사망 위험이 26%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오염이 가장 심한 도시와 가장 적은 도시의 미세먼지 농도 차이가 18.6μg/m3였으므로, 미세먼지 10μg/m3의 차이가 사망률을 14%가량 높인 셈이다. 이 연구결과를 한국 상황에 적용하면 수도권에서 해마다 1만280명이 대기오염으로 인해 조기 사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미세먼지는 눈에는 보이지 않는 작은 먼지 입자로 지름이 10㎛(1㎛는 100만분의 1m)보다 작다. 사람의 폐포에 침투해 사망할 때까지 달라붙어 있는데, 각종 호흡기 질환의 직접적인 원인이 되며 몸의 면역 기능을 떨어뜨린다. 기침과 가래가 심해지면서 감기를 자주 앓고 숨쉬기가 거북해지는 증상이 나타나면 미세먼지를 의심해봐야 한다.

우리가 한 번 숨을 들이마실 때마다 500cc의 공기가 몸속으로 들어오는데, 입자가 큰 먼지들은 호흡기관인 코의 점막과 기도에서 어느 정도 걸러진다. 그러나 미세먼지는 크기가 작아 제대로 걸러지지 않는다. 입자의 지름이 10㎛ 이하의 먼지를 PM10, 2.5㎛ 이하의 먼지를 PM2.5라고 부르는데 작을수록 몸에 더 해롭다.

환경오염은 태아에게도 영향을 미치는 것으로 보인다. 이화여대 하은희 교수팀이 2001~2004년 서울지역 산모 1588명을 대상으로 임신 기간 미세먼지 농도와 출산 시 신생아 체중 등을 추적 조사한 결과, 미세먼지 농도가 ㎥당 10㎍ 높아질 때마다 산모의 저체중아 출산 위험이 5.2~7.4% 올라갔다.

임종한 교수는 2001년 1월∼2002년 12월에 아이를 낳은 여성 5만2113명을 임신 첫 3개월간 노출된 대기 상태에 따라 4그룹으로 나누고 그들의 미숙아 출산 비율을 비교했는데, 오염이 가장 심했던 시기에 임신한 그룹이 가장 양호했던 그룹보다 미숙아 출산율이 27%까지 높았다.

임 교수의 연구에서 주목할 만한 점은 미숙아 출산율이 높은 지역의 대기오염이 대부분 대기환경 기준치를 넘지 않았다는 것. 일산화탄소는 대기환경 기준을 충족했고, 다른 오염물질도 오염이 심각한 곳이 환경 기준을 조금 넘어서는 수준이었다. 이는 한국의 기준치가 너무 높게 책정돼 있다는 사실을 나타내는 것이다.

단병호 의원은 “대기환경 기준과 측정기술을 선진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젠 서울의 공기 질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야 한다. 공해로 아이들이 신음하는 것을 더 이상 내버려둘 수는 없지 않은가. 후손에게 맑은 공기를 물려주는 것은 우리 세대의 의무다.



주간동아 543호 (p26~27)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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