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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 대표기업 밀착연구 ① SK

정공법 위기 돌파, 시장이 박수 치다

SK그룹 ‘이사회 중심 투명경영’으로 재도약 …이해당사자 행복 추구·사회공헌 활동 등 ‘신뢰 행보’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정공법 위기 돌파, 시장이 박수 치다

정공법 위기 돌파, 시장이 박수 치다

SK㈜ 이사회에서 직접 현안을 설명하고 있는 최태원 회장. 자유로운 이사회 분위기를 느낄 수 있다.

건국 이래 수많은 기업이 망하고 또 흥했지만, 2000년대 SK그룹만큼 놀라운 회생과 반전의 드라마를 펼친 예는 드물 것이다. 2003년 연이어 터진 분식회계 파문, 소버린과의 경영권 분쟁은 그룹의 미래에 암운을 드리웠다. 누구도 쉽게 재기를 장담할 수 없던 상황. 그러나 그로부터 3년이 채 안 된 지금, SK는 예전 위상을 완전히 회복했을 뿐 아니라 오히려 그 이상의 의미 있는 ‘진보’를 이뤄냈다.

2005년 SK는 매출 60조원, 수출액 200억원 돌파 등 창사 이래 최고 실적을 올렸다. 돈만 많이 번 것이 아니다. SK가 던진 ‘이사회 중심 경영’이란 화두는 어느새 우리 재계의 새 과제이자 트렌드가 됐다. 무디스·S&P 등 신용평가사들은 SK의 신용등급을 연속 상향조정했고, 투명경영 요구의 주 타깃이던 SK㈜는 2005년 9월 제6회 감사대상(監査大賞) 상장법인 부문 수상자로까지 선정됐다. 끝 모를 ‘불신의 늪’에서 빠져나와 시장을 설득하고 ‘감동’시키는 데 성공한 것이다. 지배구조가 후진적인 기업이 적지 않은 우리 현실에서 SK가 치러낸 일련의 시련과 재도약의 과정은 분석할 만한 가치가 충분하다.

위기에 처한 기업이 상황 타개를 위해 동원하는 방법에는 여러 가지가 있다. 그중 우리 국민들에게 유난히 익숙한 것은 부인(不認)과 버티기, 로비와 거짓 약속이다. SK도 비슷한 유혹을 느꼈을 수 있다. 하지만 SK는 초장부터 대재벌 그룹답지 않은 ‘약한’ 모습을 보였다. 문제를 순순히 인정했고, 최고경영자들은 뒤로 숨기보다 “내 책임이니 내가 책임지겠다”며 스스로 앞에 섰다.

뒷수습 방식도 남달랐다. 주주와 사회의 요구가 지배구조 개선인 만큼 바로 그 문제를 해결하겠노라 약속한 것이다. 꼼수나 좌고우면(左顧右眄) 대신 ‘정공법’을 택한 것. SK 재도약의 첫 번째 비결이다.

정공법 위기 돌파, 시장이 박수 치다

SKC&C 직원들이 인천 부평아동센터 야구팀 어린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다.

2003년 6월, SK는 구조조정본부 해체와 계열사별 ‘이사회 중심 독립경영체제’ 구축안을 발표했다. 또한 앞으로 각 계열사 간 관계는 ‘SK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느슨한 네트워크’가 될 것이라 설명했다. 후에 이 개념은 ‘따로 또 같이 경영’이란 용어로 정리됐다.



지난해 매출 60조원 창사 이래 최고 실적

위기 상황이 촉매 구실을 하긴 했으나, ‘이사회 중심 경영’이나 ‘따로 또 같이 경영’은 이미 2~3년 전부터 최태원(46) SK㈜ 회장의 머릿속에, 또 그룹의 장기 비전 속에 녹아들어 있던 것이다. 실제로 ‘사태’가 터지기 전인 2002년 10월 제주에서 열린 CEO세미나에서, 최 회장은 “2005년까지 생존조건을 확보 못한 계열사 및 사업은 정리한다”는 이른바 ‘제주선언’을 발표해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

