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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줄 끊긴 슈퍼옥수수 “어쩌나”

과기부, 남북협력기금 축소 이유로 지원 중단 … 일부에선 “정치적 입김 작용” 제기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돈줄 끊긴 슈퍼옥수수 “어쩌나”

돈줄 끊긴 슈퍼옥수수 “어쩌나”

평안남도 석정리에 있는 옥수수 재배지를 방문한 김순권 국제옥수수재단 이사장(오른쪽에서 두 번째) 일행과 북한 연구원들.

북한 주민들의 식량난을 덜기 위해 개발되고 있는 ‘슈퍼옥수수’가 생사 기로에 섰다. 슈퍼옥수수 연구개발비를 지원해오던 과학기술부(과기부)가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에 대한 지원을 중단했기 때문이다. 과기부는 98년부터 매년 2억~3억원 규모의 정부지원금을 경북대 국제농업연구소 측에 제공해왔다. 그러나 2004년 5000만원을 끝으로 더 이상 지원하지 않고 있다.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을 맡고 있는 국제옥수수재단 김순권 이사장은 “국민 모금을 통해서라도 사업을 계속 추진하겠다”며 개발사업에 강한 애착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은 일정 부분 차질이 불가피해 보인다.

슈퍼옥수수 연구개발 프로젝트를 수행 중인 연구소 측은 이미 지난해 예산 부족을 이유로 연구원 등 7명의 직원을 줄이는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연구소 측은 지난해 NGO(비정부기구) 및 국민성금으로 연구활동을 꾸려오고 있다. 경북 군위에 있는 실습농장의 한 해 겨울 난방(보온)에 필요한 연료비는 대략 3000만원. 이 연료비가 확보되지 않으면 옥수수의 동계 육종 및 종자생산 실험이 불가능하다. 2004년 자금 부족으로 북한 적응형 슈퍼옥수수 남쪽 시험포(경북 군위) 조사 및 수확 등은 이미 중단된 상태다. 연구진의 북한 연구실 방문 등도 차질이 불가피하다.

북한 슈퍼옥수수보다 식량에 더 관심?

정부가 슈퍼옥수수 연구개발비를 지원한 것은 2000년 11월 국제옥수수재단과 북측 농업과학원 이광수 부원장이 체결한 농업기술협력계약서에 따른 것. 당시 협약서를 보면 ‘과기부는 2007년까지 국제농업연구소 측에 연구비를 지원한다’고 명시돼 있다. 이 협약에 따라 정부는 매년 2억~3억원 정도의 지원금을 연구소 측에 전달했다. 이 원칙에 따르면 정부는 앞으로 2005년을 포함, 3년간 더 예산을 지원해야 한다.



98년 북한의 식량난을 해결할 수 있는 획기적 방안으로 떠올랐던 슈퍼옥수수 개발사업에 대해 과기부가 지원금 지급을 중단한 이유는 과기부의 남북협력기금이 줄어들었기 때문. 이와 관련 과기부 대북협력팀 한 관계자는 9월29일 전화 통화에서 “과기부가 자체적으로 마련한 대북협력기금이 10억원에서 5억원으로 축소, 슈퍼옥수수 개발과 관련한 자금지원 중단이 불가피했다”고 밝혔다. 예산이 줄어 선택과 집중으로의 전략적 변화가 불가피했고 이 때문에 슈퍼옥수수가 지원 대상에서 제외된 것. 과기부 대북협력팀 한 사무관은 “정부는 제한된 예산 범위 안에서 남북과학 네트워크를 구축하는 것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북한 측도 개발에 필요한 시간과 경비가 부담스러운 슈퍼옥수수보다 비료 및 식량 등 당장 자원화할 수 있는 현물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것이 정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과기정위 서상기 의원(한나라당)은 “정치적 판단에 따라 슈퍼옥수수 지원금이 중단됐다는 의혹이 있다”며 정치적 문제를 제기할 태세다. 일각에서는 슈퍼옥수수에 대한 본질적인 회의론도 제기한다. 이른바 꿈의 옥수수라고 불리는 슈퍼옥수수를 개발할 수 있느냐는 것. 정부 한 관계자는 “7년 동안 연구를 했으면 더욱 가시적 결과가 있어야 하지 않겠느냐”며 상대적으로 이렇다 할 성과가 없는 것에 대한 문제점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슈퍼옥수수에 대한 북한 측의 기대감이 과거보다 현격히 떨어졌다는 얘기도 흘러나온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대해 김 이사장은 납득하기 어렵다는 표정이다. 그는 “지난 8년간 국제옥수수재단은 북한 동포의 굶주림 해결을 위해 노력했고 상당한 결실을 맺었다”고 주장한다. 그리고 2003년 참여정부 출범 후 정부가 평가한 자료를 근거로 반박한다. 참여정부는 당시 슈퍼옥수수 개발사업과 관련 “단계별 수행목표 확립 및 북한의 일방적 수행 계획보다 상호 도움이 되는 원종(原鍾) 확보에 집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김순권 이사장 괘씸죄 걸렸나

