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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소형차 르네상스

새 프라이드, 신화 재현 시동 걸다

이름 같지만 완전히 다른 모델과 성능 … 내수는 물론 ‘수출 전략 차종’으로 집중 육성

  •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새 프라이드, 신화 재현 시동 걸다

새 프라이드, 신화 재현 시동 걸다
신화는 재현될 것인가.

마이카 시대의 들머리를 막 넘어서던 1987년 3월5일. 서울 코엑스 1층에 전시된 42대의 새 차를 보기 위해 5만명의 사람이 몰려들었다. 스포트라이트의 주인공은 6년 만에 승용차 시장에 돌아온 기아자동차(이하 기아차)의 야심작 프라이드. 일정을 늘려 3일간 계속된 전시엔 모두 20여만명이 다녀갔다. 새 차 발표회가 이렇듯 인산인해(人山人海)를 이룬 것은 ‘값싼 국민차’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87년 3월5일은 기아차의 땀과 긍지를 상징하는 날이다. 프라이드가 처음으로 선보이던 날, 경기 광명시 기아차 소하리공장에선 1만4000여평 규모의 프라이드 전용 공장 준공식이 열렸다. 준공식에선 수출을 앞둔 프라이드가 도열해 신화의 탄생을 예감케 했다. 81년 정부의 자동차산업 합리화 조치 이후 6년 만의 승용차 시장 복귀, 해마다 15만대를 만들어낼 전용 공장의 완공, 프라이드 신화의 탄생이 모두 같은 날 쓰인 것이다.

73년 준공돼 올해로 서른두 살인 소하리공장이 2005년 2월 새 옷으로 몸치장을 끝냈다. 새 프라이드를 만들기 위해 낡은 설비를 송두리째 뜯어고친 것이다. 브리사와 복사를 만들었고 봉고로 비상했으며 프라이드로 신화를 창조한 바로 그곳이다. 소하리공장은 87년 원조 프라이드를 탄생시키면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89년 연간 생산 60만대 규모의 화성공장이 세워지면서 뒤로 밀리기 시작해 지난해엔 리오와 카니발 25만여대를 만드는 데 그쳤다.

2100억원 투입 26개월 연구개발 끝 출시



기아차는 4월7일 서울 압구정동 사옥 1층 전시장에서 소하리공장에서 생산된 신형 프라이드의 신차발표회를 열고 ‘프라이드 신화의 재현’을 선언했다. ‘국민차’로 불리며 인기를 구가하던 프라이드가 단종 5년 만에 새로운 모습으로 부활한 것이다. 새 차 프라이드는 ‘뛰어난 성능과 안전성을 겸비한 아름답고 강한 차’를 컨셉트로 만들어진 리오의 풀모델 체인지 모델로 총 2100억원을 투입하여 26개월의 개발 기간을 거쳐 모습을 드러났다.

연간 내수 2만대, 수출 13만대 등 15만대(2005년은 11만대) 판매를 목표로 정한 기아차는 비교적 호의적인 시장의 초기 반응에 크게 고무돼 있다. 기아차 김익환 사장은 “프라이드는 과거 프라이드 신화를 그대로 재현해 국내뿐 아니라 해외에서도 한국 차의 자긍심을 높여줄 차세대 월드 카”라며 “새 프라이드는 소형차 수준을 한 단계 끌어올린 동급 최고의 차량으로 푸조206, 폴크스바겐 폴로, 르노 클리오 등 세계적인 소형차와 정면승부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새 프라이드, 신화 재현 시동 걸다

옛 프라이드, 프라이드 베타, 새 프라이드(위부터).

새 차의 이름을 땀과 긍지의 상징인 프라이드로 정하는 과정에선 크게 이견이 없었다고 한다. 옛 프라이드는 데뷔 이후 2000년 1월 단종될 때까지 내수 70만여대, 수출 56만여대 등 모두 126만여대를 판 기아차의 효자다. 기아차 관계자는 “지난해 스포티지 출시 때는 차명을 바꾸자는 의견이 있었으나 프라이드라는 이름을 부활시키자는 데는 반대가 거의 없었다”면서 “많은 사람들이 프라이드라는 차명을 튼튼하고 경제적인 자동차의 대명사로 여기고 있어, 심혈을 기울인 새 차의 이름을 프라이드로 이어가기로 결정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새 프라이드는 옛 프라이드의 이름을 이어받았을 뿐 완전히 다른 모델이다. 특히 배기량을 기존 소형차보다 100㏄ 키워 준중형급 수준의 출력을 실현함과 동시에 연비를 향상시켰다. DOHC엔진을 사용하는 1400㏄와 CVVT엔진이 장착된 1600㏄ 모델이 출시됐으며, 5월 디젤엔진을 장착한 1500㏄ VGT모델을 새롭게 선보인다. 가격은 1.4 DOHC모델이 840만~932만원으로 책정됐고, 1.6 CVVT 모델은 998만~1198만원, 1.5 VGT 디젤모델은 1146만~1214만원이다.