SK의 행보는 빨랐다. 2004년 3월, 투명경영의 글로벌 스탠더드라 할 만한 미국 GE사 이사회를 모델 삼아 새로운 SK㈜ 이사회를 구성했다. 가장 큰 특징은 사외이사 비중이 70%에 달하는 것.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 2005년부터는 사외이사제의 전 계열사 확대를 추진했다. 상장사는 이사회의 50% 이상, 비상장사도 1명 이상을 두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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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는 또 국내 기업 중 최초로 이사회 업무 지원을 위한 사무국을 설치했다.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SK㈜ 황규호 전무는 “지난해 사외이사들은 총 46회의 회의와 22회의 각종 설명회 및 교육, 45회의 사업현장 방문과 행사 참가를 소화했다. 사외이사 한 사람이 받는 보고서가 한 달에 500~600장은 족히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 사외이사는 “다른 기업에서 (사외이사로) 일할 때와 비교하면 5배, 10배는 더 바쁘다. 웬만한 현안은 다 이사회를 통해 방향을 결정하기 때문에 책임감이 클 수밖에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 분위기는 상당히 자유로운 편. SK㈜가 사외이사를 맡은 5번째 기업이라는 남대우 이사는 “모두 할 말을 한다. 의장이 최태원 회장이지만 크게 신경 쓰지 않는다. 또 회의록을 조선왕조실록처럼 정교하게 만드는데, 모든 발언이 기록으로 남는 만큼 최선을 다할 수밖에 없다”고 했다.

지배구조 개선 약속 등 타 기업과 다른 뒷수습 방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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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외이사들은 이사회가 열리기 5일 전, 회의 중 다룰 안건에 대한 검토자료를 받는다. 각 안건은 이미 분야별 위원회에서 충분한 논의를 거친 것들. 황 전무는 “전문위원회와 이사회라는 두 개의 까다로운 관문을 통과해야 하기 때문에 애초 문제가 있거나 무리한 일은 직원들 스스로 걸러내는 시스템이 정착됐다”며 “그런 ‘게이트 키핑’ 기능도 독립적 이사회가 지닌 큰 효용 중 하나”라고 말했다.

SK는 결국 빈말을 하지 않은 셈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의 정착이란 구체적 실천을 통해 주주와 사회 앞에 한 ‘지배구조 개선’ 약속을 지킨 것. 이것이 SK 재도약의 두 번째 비결이다.

이사회 중심 경영은 지배구조 개선작업의 또 다른 축인 ‘따로 또 같이 경영’의 전제조건이기도 하다. “각 계열사가 독자적 생존력을 확보하려면 바른 의사결정이 필수다. 이는 최고 의사결정기구인 각 사 이사회의 몫이다. 이사회가 비독립적이고 무능하면 회사가 흔들리게 되며, ‘따로 또 같이 경영’이란 목표 또한 실현 불가능해진다.” SK텔레콤 홍보실 조중래 상무의 설명이다.

SK 임원들은 그래서 ‘같이’ 경영보다 ‘따로’ 경영을 유난히 강조한다. ‘같이’ 가려면 먼저 독자생존이란 자격부터 갖춰야 한다는 뜻. 최 회장 또한 “더 이상 그룹의 비전이라는 것은 없다. 각 계열사가 생존해야 한다는 사실이 중요할 뿐”이라 말했다.

그렇다면 저마다 다른 이사회와 사업영역, 독자 생존력까지 갖춘 계열사들을 하나로 묶을 수 있는 힘은 무엇일까. 무엇이 경영 시너지 창출을 위한 ‘같이’ 경영을 가능케 하는 것일까. 임원들은 “‘SKMS’로 통칭되는 SK만의 독특한 경영 시스템과 기업 문화가 답”이라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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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객이 행복할 때까지’ ‘행복 날개’ ‘행복 바이러스’…. 요즘 SK에 가보면 온통 ‘행복’ 이야기다. SKMS에서 규정한 SK그룹의 기업관과 추구가치가 2004년 4월 제11차 개정으로 ‘이윤극대화’에서 ‘이해당사자 모두의 행복 추구’로 바뀐 까닭이다. ‘기업은 이윤 추구만이 아니라 회사와 고객·구성원·주주 등 모두의 행복을 위해 존재해야 한다’는 것. 이에 따라 임직원이 추구해야 할 가치, 실행원리 등도 모두 바뀌었다. 마치 한 나라의 헌법에 중대 변화가 있으면 기타 법 조항 모두 그에 영향을 받는 것과 같은 이치다. 이렇듯 SKMS는 SK그룹의 큰 그림이자 지향점이요, 규범이며 업무지침서다.

