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536

2006.05.23

인간관계 때문에 이직하다 메뚜기 된다

  • 김현정 커리어디시젼 대표 hjkim@careerdecision.co.kr

    입력2006-05-17 18: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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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인간관계 때문에 이직하다 메뚜기 된다
    직장생활을 하다 보면 사표를 쓰고 싶은 때가 한두 번이 아니다. 실제로 절반이 넘는 직장인이 사표를 서랍에 넣어두고 다닌 적이 있다고 한다. 하지만 중요한 점은, 이런 사람들 대부분이 실제로 직장을 옮기지는 않는다는 사실이다. 실행에 옮겼다고 하더라도 이직이 성공했다고 스스로 평가하는 사람들은 10% 안팎인 것으로 나타났다. 즉 이직은 직장인들에게 어떤 돌파구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달콤한 유혹에 지나지 않은 경우가 많다.

    그러면 무조건 직장을 옮기지 않는 것이 잘하는 일일까? 지금 하는 일이 적성에 맞지 않거나 회사가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는 경우, 비윤리 경영 등 회사에 치명적인 이유가 있을 때는 과감하게 결단을 내려야 한다. 하지만 이런 이유가 아니라면 이직은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는 행위임을 염두에 둬야 한다. 무엇보다 회사를 옮겨야 하는 시기와 명분이 분명히 있어야 한다. 같은 일을 다른 회사에서 하는 이직의 경우 그 이유를 지금 직장에서 찾아서는 곤란하다. 지금 직장에서 곤란한 일이 있다고 해서 다른 회사로 옮겼을 경우 새 직장에는 문제가 없다는 보장이 없다.

    김 대리는 제약회사 영업 일을 5년 동안 하다가 일이 너무 싫어 지난해 의료기 영업 쪽으로 옮겼다. 하는 일이 크게 다르지 않아 쉽게 적응했다. 급여가 적어지긴 했지만 일 자체는 전 직장보다 훨씬 좋다고 한다. 하지만 여기서도 문제가 없는 것은 아니었다. 상사와의 관계가 가장 큰 문제였다. 전 직장은 상사와 동료들과의 관계가 대학 선후배 사이처럼 돈독하고 의지가 되어 5년 세월을 버틸 수 있었다. 하지만 새 회사 분위기는 매우 개인적이고, 상사는 실적만 채근할 뿐 인간적인 관계가 맺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생각다 못해 헤드헌터에게 이력서를 보냈는데 최근 외국계 제약회사에서 입사 제의를 받았다. 그러나 지금 회사에서의 상사와의 관계도 견디기 힘들지만, 다시 제약회사에 가서 예전에 하던 일을 해야 한다니 끔찍한 생각이 들어 고민하고 있다고 했다.

    사람들은 현실에 있는 문제 때문에 현상을 왜곡하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것을 잊곤 한다. 인간관계는 직장생활을 어렵게 하는 첫 번째 요인이다. 어디를 가나 인간관계가 가장 큰 문제로, 김 대리의 전 직장은 예외적인 상황이었다고 할 수 있다. 지금 상사에 대한 불만도 어찌 보면 전 직장과의 비교를 통한 불만일 수 있다. 모든 것을 다 충족시키는 완벽한 직장이 있으리라는 기대로 이직하지만, 막상 옮겨가면 지금 직장에서 전혀 문제가 되지 않았던 것이 갑자기 문제가 될 수 있는 것이다.

    따라서 지금 직장에서 하는 일이 나에게 맞고 성취감을 주는 것이라면 다른 문제는 참고 넘어가거나 개선을 위한 본인의 노력이 먼저 필요하다. 일반적으로 이직이 잦은 사람을 안 좋은 시선으로 보는 이유는, 그 사람이 어려움이 있을 때 정면 돌파를 하거나 참아내지 못하고 ‘이직’으로 해결하려는 사람이 아닌가 하는 생각 때문이다. 지금 김 대리가 이직한다면 이런 부류의 이직자로 인식될 수 있다. 당장은 문제가 되지 않을 수 있어도 나중에 중요한 이유로 이직할 때 치명타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옮겨가는 직장이 나의 경력과 성취에 도움을 준다면 이직을 심각하게 고민해봄직하다. 내가 하고자 하는 일을 보장해주거나 커리어에 득이 된다고 생각될 때 이직해야지, 일 외적인 문제로 인해 일단 아무 데나 옮기고 보자는 식의 생각은 또 다른 실패를 낳게 할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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