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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손학규 前 경기지사

“디지털 정치로 패거리 구도 타파”

“벽돌 한 장 쌓는 각오로 출발, 시대정신 갖춘 지도자 나와야”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디지털 정치로 패거리 구도 타파”

“디지털 정치로 패거리 구도 타파”

손학규 전 경기지사 약력
。경기 시흥 生
。경기고, 서울대 정치학과
。영국 옥스퍼드대학 정치학 박사
。서강대 교수
。3선(14·15·16대) 의원
。보건복지부 장관
。경기도지사

손학규 전 경기지사의 명(明)과 암(暗)은 뚜렷하다. 손 전 지사는 2002년 여름 임기가 시작된 민선 3기의 240여 자치단체장 가운데 대표적인 성공 인물로 꼽힌다. 손 전 지사의 ‘명’이다. 그는 100개가 넘는 해외 첨단기업을 유치했고 7만 개의 일자리를 만들어냈다. 그런 만큼 퇴임하는 손 전 지사에 대한 언론의 집중 조명은 다른 단체장과 비교가 안 될 정도.

성공한 도백이란 평가와 달리 ‘대선주자 손학규’에 초점을 맞추면 세인들의 평가는 인색해진다. 한 자릿수를 벗어나지 못하는 지지율이 이를 증명한다. 측근들은 ‘저평가 실적 우량주’로 평가하지만 ‘(지지율이 낮아) 죄를 짓고 있는 느낌’이란 솔직한 입장도 피력한다. 손 전 지사가 극복해야 할 ‘암’이자 과제다.

꼴찌는 1등과 2등의 움직임에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그것이 숙명이다. 도백 임기를 마친 손 전 지사가 그 숙명에 도전하겠다며 길을 나섰다. 6월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경기도청 서울지사 집무실에서 만난 손 전 지사는 강한 자신감을 드러냈다.

100일간 민심대장정 통해 진정한 민의 파악

-4년 임기를 마친 소회가 남다를 것 같습니다.



“경기도지사로 일할 기회를 가진 것은 축복이자 행운이었습니다. 정말 원없이 일했습니다.”

-무엇을 얻고 무엇을 잃었나요.

“경기도는 한국 경제의 20%를 차지합니다. 첨단산업 분야에서는 비율이 40%로 높아집니다. 10~20년 후 대한민국의 미래를 준비한다는 차원에서 외국 첨단산업을 유치하고 R·D센터를 만들었습니다. 경기도에서 대한민국의 인프라를 구축한다는 생각으로 도정을 이끌었고 나름대로 뼈대를 구축했다고 자부합니다.”

-만인산(조선시대에 백성들이 이임하는 관리의 공덕을 기려 전달한 송덕 기념품)을 거절했다는데요.

“공직자로서 당연히 할 일을 한 것이고…. 마음으로 받았습니다.”

-100일간의 민심대장정에 나선다지요. 지나온 과거를 되돌아보는 성찰의 시간인가요, 아니면 내일의 비전을 찾으려는 미래에 대한 투자인가요.

“민심의 바다, 광야로 들어가고자 하는 것입니다. 국민의 마음을 얻을 것입니다. 지금 권력은 여의도에서 나옵니다. 그 개념은 이제 바뀌어야 합니다. 권력은 여의도가 아니라 국민으로부터 나와야 합니다. 국민들이 겪고 있는 어려움은 뭔가, 진정 바라는 것은 뭔가를 생각해야 합니다. 이번 기회를 통해 이를 파악할 생각입니다.”

-여의도의 정치문화가 하루 이틀에, 한두 사람에 의해 바뀔까요.

“경제는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사람들의 삶도 급속도로 디지털화하고 있습니다. 정치는 어떻습니까. 여전히 아날로그 방식을 벗어나지 못하고 있습니다. 디지털 정치는 입출(入出)이 유연합니다. 아날로그 정치는 그 반대입니다. 자기 것을 차지하고 앉아 패거리 지어서 땅 따먹기에 시간을 다 소비합니다. 이런 정치로는 국민에게 희망을 줄 수 없습니다. 이 구도는 깨져야 합니다. 디지털 시대가 경계를 허물고 있습니다.”

-이른바 시대정신론이군요.

“그렇습니다. 지금은 글로벌 시대, 지식기반 사회, 그리고 네트워크 사회입니다. 네트워크 사회는 점점으로 연결되어 통하지 않는 데가 없습니다. 우리가 세계 속에 살고 있음을 인식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우물 안 개구리가 되어선 안 됩니다. 정보통신 혁명은 경제와 사회 체제를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습니다. 이런 흐름에 능동적으로 대응해야 합니다.”

-5·31 지방선거에서 보여준 국민들의 극단적 선택을 어떻게 보시는지요.