김 이사장은 또 일부의 우려와 달리 “북한 측도 슈퍼옥수수 개발에 매우 적극적”이라고 주장한다. “2005년 북한 측이 비닐 방막 지원을 요구하는 팩스를 보내는 등 슈퍼옥수수 개발에 심혈을 기울이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당시 북측 민족경제협력연합회(민경련) 측은 서신을 보내 강냉이공동연구사업과 관련 국제옥수수재단의 성의 있는 노력에 대해 감사를 표했다.

2005년 8월 말 현재 슈퍼옥수수는 베트남·라오스·미얀마·캄보디아·네팔·동티모르·몽골 등 아시아, 아프리카에 위치한 18개 국가에서 품종 개발 사업이 진행되고 있다. 김 이사장은 “여러 국가에서 슈퍼옥수수에 관심을 보인다”며 연구성과가 없다는 일부 지적을 일축한다. 그러나 남과 북에서 자신에게 쏟아지는 부정적 평가가 있다는 것에 대해서는 인정한다. 그는 그 배경을 자신의 직선적 성격과 연관지어 설명한다. 그의 말이다.

“북측에 정상회담을 제안하고, 이산가족 면회소 설치를 주장하고, 주한미군 철수는 안 된다고 반대했다. 옥수수 박사가 옥수수 개발에만 전념해야 하는데….”

괘씸죄에 걸린 또 다른 이유도 있다.

“현재 개발한 슈퍼옥수수 27개의 원종을 모두 우리가 갖고 있다. 그런데 북측이 이 원종을 요구하고 있다. 올해 5개를 추가해 10개의 원종을 넘겨줬지만 북측은 모두 달라는 입장이다. 언젠가는 주어야 할 것들이지만 기술적 문제를 다 풀기 위해서는 시기 조율이 필요하다.”

결국 이런 여러 가지 이유가 슈퍼옥수수 개발의 벽으로 등장했다는 것이 김 이사장의 설명이다.

1998년부터 남북공동 슈퍼옥수수 개발을 통한 북한 식량자립을 지원해온 국제옥수수재단은 지금까지 47차례에 걸쳐 약 103억원어치의 옥수수 종자와 비료 등을 지원했다. 그 결과 245만t의 증산 효과를 거뒀고 32배의 지원 효과를 창출했다는 것이 국제옥수수재단 측의 설명이다.

김 이사장은 “정부지원금은 중단됐지만 국민 후원 등을 통해 사업을 계속 해나갈 것”이라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재단 관계자들은 자금난에 대한 우려를 제기한다. 슈퍼옥수수는 제대로 꽃을 피워보지도 못하고 고사 위기에 몰렸다.





주간동아 2005.10.11 505호 (p42~43)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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