SKMS는 또한 그룹 구성원을 한데 묶는 가장 유용한 커뮤니케이션 도구이기도 하다. 각기 속한 회사, 맡고 있는 업무는 달라도 SKMS에 규정된 용어와 개념에 따라 정의되고 추진되는 일에 대해서는 별도의 설명 없이 신속한 이해와 합의가 이루어진다.

사회공헌 최고경영자 철학 없이는 불가능

이렇게 SK는 최종현 선대 회장 때부터 총수 1인의 판단에 의존하기보다 시스템을 통한 경영에 더 큰 가치를 부여해왔다. 이에 대해 SK경영경제연구소 유만석 팀장은 “잭 웰치의 GE 경영법은 그가 회장에서 물러남과 동시에 수명을 다했다. SKMS는 다르다. 주도한 이는 고 최종현 회장이지만 그 없이도 여전히 그룹을 한데 묶고 성장케 하는 경영지침이자 도구로 실제적 역할을 다하고 있다”고 밝혔다.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네트워크’란 그룹의 새 정의가 SK 임직원들에게 무리 없이 받아들여진 데에는 이 같은 배경이 있음이다.

기업관이 바뀌면서 SK는 사회공헌 활동과 협력업체와의 상생경영에 그야말로 전력을 다하는 모양새다. SK의 사회공헌 활동은 유난히 ‘물고기를 주기보다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에 집중돼 있다. 대표적인 예가 3년간 5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게 될 ‘소외계층을 위한 일자리 4230개 창출’ 사업. 장애인 IT 무료교육센터 운영, 스피드메이트를 통한 자동차 경정비 교육 등이 대표적이다.

보육시설 퇴소 후 갖은 어려움을 겪다 SK의 저소득 청소년 일자리 창출 프로그램의 혜택을 받게 된 최성기(24) 씨는 “6개월은 경기도직업전문학교에서 교육을 받고 6개월은 스피드메이트에서 현장 실습을 한다. 평생 힘이 될 기술을 익힐 수 있어 매우 기쁘다”고 말했다.

저소득층 보육시설 지원사업과 장애통합교육보조원 파견사업은 ‘일석이조’의 효과를 노린 사업들이다. 보육 및 교육 시설에 저소득층 여성 고용 비용을 제공함으로써 양쪽이 다 도움받을 수 있는 구조를 창출한 것. 대학생 자원봉사단 지원 등 고객과 함께 하는 봉사, 13개 주력계열사 임직원이 참여한 연인원 3만5000여명 규모의 ‘SK자원봉사단’ 활동 또한 규모나 참여율에서 국내 기업 중 한두 손가락에 꼽을 만하다.

시스템 경영의 핵 SKMS와 SUPEX

독자적 경영 매뉴얼과 경영 기법 … SK맨들의 독특한 DNA 형성


정공법 위기 돌파, 시장이 박수 치다
SKMS(SK Management System)
SK의 경영관리 체계를 말한다. 1979년 최종현 선대회장이 SK직원 모두가 합의한 경영관리 체계를 갖고자 하는 목적으로 창안했다. 다양한 지식을 가진 여러 사람이 제각기 다른 판단으로 경영에 임하면 합의된 의사결정에 이르기 어렵고, 구성원의 힘을 모으는 데 효율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바탕에 깔고 있다. 경영원리에 대한 통일된 정의를 내리고 내용을 체계적으로 정립, 기업경영에서 현실적으로 꼭 필요하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중심으로 정리했다. 고정불변하는 관념적 경영체계가 아니라, 환경 변화에 따라 끊임없이 최적화하고 활용할 수 있는 살아 있는 경영체계를 표방한다. 실제로 최초 정립 이후 모두 11차례에 걸쳐 개정이 이루어졌다.