“결국 아날로그식 정치문화를 극복하지 못한 우리 정치의 폐해가 현실로 나타난 것입니다. 정치권의 책임입니다. 국민은 피해자입니다. 이 정부는 대립과 분열, 갈등의 정치로 주도권을 잡으려 했습니다. 뭐든 ‘꺼리’만 있으면 대리 갈등을 부추겼고 그 과정을 통해 정치적 반사이득을 취하려 했습니다. 이걸 국민들이 간파해 응징한 것입니다.”

-한나라당은 잘했다는 말로 들립니다.

“성(城)을 쌓는 자는 망하고 길을 내는 자는 흥합니다. 승리에 들떠 과거의 성에 안주하면 국민의 기대를 외면하는 결과를 초래할 것입니다. 냉엄한 성찰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 정권이 대립과 갈등, 무능함만 보여주다가 이렇게 됐으므로 우리는 대립과 갈등을 극복하는 대융합의 정치로 나아가야 합니다.”

-한나라당은 자기 성찰보다 승자의 기쁨을 만끽하는 분위기입니다.

“근래 보기 드물게 당 지지율이 50%를 상회하고 있습니다. 자칫 잘못하면 자만에 빠질 수 있는 환경입니다. 한 당의 지지도가 이렇게 높은 경우는 흔치 않습니다. 결과적으로 좋은 현상이 아닙니다. 당은 항상 민심의 향배를 살피고 자세를 낮추어야 합니다.”

-한나라당의 대선후보를 뽑는 경선을 관리할 대표가 갖춰야 할 리더십은 무엇이라고 보나요.

“경선을 공정하고 안정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지도체제가 구축돼야 합니다. 공정성은 기계적 균형감을 말하는 게 아닙니다. 집권에 필요한 외연을 넓힐 수 있는 포용력과 정치력을 겸비해야 합니다.”

-당내 소장파들은 젊고 개혁적인 대표를 내겠다고 하는데.

“한나라당이 보수주의 정당을 표방하는 것은 문제 될 게 없습니다. 그렇지만 보수도 자기 혁신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개혁을 포기한 보수는 수구가 됩니다. 한나라당에 개혁 에너지를 보탤 수 있는 소장 개혁세력은 당의 소중한 자산입니다.”

-국민들이 ‘높은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참여정부의 정책을 놓고 말이 많습니다.

“세금으로 부동산을 잡겠다는 발상은 잘못됐습니다. 참여정부의 실책입니다. 부동산 버블을 잡겠다는 의지는 좋지만 방법은 서툴렀습니다. 정부의 가장 큰 약점은 시장에 겸손하지 못한 것입니다. 참여정부는 시장에 충실하지 않았습니다.”

-어떻게 하는 것이 시장에 충실한 것인가요.

“현대자동차 정몽구 회장이 구속됐을 때 안면이 있는 미국 기자가 전화를 해와 ‘재판 결과가 나온 후 구속시키는 것이 합당하지 않느냐’고 물었습니다. 정 회장을 구속시킨 담당 검사를 욕하는 것은 아닙니다. 대통령은 또 다른 측면에서 이 문제를 고민할 필요가 있다는 점을 강조하고 싶습니다. 검찰총장을 불러 ‘사법문제가 아니라 경제문제다’라고 따질 수 있는 문제라고 봅니다. 노 대통령은 국가지도자로서 뭘 해야 하는지를 잘 모르고 있습니다. 역사의식에 문제가 있습니다.”

-지역균형발전론 같은 정책은 나름대로 정책으로서의 가치를 평가받을 수 있지 않나요.

“지역균형발전론은 참여정부의 주요 아젠다였습니다만, 중앙과 지방의 격차만 더 벌려놓았습니다. 선택과 집중의 원칙에 따라 지방에 전략적 집중투자를 해야 했습니다. 평균을 강요하면서 수도권을 눌렀습니다만, 눌린 것들이 지방으로 빠져나가지 않았습니다. 지방균형발전론은 정치적 도구였을 뿐입니다.”

-한나라당 역시 구체적 대안 제시에는 서툴지 않았나요.

“그렇기 때문에 지방선거에서 이겼다는 분위기에서 가급적 빨리 벗어나야 합니다. 당은 개혁의 대장정에 나서야 합니다.”

-여성 대통령은 시기상조인가요.

“여성이라서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것은 편견에 가깝습니다. 사회 자체가 급격하게 변화해 새 문명이 도래했습니다. 지식과 정보 산업이 주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디지털 기술혁명에 따라 사회구조와 문화가 바뀌고, 그것이 문명으로 자리 잡고 있습니다. 이런 시대정신을 갖고 있는지가 다음 대통령을 뽑는 판단 기준이 돼야 한다고 봅니다.”



주간동아 543호 (p20~21)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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