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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 많고 탈 많은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한 달 100여 곳씩 증가 … 상품권 환전소까지 운영 ‘위법’ 중독자 양산, 가산 탕진 등 ‘폐해’

  •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말 많고 탈 많은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말 많고 탈 많은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성인오락실 내부 모습.

시작한 지 5~6개월 만에 500만원 이상을 잃은 것 같아요. 한 달에 평균 100만원 정도 썼다고 보면 돼요. 사실 고래 한 마리만 잡으면 해결되는데….”(웃음)

대전에서 부동산중개업을 하는 김민섭(가명·33) 씨는 퇴근하기 무섭게 성인오락실로 달려간다. 지난해 말 친구를 따라 처음 갔던 성인오락실에서 단돈 5만원으로 200만원을 딴 뒤 그의 퇴근길 발걸음은 언제나 오락실로 향했다.

“처음 갔던 날을 지금도 잊지 못한다”는 김 씨의 한 달 수입은 대략 300만원 정도. 그는 한 달 수입의 3분의 1 이상을 오락실에 쏟아붓고 있다.

취재팀은 6월14일 밤 서울 마포에 위치한 한 성인오락실을 찾았다. 오락실 안의 게임기 50여 대는 모두 성인오락의 대명사인 ‘바다이야기’였다. 자리를 지키고 있는 손님은 채 10명이 되지 않았지만 40여 대의 게임기는 대부분 대박의 꿈을 안고 가뿐 숨을 내쉬며 돌아가고 있었다. 사람이 없는 게임기의 베팅 버튼 위에는 약속이나 한 듯 모두 재떨이와 라이터 등이 올려져 있었다. ‘오토 베팅’이 이뤄지고 있었던 것. “빈자리냐”는 질문을 던지자 한 남자는 주변을 돌아보며 “(앞뒤) 4대 모두 내가 돌리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아까 저기 있는 게임기에서 잭팟이 터지던데, 지금 비어 있으니 한번 가봐라”며 친절하게 손짓까지 해보인 뒤 다시 게임기에 집중했다.

취재팀이 가져간 ‘시드머니’ 10만원을 잃는 데는 채 2시간이 걸리지 않았다. 정확하게 잃은 돈은 8만원이었다. 문화상품권(5000원권) 4장을 들고 나왔으니까.



법적으로 한 번 게임으로 받을 수 있는 상품권의 최대 한도는 2만원(5000원권 4장)이지만, 현실은 이와 무관하다. 실제 게임에서는 ‘연타’ ‘예지’ 기능이 작동하며, 200만~

300만원이 넘는 상품권이 쏟아지는 경우도 ‘아주 가끔’ 발생한다.

지난해 말 전국 1만4000개 성업

성인오락실로 온 나라가 뒤숭숭하다. 도시, 농촌 할 것 없이 대박의 꿈을 좇는 사람들의 발걸음은 오늘도 오락실로 향하고 있다. ‘꿈은 이루어진다’는 월드컵 문구는 오락실로 향하는 사람들의 가슴에서 새록새록 꽃을 피우고 있다.

경찰청 집계 결과, 지난해 말 현재 우리나라에는 총 1만6000여 개의 오락실이 성업 중이다. 그중 청소년을 상대로 한 전통적인 의미의 오락실은 2000여 개에 불과하다. 나머지 1만4000개에 달하는 오락실이 모두 성인오락실인 것이다. 그리고 이 숫자는 매년 1000~2000개 이상 증가하고 있다. 서울경찰청의 한 관계자는 “서울에서만 한 달에 50~60개 정도의 성인오락실이 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전국적으로는 100개 이상 생기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오락실발(發)’ 사건 사고도 이어지고 있다. 이혼이나 개인파산 등 가정파탄은 물론이고, 오락실에서 가산을 탕진한 가장과 주부들, 대학생들의 비관자살까지 발생할 정도다. 몇 년 전까지만 해도 고스톱, 마작, 포커 등에 중독된 사람들이 주로 가입해온 인터넷 상의 ‘단도박 모임’에도 오락실 중독자들의 가입이 폭증하고 있다. 한 ‘단도박 카페’의 운영자는 “회원 2000여 명 중 성인오락 게임 중독자가 500명 정도 된다. 불과 2~3년 사이에 폭증한 결과”라고 밝혔다.

성인오락실로 인한 폐해가 주로 서민과 농어민에게 집중돼 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50, 60대 퇴직자나 농한기 농촌에서의 폐해는 아직 공식적으로 집계되지 않고 있지만, 더는 방치할 수 없는 수준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말 많고 탈 많은 성인오락실 우후죽순

인터넷에 올라 있는 ‘바다이야기’ 등 각종 게임의 홍보용 사진.