SUPEX(Super Excellent)
일반적인 경영활동 목표는 과거 자신이 달성한 수준의 연속선상에서 현재 능력을 평가해, 그 능력을 충분히 발휘했을 때 달성할 수 있는 수준으로 설정된다. 반면 SUPEX는 ‘인간이 도달할 수 있는 최고치’의 관점에서 목표를 설정한다. 과거 경험과 상식적 수준에서 보면 달성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의 높은 수준을 목표로 설정, 목표 추구 방법 자체의 한계로부터까지 자유로워질 수 있도록 한다. 이에 따라 구성원들은 고정관념의 틀에서 벗어나 더욱 다양한 두뇌 활용, 새로운 시도, 보다 완벽한 일 처리에 대한 자극을 받게 된다.

캔 미팅(Can Meeting)
말 그대로 회의 참석자들이 음료수 캔 하나씩 들고 격의 없는 대화를 나누는 것. 일상 업무로부터 벗어나 독립된 장소에서, 임의로 정한 경영과제에 대해 자유로운 토론을 벌인다. SK에서는 SUPEX 추구 활동 시 구성원들이 자발적·의욕적으로 일할 수 있도록 독려하고 아이디어를 짜내기 위해 캔 미팅을 활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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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사 11년차인 SK텔레콤 이 과장은 모처럼 홀가분한 마음으로 주말을 맞았다. 지난 연말 있었던 차장 승진 시험을 무사히 통과한 것. 꼬박 석 달, 주말마다 SKMS(SK 경영관리체계·SK Management System) 공부에 매달린 덕분이었다. 입사 동기 3명과 스터디 모임을 만들어 ‘족보’도 구해 보고 예상문제도 풀었다. 재작년 한 선배가 이 과목 과락으로 ‘물’을 먹는 모습을 본 터라 더욱 긴장하지 않을 수 없었다.

“SKMS 시험에 통과하려면 교본을 달달 외워야 합니다. 단답형·논술형 질문에, 업무와 연관한 문제점과 해결 방안을 제시하는 형태까지 있거든요.”

SK맨들에게 SKMS 시험은 영어시험 이상으로 중요하다. 신입사원 연수뿐 아니라 대리부터 임원까지, 승진 때마다 받는 직급별 교육의 핵심에도 SKMS가 있다. 뿐인가, SK 직원이라면 누구나 연 1회 이상 사내 온라인 교육을 통해 이를 반복 학습해야 한다.

SK맨들은 이렇게 익히고 또 익힌 SKMS를 ‘바이블’ 혹은 ‘법전’이라 부른다. SKMS는 “SK가 여타 그룹과 다른 점이 뭐냐”는 질문을 받았을 때, 임직원 누구나 자신 있게 “우리 회사에는 독자적 경영 매뉴얼, 특유의 경영관리 체계가 있다”는 답을 할 수 있는 구체적 근거이기도 하다.

-계속-


SKMS의 탄생

그렇다면 SK가 기업경영의 ‘바이블’로 자신 있게 내놓고 있는 SKMS는 어떻게 만들어진 것일까. SK기업문화실 권오용 실장은 “SKMS나 수펙스(SUPEX)를 알기 위해서는 고 최종현 회장에 대한 이해가 선행돼야 한다”고 말한다.

최 선대회장이 SKMS를 처음 구상한 것은 1975년이다. 당시 선경그룹은 모회사인 선경직물에 이어 선경 화섬·합섬·유화를 설립하고 워커힐호텔을 인수하는 등 막 종합기업으로서의 면모를 갖춰가던 때. 기업이 커지자 최 회장은 좀더 과학적이고 지속 가능한 경영 시스템을 고민하게 됐다. 몇몇 사람의 의사 결정에 의존하는 임기응변적이고 주먹구구식인 경영에서 벗어나 ‘원칙’과 ‘시스템’에 입각해 변화 발전하는 기업상을 그린 것이다. 경영기획실이 초안을 짰고 4년 후인 1979년 3월, 전 계열사 임직원이 3박4일간 난상토론을 벌인 끝에 SKMS가 탄생했다. 95년 최 선대회장은 SKMS로 모교인 미국 시카고대학에서 ‘동문 대상’을 수상키도 했다. 경제이론을 실제 기업경영에 접목·발전시킨 공로였다.

SUPEX의 탄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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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아카데미’ 교육과정 중 산행에 나선 신입사원들.

