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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의 창|모차르트 탄생 250주년

시대에 맞선 반항적 성격 … 대중을 위한 음악 천재성 발휘

  •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ho1627@hotmail.net

시대에 맞선 반항적 성격 … 대중을 위한 음악 천재성 발휘

시대에 맞선 반항적 성격 … 대중을 위한 음악 천재성 발휘

영화 `‘아마데우스’`

‘인류의 자랑’이라고 하는 천재 음악가 모차르트. 올해 탄생 250주년을 맞아 전 세계가 그의 음악으로 넘쳐나고 있다.

탄생일인 1월27일 이후 그의 고향 오스트리아 잘츠부르크를 비롯해 세계 곳곳에서 1년 내내 기념 연주회와 공연이 열린다. 잘츠부르크에서 펼쳐지는 행사만도 500여 개라고 한다.

모차르트를 대중적으로 가장 잘 묘사한 영화는 밀로스 포먼 감독의 1984년작 ‘아마데우스’일 것이다. 그러나 이 영화가 과연 모차르트를 객관적으로 그렸는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든다. 모차르트의 천부적 재능에 대한 질투심을 이기지 못한 동시대의 실존 음악가 살리에리의 시선으로 극이 전개된 탓인지, 영화 속에서 모차르트는 매우 경박한 인물로 묘사된다. 모차르트의 촐랑대는 웃음소리가 이 영화 속 모차르트의 이미지를 압축하고 있다.

그러나 그 경박함 속에서도 절대군주제에서 시민사회로 진입하는 당대의 현실 속에서 음악과 음악가의 새로운 역할을 제시하려고 했던 개척자적인 면모가 엿보인다. 1756년생이니 모차르트가 성년이 된 무렵은 프랑스혁명이 일어나기 10여년 전, 봉건적 구체제와 신흥 시민계급 간의 대립이 고조되던 때였다.

이 같은 시대 분위기는 모차르트에게 궁정과 교회의 충실한 하인 노릇을 하던 당시 음악가의 지위와 정체성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게 한다. 하이든 같은 대음악가도 시종과 비슷한 지위로 인식되는 것을 당연시하던 상황에서 모차르트는 전문 직업인으로서의 자기 위상을 주장하려고 한다.



‘아마데우스’에 모차르트의 이런 면을 보여주는 대목이 있다. 자신을 후원한다는 이유로 자유를 구속하고 함부로 대하는 어느 성직자의 면전에 대고 엉덩이를 내미는 장면이다.

모차르트의 새로운 음악적 시도들도 당시 사회상을 반영한 것이었다. 오페라는 이탈리아어로 하던 관행을 깨고 처음으로 독일어 오페라(‘후궁으로부터의 도주’)를 작곡한 것도 모차르트였다. 가장 극적인 것은 오페라 ‘피가로의 결혼’이다. 유쾌한 희극쯤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모차르트가 이 오페라를 작곡하는 데는 만만치 않은 용기가 필요했다. 이 오페라의 원작은 프랑스 극작가 보마르셰의 동명 희곡이었다. 1784년에 초연된 이 연극은 귀족제와 봉건주의를 공격하고 풍자하는 내용이어서 프랑스에서는 상연이 금지됐다. 역사학자 에릭 홉스봄의 저서 ‘혁명의 시대’에는 나폴레옹이 “‘연극 ‘피가로의 결혼’이 프랑스혁명의 발발에 중요한 이정표가 됐다”고 평가했다는 부분이 있다. 이런 연극을 오페라로 작곡한다니 권력자의 눈에 곱게 비쳤을 리가 없다.

오스트리아 요제프 황제는 모차르트를 불러 ‘피가로의 결혼’ 작곡을 포기하라고 종용하고, 모차르트는 ‘정치적 요소는 빼고 사랑 이야기로만 그리겠다’는 말로 피해간다. 그러나 ‘피가로의 결혼’에는 감미로운 아리아와 함께 원작의 풍자적인 요소가 상당 부분 살아 있다.

이런 정황들을 감안해보면 모차르트가 경제적으로 어려운 처지에 놓였던 것은 그의 부인 콘스탄체의 낭비벽이 아니라 그의 반항적 성격 때문이었을 가능성이 높다. 궁정이나 교회 권력자의 말에 고분고분하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안정된 자리를 얻지 못하고 ‘프리랜서’로 살아야 했던 것이다.

모차르트의 곤궁과 시련은 궁정에 안주하려던 전통적인 음악가들과 새로운 의식으로 각성한 신흥 음악가 사이의 대립을 보여준다. 18세기 시민계급의 성장은 음악과 음악가의 사회적 역할에도 많은 변화를 가져왔고, 이 과정에서 왕과 몇몇 귀족만을 위한 음악을 고수하던 기득권층과 대중을 위한 음악을 주장한 새로운 예술가들이 갈등을 빚었던 것이다. 모차르트의 천재성은 이 같은 시대 변화에 대한 감각과 사고에서 그대로 나타났다.

우리나라에선 아직도 클래식 음악이라면 일반인들의 삶과는 거리가 먼, 특권층이 향유하는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모차르트 탄생 250주년을 제대로 기념하려면 모차르트의 이런 면모까지도 ‘기념’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주간동아 2006.03.14 526호 (p85~85)

이명재/ 자유기고가 minho1627@hot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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