인터넷에 떠도는 성인오락실 피해자들의 각종 민원(?)은 사안의 심각성을 가늠케 한다. 자신을 지방의 작은 도시에 살고 있다고 소개한 한 누리꾼은 “오빠가 성인오락게임에 중독된 것 같습니다. 2년 정도 스크린경마를 하더니 지금은 바다이야기, 보물섬 등 이것저것 합니다. 횟수도 한 달에 열 번 정도 하더니 최근 3개월 동안은 매일 하면서 5일이나 7일에 한 번씩 잠깐 집에 옵니다. …친척들이 신원보증을 1억원 정도 서줬는데 (오빠가) 회사 자금을 운영하는 직업이라 회사 자금을 오락에 쓰는 게 아닌지 의심도 갑니다”(대화명 비공개)라고 적고 있다.

이와는 반대로 도박으로 꿈을 이루려는 사람들의 ‘SOS’도 많이 올라오고 있다. 포털사이트나 블로그 등에는 매일 수십 건씩 “성인오락 바다이야기 공략법, 자세한 정보 좀 가르쳐주세요. 확실한 걸로요”와 같은 문의가 이어지고 있고, 이에 대한 성실한(?) 답변도 쏟아지고 있다.

경품 받은 상품권 곧 환전 ‘사실상 현금장사’

성인오락실이 본격적으로 늘어난 것은 2002년 정부가 인형 등 실물로만 국한하던 성인오락실 경품에 상품권을 포함시키면서부터다. 성인오락실의 경품 환전 행위를 막고 문화산업을 활성화한다는 게 당시 정부가 내건 명분이었다. 문화관광부는 “이전 성인오락실에서 경품으로 주던 물건들이 조잡한 중국산 토기·곰인형 같은 것이어서, 이를 바꿔 책도 보고 영화도 보라는 건전한 취지에서 문화상품권 경품을 도입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그러나 이 같은 정부의 결정은 엉뚱한 결과를 가져왔다. 경품용 상품권이 사실상 현금으로 유통되면서 시장 규모가 급속도로 커진 것이다. 2003년 말 5000억원 정도로 추정되던 상품권 시장은 3년 만인 지난해 2조원대로 4배 이상 늘었다.

6월15일 현재 우리나라에는 18종의 상품권이 한국게임산업개발원으로부터 공식 지정받아 유통되고 있다. 올해 들어서만 8종이 늘어났다. 현재 성인오락실에서 경품으로 상품권을 주는 곳은 우리나라가 유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상품권이 문제가 되는 이유는 이것이 곧바로 현금화된다는 데 있다. 모든 성인오락실 근처엔 상품권을 환전해주는 공간이 마련돼 있다. 환전소 자체가 위법은 아니지만, 법대로라면 이런 환전소는 오락실 업주와는 무관한 제3자가 운영해야 한다. 하지만 실상은 그렇지가 않다. 6월15일 취재팀이 찾아간 광화문 인근의 한 성인오락실의 경우에도 오락실 바로 옆 환전소에서 오락실 직원이 1~2시간씩 교대로 일을 하고 있었다. 게임장과 환전소가 사실상 하나로 운영되고 있었던 것.

게다가 법적으로 한 번 게임기를 통과한 상품권은 오락실에서 다시 사용할 수 없도록 되어 있지만 ‘법은 말 그대로 법’일 뿐이다. 한 게임장 업주는 “솔직히 말해 이 장사를 하는 사람 중에 정부가 정한 규칙을 다 지키는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보통 오락실 하나 차리는 데 적게 잡아도 7억~8억원이 들어가는데, 규칙 지켜가면서 장사하다가는 이자도 못 건진다”며 현실을 꼬집었다.

성인오락실의 실제 수익원은 게임기가 아닌 환전소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통상 상품권 액면가의 10%를 수수료로 떼기 때문. 예를 들어 상품권 10만원어치를 환전하면 10%를 뺀 9만원만 현금으로 돌려주는 식이다. 이 때문에 성인오락실은 손님의 승률이 100% 이상이라고 해도 절대 손해보지 않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실제로 대부분의 게임기 승률은 95~105% 정도로 맞춰져 있으며, 심지어 107%까지 올려 손님들을 유혹하는 업소도 있다. 그럼에도 돈을 땄다는 사람은 찾아보기 힘든, 이해할 수 없는 구조의 중심에 바로 ‘10% 공식’이 있는 것이다.

환전 수수료 10% … 항상 잃는 게임의 법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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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오락실 근처의 상품권 교환소 모습.