매달 둘째 주 화요일이면 어김없이 열리는 `‘SUPEX 추구 협의회’. 계열사 사장들이 모여 그룹 경영방침을 논하는 사장단 회의를 SK에서는 이렇게 부른다. SKMS가 경영철학이 담긴 매뉴얼이라면, SUPEX 추구법은 이를 실전에 적용하기 위한 경영기법이다. SUPEX가 탄생한 것은 89년. 최 선대회장은 그룹 연수원에 전 임직원을 불러들인 뒤 이렇게 말했다.

“내가 75년에 `‘섬유에서 석유까지’라는 계획을 처음 밝혔을 때 모두들 불가능하다고 했습니다. 그런데 그것을 매일 생각하니까 아이디어도 나오고 방법도 나옵디다. 문제를 해결하려고 계속 노력하다 보니 목표를 이루게 된 겁니다.”

섬유회사가 석유회사로 커갈 날을 꿈꾸며 실현 불가능해 보이는 높은 목표를 설정해 끊임없이 추구하다 보니 꿈을 이룰 수 있었다는 것. 그 과정을 통해 최 선대회장은 “경영이란 결국 인간을 어떻게 활용해 가치를 극대화하는가에 달려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됐다고 한다. 이러한 최 선대회장의 경험을 시스템화한 것이 바로 SUPEX 추구법이다.

흔히 SK를 ‘시스템이 살아 있는 그룹’이라 하는데, 그 핵심에 자리하고 있는 것이 바로 SUPEX다. SK맨들을 위한 자료집을 보면, ‘슈퍼 컴퍼니’의 정의부터 그 달성을 위해 일차적으로 해야 할 일, 단계별 경영목표 설정 방법 및 실행 전략 등이 매우 명확하고 일목요연하게 정리돼 있음을 알 수 있다. SUPEX는 SKMS가 그렇듯, 관념적 선언이나 단순한 ‘공자님 말씀’이 아닌, SK맨들이 비즈니스 현장에서 매일 실행하고 또 적용하는 살아 있는 경영도구인 셈이다.

고 최 회장은 SUPEX의 확산을 위해 `‘캔 미팅’이라는 독특한 의사교류 방법도 고안해냈다. 업무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직급에 관계없이 난상토론을 벌여 최상의 과제 해결법을 모색하는 것이다.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 전병득/ 매일경제신문 산업부 기자 jbdoc@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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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4월 중국 신장성 우루무치의 SK아이캉병원에서 자원봉사활동을 벌이고 있는 SK서부의료봉사단(왼쪽 사진). 2005년 12월 SK 초청으로 방한한 ‘SK 장웬방배 영어경시대회’ 수상자들이 국립중앙박물관을 둘러보고 있다.

최태원 회장 “행복 나누기 꾸준히 실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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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보호시설을 찾아 기 마사지 봉사를 하고 있는 SK아카데미 조일순 사범과 SKC&C 참우리 봉사단원들.

SK는 지난해 3월 한국사랑의집짓기운동협의회(한국해비타트)와 수원시청에서 ‘해비타트-SK행복마을’ 조성 협약식을 치렀다. 한국해비타트 정근모 이사장은 “SK가 예상 소요금액 60억원을 전액 지원키로 했고 집짓기 봉사에도 적극 나서겠다 했다. 2004년 최태원 회장이 그룹 총수로는 처음으로 직접 망치를 잡더니 이렇게 좋은 일이 생겼다”며 거듭 감사의 말을 전했다.

SK의 사회공헌 플랜 마련에 참여한 양용희 호서대 교수(사회복지학)는 “기업 사회공헌은 최고경영진의 자기 확신과 철학 없이는 불가능하다. SK는 그 부분이 확실하고, 또 임직원들이 지속적 봉사의 중요성을 잘 알고 있어 신뢰가 간다”고 말했다.

최고의 경영 성과는 물론 시장의 신뢰도 회복했지만 SK에 축포를 터뜨리는 분위기는 없다.

한 사외이사는 “소버린과의 경영 분쟁은 이미 옛일이 돼버렸지만 달라진 것은 없다. 언제든 비슷한 상황에 내몰릴 수 있으며, 그를 막을 최선의 방법은 이사회 중심의 투명경영”이라고 강조했다. 최고경영진의 인식 역시 이와 크게 다르지 않은 듯하다. 최 회장은 그간 여러 자리에서 “재벌이라는 말을 싫어한다”거나 “아무리 경영권 방어에 좋은 것이라도 시장이 원치 않으면 안 한다”, “이사회 경영은 싫다고 거부할 수 없다. 생존에는 왕도가 없다”는 등의 이야기를 거듭해왔다. 그의 가슴속엔 이미 ‘가야 할 길’과 ‘갈 수밖에 없는 길’에 대한 해답이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른다.