새 프라이드가 옛 영광을 재현할 수 있을까. 기아차는 조심스럽게 성공을 자신하는 분위기다. 고유가 시대가 계속되면서 자동차의 경제성이 강조되는 가운데 준중형급의 출력과 상대적으로 높은 연비를 가진 차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는 것. 휘발유보다 저렴한 경유를 연료로 사용하는 1.5 디젤모델은 연비가 수동변속기 기준으로 ℓ당 20.5km에 달해, 연비가 ℓ당 20.9km(수동변속기 기준)인 GM대우의 경차 마티즈와 비교해보면 경제성을 미뤄 짐작할 수 있다. 초기 주문이 5월부터 출시되는 디젤모델에 몰리는 이유다.

‘오팔 그레이’ ‘그린 페리도트’ ‘블루 사파이어’ 등 10가지 색상의 외관도 대체로 좋은 평가를 받고 있다. “품격이 떨어져 보일 수 있다”는 지적에도 푸조206, 폴크스바겐 폴로 등에서 볼 수 있는 ‘블랙 몰딩’을 과감히 채용한 게 특히 눈에 띈다. 해외 유명 차의 디자인 트렌드로 떠오른 블랙몰딩은 범퍼와 사이드라인 후면 범퍼에 적용돼 모던한 분위기를 자아낸다. 시트와 핸들에 붉은색 컬러와 최고급 옵션을 적용한 ‘레드 프리미엄’은 여성 운전자들에게 인기를 끌 것으로 보인다.

프라이드는 하반기에 출시될 현대차 베르나 후속 모델과 플랫폼을 공유하고 있다. 현대차와 플랫폼을 공유한 차로는 처음으로 현대차보다 먼저 출시된 것이다. 이는 현대차만큼 신뢰성을 갖췄다는 뜻도 된다. 그러나 업계의 한 관계자는 “마치 현대차를 보는 것 같다”면서 “기아차 특유의 이미지를 살리지 못한 게 아쉽다”고 말했다.

새 프라이드, 신화 재현 시동 걸다

프라이드는 크롬 도금과 메탈 컬러, 가죽 재질을 이용해 내부 인테리어를 고급화했다.

기아차는 프라이드를 ‘수출 전략 차종’으로 집중 육성키로 했다. 내달엔 유럽, 7월엔 미국 시장에 본격 수출된다. 특히 디젤모델의 경우엔 ‘유로4’ 환경 기준을 충족하고 있어 디젤승용차 판매 비중이 50%에 이르는 유럽 시장에서의 활약이 기대되고 있다. 현재 미국 시장에서 이전 모델인 리오는 공급이 부족할 만큼 호조를 보이고 있다. 미국에서는 리오, 칼로스, 베르나 등 한국 차가 B-세그먼트 시장의 70%를 차지하고 있다. 프라이드는 지명도가 높은 리오라는 차명을 수출용으로 계속 사용할 예정이다.

유럽 시장에서 B-세그먼트급은 경쟁이 매우 치열하다. 지난해엔 푸조406 42만대, 르노 클리오 38만3000대, 피아트 푼토 30만4000대, 포드 피에스타 29만6000대, 시트로엥 C3 26만5000대, 폴크스바겐 폴로 25만5000대, 도요타 야리스 19만5000대가 팔렸다. 프라이드는 올해 유럽 판매 목표를 4만5000대로 잡았다. 기아차는 스포티한 디자인과 젊은 스타일을 적극 홍보해 프라이드를 유럽 시장에서 기아차의 브랜드 가치를 높일 수 있는 차종으로 키울 요량이다.

프라이드는 80년대 기아차의 자존심을 회복해준 브랜드다. 프라이드는 싼 가격과 우수한 연비를 무기로 13년 동안 기아차의 효자 노릇을 하며 사랑을 받았다. ‘돌아온 신화’ 프라이드가 소형차 시장의 판도를 바꿀 수 있을까. 자동차 내수 시장의 24%(2005년 3월 기준)를 차지하는 소형차 시장에서 새 프라이드는 어떤 족적을 남길 것인가. 기아차의 ‘올드 보이’들은 87년 3월5일의 환호를 기억하고 있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32~34)

송홍근 기자 carrot@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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