성인오락실이 위조지폐의 돈세탁 장소로 활용되는 것도 큰 문제로 대두되고 있다. 모양과 크기만 같으면 진폐로 인식하는 성인오락 기계의 맹점을 이용한 범죄가 생겨나고 있는 것. 실제로 2월 목포와 대구 지역 성인오락실에서 1만원권 위조지폐 900여 장이 무더기로 발견됐고, 3월에는 경기도 오산과 화성의 성인오락실에서 1100여 장의 위조지폐가 나왔다. 특히 대구에서 발견된 위폐의 경우 검거된 위폐 제조범 일당이 아예 성인오락실용으로 1만원권을 위조한 뒤 인터넷을 통해 1장당 2000원씩에 팔았다는 사실을 털어놔 충격을 주기도 했다.

성인오락실 시장은 삼국지를 방불케 한다. 200종이 넘는 게임이 유통되고 있지만, 실제로는 3가지 게임이 시장을 평정하다시피 했기 때문. 3개의 ‘주류’ 게임기는 황금성, 바다이야기, 오션 파라다이스다. 이들은 모두 화면이 돌아가다가 멈추는 ‘릴’ 게임기들로, 업계에서는 이들을 ‘3대 메이저’라고 부른다. 특히 2004년 12월 출시된 ‘바다이야기’는 사실상 업계를 평정해 ‘메이저 중의 메이저’로 불리고 있다.

이들 ‘메이저 게임기’의 1대당 가격은 700만원에서부터 900만원대에 이른다. 게임기 사양과 지역에 따라 1000만원이 넘는 것도 있다. 게임장들은 이런 게임기를 평균 40~50대에서 100대 이상 들여놓고 있으니, 업소 하나를 차리는 데 들어가는 기계값만 수억원에서 10억원이 넘는 셈이다. 서울 장한평에서 게임장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이 사업은 돈이 많이 들어 혼자 하기가 벅차다. 우리 가게의 경우 4명이 동업을 하고 있고, 가게문을 여는 데 총 14억원 정도 들었다. 4명 중 한 사람은 내 친구고, 두 사람은 이 사업을 하면서 알게 된 사람들로 전직 공무원이다”라고 말했다.

부황라열 전 서울대 총학생회장이 몸담았던 지코프라임은?

대박 게임기 ‘바다이야기’ 제조·유통업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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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인오락실 문제는 최근 엉뚱한 곳에서 사회문제로 떠올랐다. 6월12일 서울대 총학생회장직을 사퇴한 황라열(사진) 씨가 성인게임기 ‘바다이야기’의 제조·판매사인 ㈜지코프라임의 현직 음향팀장이라는 사실이 알려진 것. 특히 지난해 서울대 총학생회가 모금한 기부금의 상당 부분을 ㈜지코프라임에서 지원한 것으로 드러나 파장이 증폭됐다.

㈜지코프라임은 성인오락 게임기인 ‘바다이야기’를 제조·유통하는 업체다. ‘바다이야기’는 게임개발 업체인 에이원비즈가 2004년 선보인 성인오락용 게임으로, ㈜지코프라임은 ‘바다이야기’의 전국 판매를 총괄하고 있다. 그러나 두 회사는 모양새만 별개일 뿐 사실상 하나의 회사로 운영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주소와 전화를 같이 쓸 정도.

㈜지코프라임은 성인오락실 업계의 ‘삼성그룹’으로 불린다. 창업 첫해인 2005년 매출 1215억원, 영업이익 218억원, 당기순이익 160억원이라는 놀라운 실적을 올렸으며, 올해 들어 4월 말까지 매출 792억원, 영업이익 211억원, 당기순이익 156억원을 달성, 지난해 연간 실적에 근접할 정도로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지코프라임의 효자 상품 ‘바다이야기’의 성공에는 ‘차별화’가 큰 몫을 차지했다. 종전의 칙칙한 나무 케이스로 만들어진 기계와 달리 26인치 LCD 모니터에 금형 케이스를 씌워 성인오락실 게임기 시장에 일대 혁신을 불러온 것. 게다가 타 게임기와 달리 고래가 화면에 나타나 ‘잭팟’을 터뜨릴 기회가 오고 있음을 알려주는 ‘신호’가 나오기 때문에 중독성이 강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게임장에서 만난 한 회사원은 “모니터에 상어와 고래, 인어 등이 나타나는 순간 수백만원의 돈이 굴러 들어온다는 환상에 사로잡혀 쉽게 끊지 못하게 된다”며 “바다이야기는 한 번 터지면 같은 기계나 라인에서 연속해서 터지는 경우가 많다. 줄만 잘 타면 큰돈을 벌기도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543호 (p36~38)

한상진 기자 greenfish@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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