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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최홍만 “K-1 평정!”

K-1 최강자 꿈은 이루어지나

최홍만 11월19일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전 … 디펜딩 챔피언 본야스키와 대결 자신감

  • 문승진/ 격투기 전문기자 tigersj@kyunghyang.com

K-1 최강자 꿈은 이루어지나

꿈은 이루어질까?

‘야수’ 밥 샙(미국) 사냥에 성공하며 K-1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11월19일, 일본 도쿄돔)에 진출한 ‘골리앗’ 최홍만(24). 격투기 전사로 변신한 지 채 1년이 되지 않은 그는 과연 격투기의 최강자로 떠오를 수 있을 것인가.

218cm의 장신을 이용한 최홍만의 타점 높은 공격과 니킥은 위협적이다. 그러나 월드그랑프리 파이널 8강에 진출한 전사들은 그동안 최홍만이 상대해온 선수들과는 차원이 다르다. 최홍만은 8강전에서 2년 연속 월드그랑프리 챔피언에 등극한 레미 본야스키(네덜란드)와 대결한다.

9월25일 일본 도쿄 롯폰기힐 아레나에서 열린 `K-1 월드그랑프리 8강 대진 추첨식에서 챔피언 본야스키는 최홍만을 ‘간택’한 것이다. 무작위 추첨으로 순번을 정한 뒤 우선 순번을 얻은 선수가 대진표 위치를 정하는 방식으로 진행된 이번 추첨에서 최홍만은 2번을 뽑아 B자리를 선택했다. 3번을 뽑은 본야스키는 망설임 없이 최홍만과 맞붙는 A자리를 골랐다. 얕잡아본 것일까.

빠른 스피드 무릎차기와 하이킥 일품



본야스키는 2003·2004 K-1 월드그랑프리를 2연패하고, 피터 아츠와 어네스트 후스트(이상 네덜란드)가 양분하던 K-1을 천하통일했다. 1976년 1월 네덜란드에서 태어난 그는 은행원으로 사회생활을 시작했다. 하지만 격투 본능을 주체하지 못하고 21살 때 무에타이에 입문하며 격투기 전사로 다시 태어났다. 네덜란드에서 풍부한 실전 경험을 쌓은 본야스키는 2001년 4월 K-1에 데뷔했다. 데뷔 초반 좌절을 맛보기도 했지만 193cm, 104kg의 출중한 신체조건에다 명트레이너 ‘안드레 마나스’의 지도 아래 천재성을 드러내기 시작했다.

2003년 8월 K-1 라스베이거스대회에서 우승하며 생애 처음으로 월드그랑프리에 출전해, 개막전에서 밥 샙을 누르고 준결승에서 시릴 아비디(프랑스)를 1회 KO로 무찔렀으며 결승에서 일본의 자존심 무사시를 꺾고 정상에 등극했다. 2004년 월드그랑프리에서도 ‘미스터 퍼펙트’ 어네스트 후스트, 프랑수아 보타(남아프리카공화국)를 차례로 꺾고 2연패에 성공해 명실상부한 K-1의 지존으로 자리 잡았다.

수려한 외모와 몸매로 많은 여성팬을 갖고 있는 본야스키는 장신임에도 빠른 스피드를 자랑한다. 특히 전매 특허인 점프를 하면서 구사하는 무릎차기와 하이킥은 공포의 대상이다. 2001년에 K-1에 데뷔한 본야스키는 26전 21승5패 12KO를 기록하고 있다. K-1 해설위원인 정의진 씨는 “본야스키는 밸런스가 뛰어나고 빠른 스피드와 훌륭한 킥을 지니고 있다”며 “특히 로킥은 위력적이다. 거리를 두면서 킥을 구사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최홍만은 이에 대해 충분한 준비를 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야스키가 강자임은 틀림없지만 넘을 수 없는 산은 절대로 아니다. 본야스키는 접근전에서 약한 모습을 보이고 맷집도 강한 편이 아니다. 따라서 효과적인 클린치로 상대를 코너에 몰아넣은 뒤 장신에서 뿜어져나오는 펀치와 무릎으로 공략한다면 좋은 결과를 기대할 수 있다.

K-1 최강자 꿈은 이루어지나
최홍만이 본야스키를 물리치면 준결승전에서 211cm의 장신인 세미 쉴트(네덜란드)와 ‘남태평양의 흑표범’ 레이 세포(뉴질랜드) 중 이긴 사람과 또 한 번의 힘겨운 대결을 펼쳐야 한다. 특히 세미 쉴트는 최홍만에게는 가장 벅찬 상대다. K-1과 프라이드에서 활약 중인 ‘하이타워’` 세미 쉴트 역시 격투기의 거인군단으로 분류된다. 쉴트는 몸무게가 116kg 정도지만 키가 최홍만과 별 차이가 없는 211cm에 이른다. 여기에 어릴 적부터 가라테를 연마한 데다 판크라스를 비롯해 입식 타격과 종합격투기 양쪽에서 많은 경험을 가지고 있다. 쉴트는 3월 서울대회에 참가해 225cm의 거인 몬타냐 시우바(브라질)를 1라운드에 KO로 꺾어 한국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쉴트는 2003년 레미 본야스키를 판정으로 꺾은 적도 있고 2002년에 무사시를 역시 판정으로 제압했다.

