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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셜 리포트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교육당국, 횡령사건도 형사고발 소극적 … 돈만 회수하고 경징계로 끝나기 일쑤

  •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서울 종로구 서울시교육청 전경과 세종대 사학비리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시위.

사립학교 교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는 진술이 나왔지만 다른 증거가 없다고 그냥 넘어갔다면 엄격한 증거주의에 입각한 조치라고 평가해야 할까, 아니면 교육당국의 비리 척결 의지에 대해 의심을 해야 할까. 물론 대부분의 교육 관계자들은 후자의 견해에 동의한다.

실제로 이런 일이 일어나 교육계 안팎의 비난을 사고 있다. 최근 사학비리 문제가 불거졌던 경기 평택의 한광학원에 대해 특별감사를 벌였던 경기도교육청 관계자는 “컴퓨터업체 사장이 한광고 교장에게 금품을 제공했다고 진술했지만, 명확한 증거가 없어 검찰에 고발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밝혔다.

‘노트북 구입 대가로 학교장에게 수백만원을 전달했다’는 양심선언이 나온 것은 비리 관련 학내 분규가 심화되면서 경기도교육청이 감사에 나선 3월 중순. 한광학원이 운영하는 한광고 등 4개 중·고등학교 교사들은 2월 말부터 학교 회계부정, 학교 매점 임대 특혜, 학교 공사와 물품구입 비리 등 사학비리 규명을 요구하며 피켓시위와 릴레이 단식을 벌여왔다. 3월7일에는 한 교사가 인터넷에 학교 비리 관련 내용을 게재했다는 이유로 직위해제됐고, 이튿날 이 교사가 수업을 하다 교실 밖으로 강제로 끌려나오자 350여명의 학생들이 3시간 동안 직위해제 철회를 요구하는 집단농성을 벌이는 등 격렬한 내홍을 겪었다.

88만원 금품수수건은 “액수 적다” 경징계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2월11일 세종대 감사 결과를 발표하는 교육부.

이 학교 김진훈 교사에 따르면 컴퓨터업체 사장은 한광학원 교사들에게 “한광고가 1억원어치의 노트북을 구입하는 대가로 교장에게 600만원을 전달했고, 교장은 행정직원을 불러 처리를 지시했다”고 털어놨다. 또 “한광고가 15대의 노트북을 추가로 구입해 88만원을 더 전달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이원기 경기도교육청 감사담당관은 “사장은 600만원을 전달했다가 돌려받았다고 진술했고, 학교장은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88만원의 금품 전달은 경기도교육청도 사실로 인정하는 대목. 학교 행정직원이 교육청 감사가 시작된 지 사흘 뒤 이 업체 대리점으로 찾아와 직원에게 사장에게 전달해달라며 돈 봉투를 두고 가는 바람에 들통 난 것이다. 이 감사담당관은 “이 건은 검찰에 고발할 정도의 사안이 아니다”라며 “600만원 건은 확실한 증거가 없고, 88만원 건은 액수가 적어 경징계를 권고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이러한 교육청의 처분에 대해 한광학원 교사들은 분노하고 있다. 김 교사는 “도둑놈을 잡아줬는데도 도둑질한 사실이 없다고 하는 꼴”이라며 분통을 터뜨렸다. 한광학원 사학비리 문제를 계속 제기해온 최순영 민주노동당 의원은 “교육청은 행정직원이 보는 앞에서 사장에게 ‘돈 준 적 있느냐’고 묻는 등 감사의 기본 원칙도 지키지 않았다”며 “더욱 명확한 증거는 수사기관이 찾아내야 할 사안인데도, 교육청이 미리 판단해 고발까지 접어버리는 것은 직무유기”라고 비판했다.

교육당국의 사학비리에 대한 형사처벌 의지가 실종됐다는 비난이 거세다. 교육당국이 사립학교의 비리 사실을 적발하고도 형사상 책임을 묻기 위해 검찰에 고발하는 사례가 극히 적다는 지적이다. 사립학교법개정과부패사학척결을위한국민운동본부(이하 사학국본) 최낙성 집행위원장은 “학교 예산 부당 집행이나 불법 자금 마련 등은 횡령, 사기, 뇌물수수 등 형사상 책임을 물을 수 있는 사안인데도 교육당국은 검찰 고발에 아주 소극적”이라며 “많게는 수십억원대까지 비리 사실이 적발되는데도 아무도 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부지기수”라고 지적했다.

