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3

2006.07.11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2005년 자치구별 4대 공해물질 오염도’ 자료 입수.. 성북·마포구 양호, 중구·동대문구 최악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입력2006-07-10 08: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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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주간동아’가 2005년 서울시 자치구별 연평균 오염도 자료를 CAR(컴퓨터 활용 보도)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공기 질이 가장 좋은 자치구는 성북구(전체 평점 71.5. 선진국 기준=100)로 나타났으며 마포구(전체 평점 63.5)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 반면 중구(전체 평점 20)와 동대문구(전체 평점 39) 등은 공기 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 서울시 전체의 평점도 선진국 대비 50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잃어버린 수명 3년을 돌려드리겠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의 선거 슬로건은 자극적이었다. 미세먼지 농도를 ㎥당 30㎍ 줄여 서울시민(25세 기준)의 남은 기대수명을 54세에서 57.3세로 3.3년 늘리겠다는 것.

    맑은 공기는 시민의 건강 및 수명과 직결되며 삶의 질 향상의 ‘필수 조건’이다. 그렇다면 서울의 대기 질은 현재 어떤 수준일까?

    서울은 여전히 ‘회색 도시’다. 공해로 뿌옇고 교통체증에 신음한다. 서울의 대기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하위권. 소리 소문 없이 생명을 앗아가는 ‘살인자’가 하늘을 배회하고 있다.

    수도권의 미세먼지는 선진국 대도시보다 2배 이상 높고, 이산화질소는 1.5배가량 높다. 다만 난방 연료가 개선되면서 일산화탄소 및 이산화황 오염도는 선진국 수준에 도달했다.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서울은 시민들에게 맑은 하늘을 보여주는 데 인색하다.<br>비 온 다음 날의 청명한 서울 전경.

    지난해 서울의 연평균 미세먼지 농도는 OECD 권장 기준치인 40㎍/m3를 크게 웃돈 58㎍/m3로 뉴욕 22㎍/m3, 런던 27㎍/m3, 도쿄 32㎍/m3(이상 2003년 기준) 등 세계 주요 도시보다 2~3배 높았다.

    이산화질소 농도도 지난해 평균 0.034ppm으로 2000년 0.035 ppm, 1995년 0.032ppm, 1990년 0.030ppm과 비교해 악화되거나 개선되지 않았다. 이산화질소의 세계보건기구 기준치는 0.021ppm.

    서울 대기 질 OECD 회원국 중 하위권

    그렇다면 ‘내가 사는 동네’의 공기 질은 어느 수준일까? ‘주간동아’는 최근 ‘2005년 서울시 자치구별 연평균 오염도 자료’를 입수했다. 자치구별로 미세먼지, 오존, 일산화탄소, 이산화질소의 오염도가 공개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환경부가 단병호 의원에게 제출한 이 자료는 △2005년도 자치구별 연평균 미세먼지·오존·일산화탄소·이산화질소 농도 △최근 5년간 다이옥신 측정 결과 △최근 5년간 서울시 오염물질 농도 등으로 이뤄져 있다.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주간동아’가 이 자료를 CAR(컴퓨터 활용 보도) 기법으로 분석한 결과, 공기 질이 가장 좋은 자치구는 성북구(전체 평점 71.5. 선진국 기준=100)로 나타났으며 마포구(전체 평점 63.5)도 상대적으로 양호했다.

    반면 중구(전체 평점 20)와 동대문구(전체 평점 39) 등은 공기 질이 상대적으로 좋지 않았다(자치구별 전체 평점 및 공해물질별 오염도는 지도 기사 참조). 서울시 전체의 평점도 선진국 대비 50으로 낙제 수준이었다.

    중구는 미세먼지와 이산화질소 농도가 모두 높았다. 미세먼지는 m3당 73㎍로 서울시의 연간 기준치인 m3당 60㎍을 초과했고, 이산화질소 오염도(서울시 기준치는 0.040ppm)도 0.039ppm으로 동대문구에 이어 두 번째로 나빴다. 자동차 통행이 잦은 데다 고층건물이 많아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까닭이다.

    동대문구는 미세먼지 오염도에선 우수한 편이었으나 이산화질소 오염도가 0.048ppm으로 자치구 중 가장 심각했다.

    이는 서울시가 목표로 삼고 있는 파리 수준(0.022ppm)의 2배가 넘는 수치다.

    25개 자치구 중 미세먼지 오염도가 가장 낮은 곳은 마포구로 서울시의 목표치인 m3당 40μg에 근접한 m3당 44μg에 그쳤다. 미세먼지 오염도가 낮은 자치구는 대개 마포구처럼 공기 순환이 원활한 지형을 갖고 있다.

