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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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과 고난의 현대사 재생

  • 이병희 미술평론가

    입력2006-06-21 17:2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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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쟁과 고난의 현대사 재생

    ‘역 구내 식당’

    어린 시절의 추억은 꿈과 그리움, 그리고 트라우마로 이루어진다. 그렇다면 식민지, 전쟁과 분단, 이별, 가난, 독재, 재건 등으로 이어져온 우리 근현대사에서 1950년대는 개인에게 어떤 기억으로 자리 잡고 있을까.

    서울 종로구 신문로2가 골목에 위치한 전시장 아트포럼뉴게이트에서 전시를 여는 오우암(1938~ )은 자신의 유년시절 풍경을 기억으로 그려낸다. 6·25전쟁 때 부모를 여의고 수녀원에서 보냈다는 오우암의 유년시절 기억에는 기차역 앞에서 스펙터클한 광경을 지켜보는 작가의 모습이 등장한다. 아마도 그의 기억은 여기에서부터 출발하는 듯하다. 즉 끝없이 이어질 것 같은 철길, 오가는 열차들, 역구내에 모여 있는 군중으로 그의 기억은 구성된다(‘역구내’ ‘역구내 식당’ ‘철길 건널목’). 고아로 자란 그에게 지게를 진 어머니의 뒷모습 ‘울엄마’는 우리네 삶의 고단함과 노동의 압박을 전해준다. 오우암의 풍경들은 그 시대를 겪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늘 이야기해온 공통된 정서다.

    전쟁과 고난의 현대사 재생

    ‘울엄마’

    오우암의 1950년대 풍경은 국가 전체가 전후 복구사업에 나서고, 동시에 전쟁의 트라우마가 여전히 잔존하는 시기임에도 담담하기만 하다. 전반적으로 어두운 색조의 우울한 풍경 속에 우리의 수많은 이야기와 상처는 침잠되어 화석화된다. 냉정할 정도로 담담한 풍경, 그렇지만 은연중에 스며나오는 우울함과 그리움.

    혹자는 역사의 한 단면인 오우암의 풍경 속에서 개인의 그리움 이상의 어떤 것을 발견하려고 할지도 모른다. 그것은 우리 아버지 세대가 당신의 부모 세대에 대해 느꼈던 부채의식과도 같은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우리 역사에 대해 윤리적 고통을 느껴야 한다는 강박으로 나타난다. 하지만 우리는 그 풍경 속에서 끔찍한 현실의 고통, 잔혹한 죽음이나 이별의 느낌을 받지 못한다. 오히려 지속된 삶의 여정처럼, 그의 길이 자연스럽게 우리 시대로 이어져오고 있을 뿐이다.

    오우암의 풍경들로 인해 우리의 강박은 오히려 느슨해진다. 아니, 그의 그림들에서 우리는 무엇인가 대단하고 슬픈 것이 있다고 생각하는 역사에 대한 강박의 허무한 이면을 보는 것 같다. 역사 속에서 한 개인은, 사적인 기억과 추억이 보편이라는 이름의 망각 속으로 해체돼버린 뒤에 남은 체념과 무기력함, 그리고 역사의 이데올로기로 자신의 상처를 구성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6월19일~7월1일, 아트포럼뉴게이트, 02-737-90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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