‘세종대학교 사태’ 또한 형사상 처벌로까지 이어지지 않고 있다. 세종대 학생들과 교수들이 1년 넘게 학교법인 대양학원 비리에 대해 강력하게 문제를 제기하자 교육인적자원부는 지난해 10월 종합감사에 착수, 올해 2월 “대양학원은 2개월 내에 교비 113억3000만원을 회수하거나 변상하라”는 조치를 내렸다. 교육부가 적발해낸 사항은 △학생 장학금 부당 전용 △교비 54억원의 비(非)교육시설 투자 △이사장 보수 과다 지급 △업무추진비 및 교비회계 부당 집행 등. 그러나 감사를 담당한 교육부 관계자는 “개인적인 비리가 확정적으로 나온 사안이 없기 때문에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연구비 유용비리를 밝히고 있는 김이섭 박사와 연구비를 유용한 연세대 독문과 교수들이 운영했던 연구소 현판.이 사건으로 지난해 8월 폐소 조치됐다.

이 같은 교육부 방침에 대해 교육부 감사를 이끌어낸 ‘민주세종건설을위한공동투쟁위원회’는 강력 반발하고 있다. △수익용 재산인 서울 군자동의 땅을 팔아 주식을 사는 대신 매해 일정 금액을 대학운영 경비로 전출하기로 한 허가 조건을 이행하지 않은 점(45억9700만원) △교육용 재산인 서울 군자동의 또 다른 땅을 처분하는 대신 매각 대금의 일부를 수익용 기본 재산에 투자하지 않은 점(4억7600만원) △대학교 시설 사용료와 기부금을 법인 수입으로 처리한 점(41억6400만원) 등은 명백한 횡령이라는 게 공동투쟁위원회의 주장이다. 박춘노 위원장은 “교비 회계 수입인 금액이 들어오지 않는 것은 사립학교법 제29조 위반으로 동법에 의해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의 벌금형에 해당한다”며 “교육부가 위법 사실을 인지하고도 고발하지 않는다면 이에 대한 책임을 묻기 위한 법적 절차를 밟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감사 과정 중에 벌어진 ‘회계서류 분실 소동’에 대해서도 공동투쟁위원회는 검찰 고발을 요구하고 있다. 내용은 이렇다. 교육부 감사관들이 회계 서류를 요구하자 학교 측은 세종대 내에 설치된 감사장에 이미 가져다놓았다고 말했다. 그러나 감사장에서 회계 서류가 발견되지 않아 분실신고를 했고, 이에 경찰이 현장조사를 벌이는 소동까지 벌어졌다. 그러나 결국 회계 서류는 재단 사무실에서 발견됐다. 교육부는 감사 결과에 이 소동을 ‘감사업무 방해’로 적시하고 이사장에겐 경고, 업무차장 등 2명에겐 경징계 처분을 내렸다. 교육부 관계자는 “세종대가 처분대로 이행했다고 보고해왔다”며 “감봉과 견책 중 어떤 경징계를 내렸는지는 말해줄 수 없다”고 밝혔다. 이에 박 위원장은 “교육부도 분명 감사업무 방해라고 적시했듯이, 이는 업무방해죄에 해당한다”며 교육부의 더욱 강력한 대응을 요구했다.

2003년 초부터 재단 비리에 대해 교사·학생·학부모의 문제 제기가 있어왔던 서울 금천구의 동일학원은 검찰 고발이 이뤄져 이사장이 벌금 1000만원을 선고받은 경우다. 서울시교육청은 이사장과 교장, 행정실장 등 5명에 대해 사기와 횡령 혐의로 검찰에 고발했다. 동창회가 존재하지 않는데도 동창회비를 거둬들여 부당하게 사용한 점(3억3000만원)과 학생식당 감가상각비를 학교급식비에 포함해 거둬들여 불법 적립한 점(5억500만원)을 고발한 것.

