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91

2005.06.28

노력형 VS 천재형 … 오늘과 내일의 ‘골프 여제’

  • 문승진/ 골프전문기자 sjmoon@hot.co.kr

    입력2005-06-24 10:2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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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력형 vs 천재형.’

    6월13일(한국시간) 미국 메릴랜드 주 하브드그레이스의 블록골프장(파72·6486야드)에서 끝난 올 시즌 두 번째 메이저대회인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총 상금 180만 달러)은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대회였다.



    이 대회에서 ‘골프 여제’ 아니카 소렌스탐(34·스웨덴)은 메이저대회 3연패의 위업을 달성했다. 시즌 첫 메이저대회인 나비스코챔피언십에 이어 메이저대회 연속 우승(11언더파 277타)을 하며 단일 시즌 4개 메이저대회를 모두 우승하는 전대미문의 그랜드슬램 달성에 한 발짝 다가선 것.

    소렌스탐은 메이저 9승을 포함해 통산 승수를 62승으로 늘렸고, 올 시즌 8개 대회에 출전해 준우승 한 차례를 포함해 6승을 쓸어 담으며 명실상부한 ‘독주 체제’를 구축했다.



    그러나 사상 최다인 1만여명의 갤러리는 소렌스탐 외에 또 한 명의 스타에게도 아낌없는 박수갈채를 보냈다. 바로 ‘내일의 여제’를 준비하고 있는‘천재 소녀’ 미셸 위(15)가 그 주인공이다.

    아마추어 신분으로 당당하게 준우승(8언더파 280타)을 차지한 미셸 위는 이 대회 준우승으로 출전과 관련된 ‘특혜 논란’을 완전히 잠재웠다. 그동안 맥도널드 LPGA 챔피언십은 프로 선수들에게만 문호를 개방하는 전통을 지켜왔으나 51년 만에 처음으로 아마추어인 미셸 위에게 초청장을 보냈던 것이다.

    일부 선수들은 LPGA(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가 타이틀 스폰서인 맥도널드의 압력에 굴복해 자격도 안 되는 미셸 위를 초청했다며 노골적으로 불만을 터뜨렸고, 일부 언론도 이에 힘을 실어줬다. 하지만 15세 소녀는 보란 듯이 쟁쟁한 프로 선배들을 제치고 자신의 천재성을 입증했다.



    미셸 위는 올 들어 성인무대에서 벌써 두 번째 준우승을 거뒀다. 엄선된 선수들만 출전하는 메이저대회에서만 세 번째 ‘톱 10’에 진입했다.

    한 칼럼니스트는 “미셸 위는 마음만 먹는다면 당장 내일이라도 LPGA 투어 선수가 될 수 있다” “충분히 그럴 자격이 있고, LPGA 투어 지도부도 쌍수를 들고 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소렌스탐도 “미셸 위는 우리 여자프로골프의 미래다. 그의 눈부신 성장이 너무나도 대견하다”고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미셸 위는 명실상부한 차세대 주자로 자리매김했다. 그리고 그런 만큼 소렌스탐과의 비교도 불가피하게 됐다. 이들을 한 단어로 비교한다면 소렌스탐은 ‘노력형’, 미셸 위는 ‘천재형’이라고 할 수 있다.

    테니스 스타를 꿈꾸던 소렌스탐은 비교적 늦은 나이인 열두 살 때 골프에 입문했다. 1994년 프로무대에 데뷔할 때까지 소렌스탐은 그저 평범한 골퍼였다. 반면 미셸 위는 네 살 때 처음 골프클럽을 잡았다. 그리고 열 살 때 아마추어대회에서 9언더파 64타(파73)를 기록하며 일찌감치 스타로 주목받았다.

    70년생인 소렌스탐과 89년생인 미셸 위의 나이 차는 19년. 키는 미셸 위(183cm)가 소렌스탐(170cm)보다 13cm나 더 크다. 나이나 신체조건만 놓고 보면 미셸 위가 월등히 앞선다. 특히 미셸 위는 장신에서 뿜어져 나오는 폭발적인 장타를 자랑한다. 미셸 위가 많은 인기를 끄는 요인도 300야드 이상을 능가하는 호쾌한 장타다. 실제로 미셸 위는 이번 대회에서 파5홀에서 아이언으로 투온하는 등 특유의 장타를 과시했다.

    그러나 미셸 위보다 체력적으로 떨어지는 소렌스탐은 이번 대회에서 평균 드라이버 거리 300.25야드로 미셸 위와 ‘장타자’ 로라 데이비스(영국) 등을 제치고 장타 부문 1위에 올랐다. 소렌스탐의 장타는 파워 누수가 없는 깔끔한 스윙을 구사한다는 것을 방증한다.

