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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온라인 법률 서비스 | ‘리걸테크’에 맡겨봐

법률 자문도, 변호사 검색도 척척…스타트업 시장 4년간 3배 확대, 한국은 ‘걸음마’ 수준

  •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jeon@hri.co.kr

온라인 법률 서비스 | ‘리걸테크’에 맡겨봐

온라인 법률 서비스 | ‘리걸테크’에 맡겨봐

빅데이터·인공지능 기술의 발달로 법률과 정보기술의 융합이 본격화하고 있다.[shutterstock]

#1 몇 해 전 지인에게 큰돈을 빌려준 직장인 김모 씨는 지인이 상환을 미루는 탓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결국 김씨는 온라인 변호사 찾기 서비스 ‘로앤유’(가상업체)를 통해 재산범죄 전문 변호사를 검색한 뒤 상담을 신청했다. 상담료는 기존 대면상담에 비해 절반 이상 저렴한 수준. 잠시 후 변호사가 김씨 휴대전화로 연락해와 30분가량 상담을 받았다.

#2 얼마 전 온라인 법률 상담 중개 사이트를 통해 법률 상담을 의뢰받은 이모 변호사. 오늘은 의뢰인이 직접 사무실을 방문했다. 이 변호사는 의뢰인에게 이런저런 사항을 물어보고 법률 검색 프로그램에 입력한다. 프로그램은 관련 법령과 판례 정보를 사건과 유사성 순으로 나열해 보여주고, 승소 가능성까지 확인해준다. 승소 가능성은 80%. 이를 보고 소송을 결심한 의뢰인이 증거를 더 모으기로 하고 상담을 마친다. 의뢰인이 떠난 후 이 변호사는 자동 소장 작성 프로그램을 클릭해 소장을 작성한 뒤 법률 검색 프로그램이 제공하는 법률 및 판례 정보를 확인하면서 소송 전략을 구상하기 시작한다.

바야흐로 리걸테크(Legaltech) 시대다. 리걸테크란 법률(legal)과 기술(technology)의 합성어로, ICT(정보통신기술)를 기반으로 혁신적인 법률 서비스를 창출하는 스타트업과 그 산업을 의미한다. 금융과 기술이 결합한 핀테크(FinTech)의 법률 버전이라고 할 수 있다. 좀 더 쉽게 풀어보면, 위 사례에서 보듯이 ICT를 활용해 의뢰인이 변호사를 검색한 뒤 법률 상담을 신청하는 활동이나, 법령과 판례를 검색하고 소장을 작성하는 등 변호사의 법률 업무를 지원하는 기술과 서비스를 의미한다.



변호사 과잉공급이 리걸테크 수요 확대

온라인 법률 서비스 | ‘리걸테크’에 맡겨봐
리걸테크가 부상하는 데는 몇 가지 원인이 있다. 먼저 ICT의 발달이다. 법률 서비스 분야는 특유의 복잡성, 대면영업 중시 풍조 등으로 그간 여타 지식서비스 산업에 비해 상대적으로 기술 도입이 지연돼온 측면이 있다. 그런데 최근 빅데이터 기술의 발달, 인공지능 기술의 현실화가 진전되면서 법률 검색, 변호사 찾기, 전문 법률 서비스, 온라인 법률 서비스 플랫폼 등 다양한 분야에서 법률 산업과 기술의 융합이 활성화되고 혁신적인 서비스도 개발되고 있다. 

다음 원인으로 법조인 수요를 들 수 있다. 법률 산업의 환경 변화와 체계 고도화에 따라 법조인의 업무 부담이 가중되고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 외부적으로는 법률시장 개방에 따른 해외 로펌의 국내 진출, 내부적으로는 변호사 공급 증가에 따른 경쟁 심화 등으로 차별화된 경쟁력 확보가 절실한 상황이다. 이에 ICT를 활용한 법률 지원 서비스에 대한 고객 니즈가 고조되고 있다.



법률 서비스 이용자 또한 좀 더 효율적인 서비스를 원한다. 법률 산업은 서비스 접근성이 비교적 낮은 편이다. 예를 들어 일반인이 변호사 관련 정보를 얻거나 변호사를 선택할 수 있는 기회는 제한적이다. 수임료 및 기타 문제로 법률 서비스 이용을 포기하는 경우도 있다. 나아가 개인 간 또는 소규모 분쟁이 증가하면서 법률 서비스 수요가 확대되고 있다.