그러나 동일학원 교사들은 “교육부는 여러 가지 비리 사실 중 극히 일부만 고발했다”며 반발하고 있다. 감사 결과 밝혀진 대로 이미 학교식당이 있는데도 위탁급식으로 전환하면서 급식 업체에 시설비 명목으로 징수한 돈을 학교장 명의 통장에 입금해놓은 점(4억5700만원)이나 이사장에게 부당 지급된 수당(3300만원), 교육용 기본재산에서 발생한 임대료 수입금을 편입시키지 않은 점(5000만원) 등에 대해서도 형사상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것.

특히 33개월 동안 매월 100만원씩 이사장에게 부당 지급된 수당 3300만원은 논란거리다. 교사들은 이를 횡령으로 간주하는 반면, 서울시교육청은 회수 조치만 내렸다. 그러나 동일학원 측은 교육청에 이의를 제기해 회수 조치를 취소받았다. 그러나 이는 ‘이사장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것은 부당하므로 앞으로는 지급하지 말라’는 1999년 교육부 감사 결과에 위배되는 것이다. 서울시교육청 관계자는 “일사부재리 원칙에 위배되기 때문에 회수 조치를 취소했다”면서 “이 사안에 횡령 혐의를 적용할 수 있는지 여부는 고려해본 적 없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동일학원 조연희 교사는 “교육부 감사가 오히려 횡령에 대한 면죄부를 준 셈”이라고 비난했다.

2002년 한 여학생이 교육청 홈페이지를 통해 학내의 여러 문제를 익명으로 고발했다가 퇴학당한 사건으로 사학 비리 관련 학내 분규가 시작된 서울 노원구의 용화여고의 경우도 교육청 감사 결과 역시 검찰 고발로까지 이어지지 않았다. 이 학교는 서울시교육청의 감사를 통해 학교회계에서 발생한 법인세 환급금 8200만원을 법인회계에 포함시키고, 교비 2100만원을 재단 이사장 영결식 비용으로 사용하고, 법인소유의 승용차량 보험료와 자동차세 등 2760만원을 마찬가지로 교비에서 지출하는 등의 사실이 적발됐다. 교육청이 이러한 사안에 대해 내린 조처는 해당 금액만큼의 회수에 불과했다.

학내 분규를 주도했다는 이유로 파면됐다가 교육부 재심 끝에 복직한 이 학교 진웅용 교사는 “아직까지도 논란이 되고 있는 문제는 교비 이월금 21억원(2000년 말 기준)의 일부로 신관을 증축한 사실”이라며 “이는 학생들 등록금으로 법인 재산을 증식한 경우이기 때문에 횡령에 해당하는 것”이라고 주장했다. 학생들의 등록금으로 조성된 교비는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서만 쓰여야 하는 돈이기 때문에, 교실로 사용되고 있다고 하더라도 법인 재산인 건물을 증축하는 데 쓰인 것이어서 잘못이라는 지적이다. 그러나 서울시교육청은 “85년부터 교비의 시설비 지출 기준을 완화하고 있다”며 “현재는 초·중·고교를 막론하고 학생 교육에 큰 지장이 없는 한 교비의 시설비 지출이 가능하다”고 밝혔다.

사학비리 봐주기인가 솜방망이 처벌 언제까지

2003년 초부터 시작된 학내분규가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서울 금천구의 동일학원과 직위해제된 동일학원 교사들. 왼쪽부터 박승진, 조연희, 음영소 교사.

지난해 우리 사회를 떠들썩하게 만들었던 ‘연세대 독문과 교수 연구비 횡령 사건’은 결국 벌금형으로 마무리됐다. 독문과 전임교수인 김모 교수와 또 다른 김모 교수는 한국학술진흥재단으로부터 연구비를 지원받으면서 인건비 명목으로 지급된 연구비를 횡령한 혐의로 각각 500만원과 1000만원의 벌금을 선고받았다. 그러나 이는 교육부나 한국학술진흥재단(이하 학술재단)의 검찰 고발로 이뤄진 형사상 처벌이 아니다. 학술재단은 조사를 통해 연구비 횡령 사실을 밝혀내고 부당 집행된 연구비 회수, 앞으로 최장 5년간 연구비 신청 제한 등 조치를 취했으나 검찰 고발은 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학술재단이 이미 감사를 실시해 연세대에 조치를 요구한 사항’이라며 이 사안에 대해 감사를 하지 않았다.

