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106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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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러리 | ‘민정기 초대전’

도시 풍경, 세상 풍경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2016-10-31 17:2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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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980년대 30대 초반의 민정기(67)는 소위 ‘이발소 그림’을 들고 나와 민중미술 대표작가가 됐다. 그의 그림은 허름한 이발소에나 걸려 있을 법한 통속적이고 전형적인 풍경화처럼 보이지만, 그 키치적 화풍에 담긴 서민적 정서가 곧 민정기식 현실에 대한 발언으로 자리 잡았다(민정기는 ‘현실과 발언’ 동인이다).

    2004년 회고전과 2007년 이중섭미술상 수상 기념전 이후 9년 만에 서울 종로구 금호미술관에서 ‘민정기 초대전’이 열리고 있다. 이번 전시에서는 회화 27점과 판화 55점을 선보이는데, 특히 회화는 올해 신작 위주로 구성됐으며 대부분 가로 길이가 2~4m에 이르는 대형 풍경화다. 그러나 그의 풍경화는 단순히 아름다운 산수풍경을 재현하는 데 그치지 않고, 그가 매일 걷고 관찰한 풍경을 지리학적·인문학적으로 재해석한 시공간을 묘사했다. 또한 산과 골짜기를 넘어 도심 공간과 그 안에서 살아가는 인간에게 다가가는 화가의 시선을 발견할 수 있다.



    전시 1섹션 ‘개성에서 서울까지 오는 길’은 분단의 현실을 상기케 하는 작품들로, 굳게 닫힌 철문과 군사 구조물을 그린 ‘임진리 나루터’(2016), 부감숏으로 그린 ‘임진리 도솔원’(2016) 등을 선보인다. 2섹션은 ‘전통과 현대가 혼재하는 모습’이라는 주제로, 임진나루에서 물길을 따라 서울로 걸어가면서 만나는 풍경을 보여준다. 홍제동에서 창의문으로 올라가는 길에 보이는 정경을 담은 ‘북악 옛길’(2016), 바쁘게 오가는 사람들까지 담아낸 ‘홍제동 옛길’(2016), 안견의 ‘몽유도원도’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유 몽유도원도’(2016), 거대한 고가도로 아래 초라하게 자리한 부처를 묘사한 ‘옥천암 백불’(2016), 서촌 일대를 그린 ‘백악이 보이는 서촌’(2016) 등 희미해져가는 전통의 흔적을 캔버스에 담았다. 3섹션 ‘자연과 어우러지는 전통 공간’에서 화가의 시선은 다시 서울 외곽으로 향한다. 마치 그림지도를 보는 듯한 ‘목안리 장수대’(2007, 2016), 같은 장소의 여름과 가을을 그린 ‘벽계구곡’(2007, 2016), ‘경주 칠불암’(2016), ‘화암사 뒷길’(2016) 등을 볼 수 있다. 4섹션 ‘판화-규제의 정서’에서는 1980년대부터 최근까지 작업해온 판화를 선보이는데 ‘한씨연대기’(1984), ‘택시’(1985), ‘세수’(1987) 등 작가의 초기작을 접할 수 있는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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