    소렌스탐은 항상 일정한 스윙 템포를 유지한다. 소렌스탐이 클럽 세팅을 위해 스윙 스피드를 체크했을 때 10차례 모두 똑같은 스피드를 기록해 용품업계 관계자들을 놀라게 한 일도 있다. 그 비밀은 엄청난 훈련이다. 소렌스탐은 자신의 스윙 가운데 일정하게 70%만을 구사한다고 말한다. 그만큼 소렌스탐은 흔들림이 없다.

    미셸 위도 스윙만큼은 둘째가라면 서러워할 정도다. 장신에도 불구하고 이상적인 스윙을 구사해, PGA(미국프로골프협회) 투어에서 ‘빅 이지’라는 별명을 갖고 있는 어니 엘스(남아프리카공화국)도 미셸 위의 스윙을 보고 반했을 정도. 타이거 우즈도 “지금까지 내가 본 스윙 가운데 가장 이상적인 스윙을 한다”고 극찬했다.

    소렌스탐은 철저한 자기관리와 연습 벌레로 유명하다. 그는 골프를 시작한 이래 87년부터 자신의 모든 기록을 컴퓨터에 꼼꼼히 기록해놓고 있다. 스코어, 거리, 퍼트 수 등은 물론이고, 자신이 실수한 상황까지 빼놓지 않고 정리한다. 소렌스탐이 실수를 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또한 하루도 빠뜨리지 않고 ‘윗몸일으키기’ 150회 이상과 상체를 반만 일으키는 ‘크런치(crunch)’, 그리고 ‘메디신 볼’(복싱선수들이 복근 단련을 위해 배를 두드릴 때 쓰는 공처럼 생긴 장비)을 포함해 하루에 800회 정도 ‘복근 단련’을 하고 있다.

    미셸 위는 소렌스탐에 비해 경험이 부족한 게 약점이다. 골프에서 경험은 가장 큰 무기다. 다양한 상황에 대처할 수 있게 하는 ‘경험’이야말로 무엇보다도 중요하다. 전 세계적으로 40대 골퍼들이 강세를 띠는 이유도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런 점에서 미셸 위는 아직 많은 시간이 필요하다. 하지만 ‘천재 소녀’ 미셸 위는 이러한 시간을 빠르게 앞당기고 있다. 그동안 미셸 위는 장타에 비해 숏게임에서 약한 모습을 보여왔다. 지난해까지 ‘잘 나가다가 한순간에 무너지는 ‘실수’를 종종 범했다. 그러나 미셸 위는 달라졌다. 이번 대회에 출전한 선수 중 유일하게 4라운드 내내 언더파 행진을 펼치며 기복 없는 플레이를 선보였다. 마치 ‘소녀에서 숙녀’로 성숙해진 느낌이다.

    미셸 위는 나이에 걸맞게 도전적이고 긍정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다. 또 끊임없이 새로운 세계에 도전한다. 성인 남자 대회에 참가하는 것은 물론, 남자 메이저대회에 출전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어쩌면 소렌스탐보다 한 차원 높은 골프를 즐긴다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어린 나이에 너무 빨리 성인무대를 접하는 것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높다. 우즈는 미셸 위의 잦은 성인무대 출전에 대해 “나는 미셸 위의 나이에 그 또래 아이들과 경쟁하며 자신감을 쌓았다”며 “그러한 자신감이 결국 프로무대에서 성공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됐다”고 충고했다. 또한 상업성에 의해 희생양이 될 수도 있음을 걱정하는 전문가들도 있다. 따라서 미셸 위는 ‘기다림의 미학’을 터득할 필요가 있다.

    소렘스탐은 프로에 데뷔하기 전까지 충분히 또래들과 즐기며 정신적, 육체적으로 균형 있게 발전해왔다. 그리고 그러한 ‘시간의 법칙’이 오늘의 강한 소렌스탐을 만들었다.

    앞으로 ‘흥행 보증수표’ 미셸 위에 대한 일반인들의 관심은 더욱 증폭할 것이다. 그리고 독주하는 소렌스탐의 ‘대항마’로 미셸 위가 거론되는 것도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끊임없는 노력과 풍부한 경험에 강한 승부욕까지 겸비한 소렌스탐과 젊은 파워와 무한한 잠재력, 발전 가능성을 지니고 있는 미셸 위. 이들의 대결이 앞으로 골프계의 최고 빅 이벤트라는 것은 자명한 사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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