최홍만은 그런 면에서 내심 레이 세포가 쉴트를 잡아주기를 바란다. 71년 뉴질랜드에서 태어난 세포는 이소룡과 성룡의 모습에 매료돼 쿵후에 입문했다. 89년 처음으로 격투기 무대에 진출한 세포는 93년 전문적인 파이터로 변신했다. 오세아니아 지역에서 18전18승으로 절대 강자가 된 뒤 96년 K-1 무대에 진출했다. 하지만 첫 데뷔전 상대였던 어네스트 후스트에게 KO패를 당했다. 이 좌절은 한 단계 도약하는 밑거름이 됐고, 97년 4월 당시 강자로 손꼽히는 제롬 르 밴너(프랑스)의 턱에 자신의 주무기인 ‘부메랑 훅’을 명중시키며 극적인 역전승을 이끌어냈다.

세포의 특기는 ‘노가드 전법’. 경기 중 팔을 내리고 특유의 제스처로 상대의 공격을 유도한다. 그러다 상대가 방심하는 순간 강력한 ‘부메랑 훅’을 날려 제압해버린다. 따라서 180cm의 세포가 거인 쉴트를 잡아준다면 최홍만으로서는 신장 우위를 이용해 유리한 경기를 펼칠 수 있을 것이다.

최홍만이 이변을 연출하며 결승에 오른다면 상대가 누가 될지도 관심사. 최홍만의 기피대상 1호였던 제롬 르 밴너는 우승 인연은 없지만 늘 우승후보 ‘0순위’로 손꼽히는 선수다. 복싱과 킥복싱을 연마한 밴너는 강력한 왼손 스트레이트가 주무기로 후스트, 아츠, 프란시스코 필리오(브라질) 등 초일류 파이터들을 KO시켰을 만큼 주먹에 관한 한 둘째 가라면 서러운 선수다. K-1에서 활동하다 미국의 유명 프로모터 돈 킹에게 발탁돼 프로복싱에 데뷔, 5전5승의 전적을 쌓기도 했다. 밴너는 ‘배틀 사이보그(Battle Cyborg)’라는 별명처럼 경기 내내 상대를 밀어붙이며 공격의 고삐를 늦추지 않는다. 단점이라면 위기상황에 유연하게 대처하지 못하고 집중력이 떨어지며, 유난히 턱이 약하다는 점이다.

효과적 클린치 작전, 무릎 공격 땐 좋은 결과 기대

킥복싱과 무에타이를 연마한 피터 아츠는 밴너 전을 사실상 결승전이라 생각하고 총력을 다하겠다는 각오다. 192cm, 106kg의 아츠는 94·95·98년 K-1을 제패하며 90년대 중반까지 최고의 킥복서로 꼽혔다. 아츠는 파워를 바탕으로 강력한 스트레이트와 화려한 하이킥으로 상대를 밀어붙이며 KO시키는 스타일. 20살 때 당시 세계 최강의 킥복서로 군림하던 미국의 모리스 스미스를 꺾고 화려하게 등장했다.

93년 제1회 K-1 대회가 개최될 때만 해도 아츠는 가장 강력한 우승후보로 꼽혔으나 8강전에서 후스트에게 판정패했다. 하지만 이후 94·95년 대회를 연패하며 최강의 킥복서라는 명성을 굳혔다. 96년 K-1 최고의 펀치로 소문난 마이크 베르나르도(남아프리카공화국)에게 두 차례의 KO패를 포함, 3연패를 당하며 슬럼프에 빠졌다가 지금의 아내를 만나 드라마처럼 재기했다. 98년 K-1 그랑프리에서 전 경기를 1회 KO로 이기며 화려하게 복귀했다.

일본의 자존심 무사시는 강력한 파워보다는 지능적인 파이터라 할 수 있다. K-1 정규대회에서 꾸준히 참여해 일본인들의 전폭적인 사랑을 받고 있다. 무사시는 상대를 압도하는 KO보다 지지 않기 위해 지능적으로 엉겨붙는 플레이를 자주 구사한다. ‘광속 클린치’라는 별명도 ‘걸핏하면 클린치를 한다’는 의미에서 붙여진 것이다.

하지만 그의 노련한 경기운영은 결코 무시할 수준이 아니다. 클린치 전략은 제롬 르 밴너, 레미 본야스키 등 힘과 스피드, 기술을 겸비한 정상급 헤비급 선수들과의 대결에서 체격적인 열세를 극복하고 살아남기 위해 선택한 전략이다. 컴비네이션, 로킥 등 기술 하나하나는 수준급 실력을 지니고 있다.

무사시와 대결하는 루슬란 카라예프(러시아)는 최홍만과 마찬가지로 올해 K-1 무대에 데뷔한 루키. 188cm의 카라예프는 9월23일 일본 오사카돔에서 개최된 K-1 월드GP 개막전 경기에서 어네스트 후스트의 대체선수로 올라온 리카르도 노즈스트란드(스웨덴)에게 판정승을 거두며 행운의 8강 진출 티켓을 거머쥐었다. 경기 시작과 함께 몰아붙이는 공격이 장점인 카라예프는 파이터이면서 경제학을 공부하는 대학생이기도 하다.

아마추어 킥복싱 세계대회 우승 경력에 빛나는 카라예프는 나이는 20대 초반이지만 킥복싱 전적이 167전159승8패 125KO나 될 정도로 입식 타격기에선 노장이다. 비록 K-1 데뷔전인 6월 히로시마대회에서는 레이 세포에게 1라운드 37초 만에 TKO 패배를 당했지만 8월 라스베이거스대회에서는 이색적인 백킥으로 상대를 쓰러뜨리는 등 3연승으로 정상에 오르며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아직 정상급 선수들과는 차이가 나지만 겁 없는 투지를 앞세운다면 깜짝 돌풍도 가능하다.





주간동아 2005.10.11 505호 (p24~26)

문승진/ 격투기 전문기자 tigersj@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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