    연평균 이산화질소 농도가 가장 낮은 자치구는 성북구(0.028ppm)로 나타났는데, 성북구의 이산화질소 오염도는 선진국 수준(0.022ppm)에 근접한 수치다. 성북구는 m3당 미세먼지도 52μg으로 양호했다.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강남지역의 경우 강남구(전체 평점 61), 송파구(전체 평점 48.5)의 미세먼지 오염도는 각각 m3당 46μg, 56μg으로 상대적으로 양호했으나 서초구(전체 평점 42점)는 m3당 61μg으로 서울시 평균을 상회했다. 강남지역 3개 자치구의 이산화질소 농도는 모두 0.036ppm으로 서울시 평균보다 다소 높았다.

    오존 오염도가 상대적으로 높은 자치구는 노원구(전체 평점 61), 은평구(전체 평점 45), 관악구(전체 평점 48), 도봉구(전체 평점 42)로 각각 0.023ppm, 0.022ppm, 0.021ppm, 0.020ppm이었다.

    도봉구와 은평구는 오존뿐 아니라 미세먼지 오염도에서도 각각 72㎍/m3, 70㎍/m3로 최하위권이었는데, 두 지역은 우수한 자연환경을 갖추고 있으나 분지 지형인 탓에 공기 순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아 공기 질이 좋지 않다는 게 전문가들의 분석이다.

    오세훈 시장 벤치마킹 상대는

    “‘미친 사람’ 소리 들은 도쿄도지사 닮아라”


    "미세먼지 서울 테러"숨쉬기 겁난다
    오세훈 신임 서울시장(사진)은 선거 과정에서 ‘녹색 후보’임을 강조하며 “4년간 1조원을 투입, 서울의 대기 질을 도쿄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공약했다.

    수도권 자치단체들은 ‘수도권 대기환경 개선에 관한 특별법’이 시행되면서 2014년까지 미세먼지 40㎍/㎥, 이산화질소 0.022ppm 달성을 목표로 공해저감 정책을 추진해왔다.

    이 같은 목표를 자신의 임기 내인 2010년까지 이루겠다는 게 오 시장의 공약이자 목표다. 8년 걸릴 일을 2배의 예산을 투입해 4년 만에 달성하겠다는 것.

    서울시정개발연구원 조사에 따르면 서울의 미세먼지 발생량은 3만3577t으로 도쿄의 두 배 수준이며, 미세먼지의 77.4%는 자동차 배기가스에서 나온다(2002년 기준).

    서울은 바다를 끼고 있는 도쿄와 달리 산에 둘러싸인 분지로 대기오염원이 잘 배출되지 않는 지형을 가지고 있다.

    전문가들은 “도쿄 수준의 공기 질을 원한다면 이시하라 신타로 도쿄도지사를 꼼꼼하게 벤치마킹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도쿄도는 DPF(매연 여과장치)를 부착하지 않은 경유차는 도심 운행을 제한하는 ‘노(NO) 디젤차’ 정책을 펼쳐 3년 만에 대기 질을 획기적으로 개선했다.

    도심 곳곳에 공기정화 설비를 설치하면서 질소산화물을 크게 줄였고, 지하철 배기가스 정화시스템과 경유자동차규제법 등도 시행했다. 도쿄도는 또 대기오염의 주범이던 시내버스 약 7000대에 매연을 거르는 장치를 설치했으며 미세먼지 배출량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는 차량에 대한 단속도 철저하게 했다.

    오 시장의 정책도 도쿄도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다. △노후 경유차의 조기 폐차 △DPF 부착 유도 △공해 저감형 버스 확충 △오염물질 총량관리제 도입 등이 그것이다.

    문제는 예산 확보다. 4년간 필요한 1조원의 자금 중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하는 부분은 서울시가 마련해야 한다. 또한 노후한 경유차의 폐차 및 DPF 부착 유도 정책은 시민과 갈등을 빚을 수 있으며 법적 혹은 정책적 강제 수단이 요구된다. ‘유도’하는 것만으로는 목표를 달성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단병호 의원은 “오세훈 시장의 공약을 보면 환경정책과 개발정책이 충돌하는 측면이 있다. 자동차 배출가스는 줄어들지 몰라도 대규모 공사와 철거로 분진과 미세먼지는 증가할 것이다. 정책의 실효성에 대해 회의적이다”라고 말했다.

    서울시립대 동종인 교수(환경공학부)는 “이시하라 지사는 시민들한테서 ‘미친 사람’이라는 소리를 들으면서도 의지를 굽히지 않고 공기 질 개선에 나섰다”면서 “중앙정부와 시민, 자동차 업계의 협조를 얻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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