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1

2005.06.28

무명의 반상 쿠데타 ‘쇠망치 충격’

이창호 9단(백) : 옥득진 2단(흑)

  • 정용진/ Tygem 바둑 웹진 이사

    입력2005-06-24 10:3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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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명의 반상 쿠데타 ‘쇠망치 충격’
    ‘핵주먹’ 타이슨이 무명의 더글러스에게 한방을 얻어맞고 무너졌을 때 사람들은 이를 ‘도쿄 반란’이라 이름 지었다. 그렇다면 무명의 도전자 옥득진 2단이 정말이지 모든 이들의 예측을 뒤엎으며 왕위전 도전1국에서 이창호 9단을 눕힌 것은 뭐라고 불러야 할까. 반상 쿠데타?

    지난해 11월 제대한 ‘예비역’ 옥득진 2단이 왕위전에서 파죽지세로 8연승을 거두며 도전자가 되리라 예견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1999년 입단. 2000년 2단 승단이 프로필의 전부인 23세 늦깎이 무명 기사가, 그것도 군복무 2년여의 공백기간을 극복하고 39년 전통을 가진 기전의 도전자로 나선 자체가 경천동지할 일이었다. 하지만 마지막 관문을 사천왕처럼 눈을 부릅뜨고 지키고 있는 상대는 천하제일검 이창호 9단. 다들 옥득진의 운은 여기까지거니 했다. 옥득진조차 이창호와 도전기를 벌인다는 것은 그저 막연히 상상으로나 간직한 꿈이었다 했다. 그런데 상상 속의 대결이 성사된 정도가 아니라 첫 판에 하늘같이 여겼던 이창호의 대마를 잡으며 쾌승을 거두었다. 기세란 이래서 무서운 것이며, 세상은 이래서 참고 살 만한 것인지도 모른다.

    이창호 9단의 대마가 떨어지는 장면이다. 여기까지 무명의 도전자는 처음 도전 무대치고 상당히 잘 버티며 균형을 유지해왔다. 이쯤 되자 ‘돌부처’가 슬슬 흔들리기 시작했음인가. 백1·3은 중앙 대마를 능률적으로 타개하자는 뜻이다. 다음 ‘참고도’ 흑4로 받아주면 백9까지 돌려쳐 선수로 대마쫔를 수습하게 된다.

    그런데 상대가 ‘장면도’ 흑4로 의표를 찔러왔다. 파란의 전주곡이었다. 백5 이하는 내친걸음이자 백1·3의 체면을 살리기 위한 자존심. 백17까지 우상변을 파는 데 성공했으나 대신 흑18·20 연타에 대마가 침몰하는 비운을 맛보고 말았으니. 이창호의 대마도 두 집을 못 내면 별수 없는 것이다. 149수 끝, 흑 불계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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