모양새뿐 아니라 ‘의식’까지 전환하려는 노력. SK 재도약의 세 번째 비결이다.

최 회장은 1월2일 워커힐 비스타홀에서 가진 임직원 신년교례회에서 △중국 중심의 글로벌 전략을 통한 성장 △‘따로 또 같이’ 실천력 제고 △행복 나누기의 확산을 올해 3대 핵심과제로 제시했다. 특히 거듭 강조한 것이 “주변의 소외계층과 함께 하는 행복 나누기를 꾸준히 실천해가자”는 것. 시련 끝에 명실상부한 전문경영인으로 우뚝 선 한 젊은 리더의 행보에 국민들은 많은 관심과 기대를 걸고 있다.

‘수출형 기업’ SK

2005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 7% 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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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그룹은 2004년 사상 처음 100억 달러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1년 만에 200억 달러 돌파라는 새 기록을 세웠다. 이는 2005년 연초 목표 140억 달러를 40% 이상 초과한 수치다. 이로써 SK는 2005년 우리나라 전체 수출 예상액 2850억 달러의 약 7%를 담당하는 ‘수출형 기업’으로 새로이 자리매김하게 됐다.


협력업체와 상생경영

“기술력 믿어주고 파트너로 존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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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11월30일 열린 ‘SK와 함께하는 행복동반자 간담회’.

경남 진주시에 있는 ㈜나노는 1999년 경상대 공과대 실험실에서 출발한 벤처기업이다. 외환위기 여파로 학생들의 취업이 어려워지자 경상대는 보유하고 있던 초미립 이산화티타늄 분말 양산 기술을 상업화하기로 하고 창업에 나섰다. 재료공학부 신동우 교수가 대표이사를 맡아 고군분투했지만 길은 쉬 보이지 않았다.

이때 SK㈜가 “함께 일해보지 않겠냐”는 제안을 해왔다. SK㈜는 발전시설을 돌릴 때 발생하는 배기가스 제거용 SCR 촉매를 개발 중이었는데 ㈜나노의 원료가 이에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 것. 신동우 대표는 “SK㈜로부터 정말 큰 도움을 받았다”며 “우리 기술력을 믿어주었고 자금이 필요할 땐 도움을 마다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합리적이며, 작은 회사지만 파트너로서 존중해줘 일하기가 편했다”고 밝혔다. 두 회사는 힘을 합쳐 마침내 새로운 SCR 촉매 개발에 성공했고, 그간의 파트너십을 인정받아 대중소기업협력재단의 ‘대중소기업 우수 협력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통신중계기 생산업체인 C&S마이크로웨이브는 SK텔레콤의 협력업체다. 이 회사의 이홍배 대표는 “SK텔레콤은 한마디로 거래하기 좋은 회사”라고 말했다. “일단 전액 현금결제 등 최상의 대금결제 조건을 갖추고 있다. 각 부문별로 협력업체 초청 파트너 캠프를 열어, 앞으로의 사업 방향과 필요 사항도 상세히 설명해준다. 자사 직원 대상 온라인교육 프로그램을 협력업체에도 개방해 양질의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배려해주는 점이 특히 고맙다.”

실제 SK그룹은 중소협력업체 지원을 위한 ‘3대 상생원칙’과 ‘9대 실천과제’를 마련,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상생경영’에 나서고 있다. SK텔레콤만 해도 파트너사 기술개발 지원금 100억원 출연 등 다양한 지원책을 마련해놓고 있다.

㈜나노 신 대표는 “지난해 11월30일 최태원 회장이 주재하는 협력업체 간담회 자리에 갔다. 100여명의 각 계열사 협력업체 사장들과 함께했는데, 얘기를 나눠보니 다들 ‘(SK가) 상당히 페어(fair)하다’고 하더라”며 “협력업체로선 박하지 않은 파트너를 만난 것이 큰 행운”이라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6.01.17 519호 (p16~21)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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