이 횡령 사건을 검찰에 고발한 쪽은 애초에 이 문제를 폭로한 김이섭 박사(연세대 독문과)와 연세대 총학생회, 독문과사태 관련 학생진상규명위원회 등이었다. 김 박사는 “학술재단에게 몇 주에 걸쳐 검찰 고발을 요구했지만, 난감해하기만 했다”고 말했다. 형사상 처벌을 받을 수 있는 사안인데도 불구하고 검찰 고발을 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 학술재단 관계자는 “학술연구분쟁조정위원회에서 고발하지 않기로 결정했으며, 학술연구관리지침에는 검찰 고발 조항이 없기 때문”이라고 밝히면서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연구비 횡령은 관행처럼 이뤄졌던 게 사실인데, 선생님에 대해 고발까지 하는 게 과연 능사인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사학비리 척결에 나선 교사들이 형사상 처벌을 강조하는 이유는 현행 사립학교법의 처벌 규정이 매우 미약하기 때문이다. 교육당국은 현행 사립학교법에 따라 비리 사실이 적발되면 잘못 쓰인 예산을 제자리로 되돌려놓게 하고 해당 재단에 관련자 징계를 권고한다. 가장 강력한 처벌은 임원취임 승인취소. 그러나 계고 기간 내에 교육당국이 요구한 바를 이행하면 임원취임 승인취소는 소멸된다. 학교 돈을 적법하지 않게 가져갔다가 적발됐다고 하더라도, 제자리에 다시 가져다두기만 하면 아무런 처벌을 받지 않게 되는 셈이다. 또 사립학교의 인사권이 이사회에 있기 때문에 징계 내용이 파면이 아닌 이상 징계 대상자는 별다른 ‘타격’을 입지 않는다. 회계 부정을 밥 먹듯 저지르는 사립학교 행정직원에게 아무리 많은 ‘경고’ 처분을 내린다 해도, 이사장이 해당 직원을 신임하는 한 직무가 계속 유지되는 것. 서울시교육청 감사관실 관계자는 “공립학교에서는 경고 처분조차 인사상 큰 불이익을 받게 되지만, 사립학교에선 전혀 그렇지 않다는 맹점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솜방망이 처벌이 비리근절 막아

때문에 교육당국이 사학비리에 대해 강력한 형사상 처벌 의지를 내보여야 사학비리가 근절될 수 있다는 목소리가 높다. 그러나 교육당국 관계자들은 “확실하게 개인적으로 유용한 사실이 밝혀지지 않아 횡령 등 혐의로 고발하기 어렵다”면서도 “수사권이 없기 때문에 명확한 조사에는 한계가 있다”고 말한다. 이에 대해 민주노동 법률단의 권두섭 변호사는 “명확한 혐의 사실은 수사기관에서 밝혀낼 사안”이라며 “교육당국이 예단하여 확실한 혐의가 없다면서 형사고발조차 기피한다면 이는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고 지적했다.

학교 회계 수입을 다른 용도에 사용한 수많은 사학비리에 대해 ‘회수’ 조치만 취할 뿐 사실상 면죄부를 주고 있는 교육당국의 감사 실태에 대해 박춘노 민주세종건설을위한공동투쟁위원회 위원장은 “2003년 5월30일 선고된 대법원 판례를 주목해달라”고 주문했다. 이 판례는 ‘학교법인의 회계는 학교회계와 법인회계로 구분되고 학교회계 중 특히 교비회계에 속하는 수입은 다른 회계에 전출하거나 대여할 수 없는 등 용도가 엄격히 제한되어 있기 때문에 교비회계자금을 다른 용도에 사용하였다면 그 자체로서 횡령죄가 성립한다’고 판결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40~43)

강지남 기자 lay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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