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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 13일

미국 앞마당 쿠바, 아직도 먼 나라

  • 이명재 자유기고가

미국 앞마당 쿠바, 아직도 먼 나라

미국 앞마당 쿠바, 아직도 먼 나라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한국이 선전한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가장 상처를 많이 받은 나라는 미국이다. 야구 종주국이라는 자존심이 무색하게 4강에도 오르지 못한 게 가장 큰 이유지만 또 한 가지가 있다. 앙숙 쿠바가 준우승하는 모습을 지켜봐야 했던 것. 게다가 쿠바가 상금을 이재민 성금으로 내놓았으니 미국은 어지간히 열 받았을 것이다.

원래 쿠바는 미국의 경제제재로 대회 출전 자체가 불투명했다. 대회 주최 측이 쿠바를 참가시키려고 하자 미 재무부는 ‘미국이 쿠바에 경제제재 조치를 취하고 있는데 쿠바가 WBC 배당금을 받아서는 안 된다’고 제동을 걸었다. 그러자 쿠바는 수익금을 지난해 미국 남부지역을 휩쓴 태풍 카트리나 이재민 돕기에 쓰겠다고 약속했다.

쿠바는 사실 우리에겐 먼 나라다. 거리도 멀지만, ‘맹방’ 미국의 적국인 데다 ‘47년째 1인 독재체제의 사회주의국가’라는 이미지도 그 거리를 더욱 키웠다.

독재자 카스트로, 체 게바라와 인연이 있는 나라, 명품 시가와 아마 야구 강국 그리고 미국 정부의 골치를 썩히는 나라. 이 정도가 우리가 쿠바에 대해 알고 있는 몇 가지의 ‘상식’일 것이다. 그리고 이 상식 중 대부분은 서방 언론-더 정확히는 미국의 보수언론-을 통해 접한 정보에 의한 것이리라.

빔 벤더스 감독의 영화 중에 전 세계적으로 크게 히트한 작품으로 ‘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이 있다. ‘흑인과 백인 음악의 완벽한 조화’라는 평을 받는 쿠바 음악을 감상할 수 있는 작품인데, 영화 제목은 쿠바 수도 아바나에 있던 큰 음악살롱 이름을 따온 것이다. 이 살롱은 쿠바에서 최고 실력을 가진 사람들만 연주하고 노래하던 곳이었는데, 1959년 쿠바혁명 이후 쇠락하게 된다.



카스트로가 정권을 잡고 독자적 사회주의 노선을 걷기 시작한 1959년 이전, 아바나는 고급호텔과 도박장, 사교 클럽이 모인 관광 명소로 이름이 높았다. 특히 미국 부자들 사이에서 지상낙원으로 불린 세계 최고의 휴양지였다. ‘대부 2’에서도 후계자 돈 콜레오네의 아들 마이클(알 파치노)이 아바나에서 다른 마피아 보스들을 만나 새로운 사업을 구상하는 장면이 나온다. 마이클이 아바나를 방문한 때가 바로 카스트로에 의해 바티스타 정권이 무너지던 긴박한 시점이었다.

미국 정부는 쿠바를 카스트로에 의해 ‘강탈당했다’고 생각한다. 미국은 19세기 말부터 쿠바에 막대한 자본을 투자했고, 1895년부터 본격화된 쿠바 내의 반(反)스페인 독립운동을 빌미로 스페인과 전쟁을 벌인 뒤 쿠바를 손에 넣는다. 몇 년 뒤 미국은 쿠바의 독립을 승인하지만, 불평등조약에 의한 사실상 준식민지였다. 이 불평등조약은 1934년 루스벨트 정권에 의해 폐지되지만 미국 해군기지 하나가 쿠바에 남는다. 이것이 바로 유명한 관타나모 기지다.

이런 종속적 관계를 끊은 것이 카스트로, 체 게바라 등이 중심이 된 1959년 사회주의혁명이었던 것이다. 카스트로 정권은 1960년에 미국계 자본을 몰수해 국유화했고, 친선관계였던 미국과 쿠바는 지상에 다시없는 적대관계가 된다.

미국은 물론 가만있지 않았다. 혁명 이후 47년 동안 쿠바 내에 반대세력을 만들기 위해 엄청난 노력을 해왔다. 피그만 사건처럼 아예 정권을 전복시키려고 했다. 영화 ‘13일’에 나온 20세기 최악의 위기상황 쿠바 미사일 위기(1962년)도 이런 배경에서 비롯된 것이다.

쿠바는 수십 년간의 미국의 경제봉쇄에도 ‘쿠바식 사회주의 모델’로 최근 더욱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 교육과 의료가 무상이고 도농 간의 격차도 거의 없어 한번 연구해볼 만한 대상이다. 쿠바는 결코 ‘야구만 센 나라’가 아니다.



주간동아 2006.04.11 530호 (p69~69)

이명재 자유기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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