그렇다면 리걸테크 산업 규모는 어느 정도일까. 아쉽게도 정확한 규모를 알기는 어렵다. 다만 전 세계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 및 소프트웨어 시장 규모로 일부 가늠해볼 수 있다. 리걸테크 스타트업 투자는 2011년 9140만 달러(약 1025억5080만 원)에서 2015년 2억9200만 달러(약 3276억2400만 원)로 4년간 3배가량 확대됐다. 전자청구, 법률사무관리 등 법률 서비스 소프트웨어 시장은 2015년 기준 약 38억2800만 달러(약 4조2950억 원) 규모로 추정되며, 2019년까지 57억6300만 달러(약 6조4660억 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리걸테크는 특히 영미권과 독일 등지에서 활성화되고 있으며 서비스 분야도 다양해지고 있다. 미국은 현재 1100여 개 리걸테크 기업이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는 최근 들어서야 리걸테크 스타트업이 등장하는 등 아직은 초기 단계라 볼 수 있다.

리걸테크는 4대 분야에서 급성장 중이다. 법률 검색은 판검사나 변호사가 법률 서비스를 수행하려면 응당 거쳐야 하는 기본 업무로 상당한 노력과 시간이 투입되는 분야다. 그런데 텍스트 기반의 법률 검색은 ICT 적용에 따라 빠른 시일 내 업무 효율화가 기대되는 대표적 분야다. 향후에는 인공지능 기술의 고도화에 따라 인공지능을 활용해 원하는 문서를 빠르게 찾아내고 의미 있는 정보를 추출해 자동으로 문서를 작성하는 서비스도 기대해볼 수 있다. 웨스트로(Westlaw), 주디카타(Judicata), 케이스텍스트(Casetext) 같은 기업이 다양한 방식의 법률 검색 지원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두 번째 분야는 변호사 검색 서비스다. 법률 산업은 정보 비대칭성이 높은 시장으로, 특히 국내에서는 변호사 관련 정보를 얻을 수 있는 채널이 극히 제한적이다. 이에 ICT를 활용해 일반 고객의 법률 서비스 장벽을 낮추는 스타트업이 국내외에 속속 등장하고 있다. 고객은 온라인 플랫폼을 통해 지역별·분야별 변호사의 상담 및 수임료를 실시간으로 확인할 수 있고, 기존 대면 위주 상담에서 벗어나 전화, e메일, 메신저 등 다양한 방식으로 상담받을 수 있다. 주요 기업으로 렉수(Lexoo), 헬프미, 로앤컴퍼니 등이 있다.



변호사 검색, 법률 자문도 컴퓨터로 척척

다소 생소할 수 있으나 소송 준비 과정 중 소송 관련 증거를 수집 및 공개하는 전자증거개시 지원 서비스도 중요성이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자증거개시 제도란 소송 당사자가 소송을 준비하는 과정에서 상대방이나 제삼자로부터 소송과 관련된 증거자료를 수집하는 활동을 의미하는데, 이때 증거자료는 전자문서, 비디오 등 전자적 형태로 저장되는 정보를 지칭한다. 전자증거개시 업무는 다루는 정보의 특성상 관리가 까다로운 편이며 이에 전문적인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는 스타트업이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으로 디스코(Disco), 로직컬(Logikcull) 등이 있다.

마지막으로 법률 자문 및 전략 수립 분야다. 법률 서비스의 핵심은 승소 또는 입법 가능성을 높이는 전략 개발이라고 할 수 있다. 법조인은 법령, 최근 판례 추이, 사건을 맡는 판검사의 성향, 수임사건의 특수성 등에 대한 정확한 이해를 바탕으로 법률 전략을 수립해야 하는데 이는 무척 복잡하고 고도화된 작업이다. 이 때문에 혁신적인 글로벌 스타트업은 첨단 ICT를 활용해 수십만 건의 법령, 판례, 규제, 법률 논문 등을 자동으로 검색하고 분석해 판례 추이를 살핀 뒤 특정 법률 전략의 성공 가능성을 예측하는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 대표 기업으로 피스컬노트(FiscalNote), 렉스마키나(LexMachina) 등이 있다.

리걸테크 산업의 성장이 기대되는 만큼 정부는 법률 산업 선진화와 신성장동력 발굴 차원에서 리걸테크 산업을 육성하기 위한 투자 및 기반 확충에 나서야 한다. 이를 위해 첫째, 법률 산업의 선진화와 국민의 법률 서비스 접근성 제고 차원에서 리걸테크 산업에 대한 공공 부문의 선도적 투자를 확대해야 한다. 둘째, 민간에서 리걸테크 산업 진출이 활성화될 수 있도록 기업 지원책을 수립해야 한다. 셋째, 리걸테크 산업 발전을 촉진할 수 있도록 관련 규제 등을 정비, 보완해야 한다. 넷째, 리걸테크 산업 성장 과정에서 발생하는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산업 성장의 파급효과를 예상하고 선제적인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 






주간동아 2016.11.02 1061호 (p54~55)

전해영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hjeon@hr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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