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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천정부지 기름값의 비밀

LPG, 가격 줄다리기 이긴 요인은

‘환경 보호’ 명분 작용하고 고유가 겹쳐 … 7월부터 경유값 오르고 LPG값은 내릴 듯

  •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LPG, 가격 줄다리기 이긴 요인은

LPG, 가격 줄다리기 이긴 요인은

한 LPG택시 기사가 차 뒷유리창에 부착된 ‘LPG 특소세 폐지’ 표어를 가리키며 내용을 설명하고 있다.

7월이 되면 디젤 차량에 쓰이는 경유 가격은 인상되고, LPG 가격은 인하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우원식 의원 등 여야 의원 11명은 3월29일, 휘발유-경유-LPG의 상대 가격 비율을 기존의 100:70:53에서 100:85:50으로 조정하는 내용을 담은 ‘교통세 및 특별소비세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이는 2004년 12월24일 경제장관간담회를 통해 확정된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안’에 따른 것이다.

이 안이 확정되기까지 에너지 업계는 1년여에 걸쳐 경유-LPG 간 상대 가격 비율 조정을 놓고 치열한 물밑 다툼을 벌였다. 직접적 계기가 된 것은 디젤 승용차의 허용이었다. 정부의 세수 확대 욕구도 큰 동인이 됐다. 그러나 정유업계는 “더 이상 세금을 늘리는 것은 안 된다”며 “세금 인하를 통해 가격 비율 결정의 기준이 되는 휘발유 가격을 인하하라”는 요구를 줄기차게 해왔다. 이는 각종 차량을 운행하는 국민, 그리고 에너지 수요가 많은 기업들의 이해와도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2001년 제1차 에너지 세제개편을 단행했다. 당시 핵심 목적은 LPG 차량이 지나치게 증가해 LPG 수입액이 급증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것이었다. 그 결과 2007년 7월까지 LPG의 상대 가격 비율을 휘발유의 60% 선으로 상향 조정키로 했다. 경유가의 상대 비율 목표는 휘발유 대비 75% 선으로 정해졌다.

지난해 초까지만 해도 정유업계 승리 가능성 높아

그런데 막상 1차 세제개편을 적용하고 보니 또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미세먼지나 질산화물질 발생의 주범으로 알려진 디젤엔진 차량이 급속도로 늘어난 것이다. 경유 가격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데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었다. 여기 더해 “디젤 승용차 판매를 허용해달라”는 자동차 업계의 요구 또한 갈수록 거세졌다. 급기야 2003년 정부는 “2005년 1월1일부터 디젤 승용차 시판을 허용한다”는 결정을 내렸다. 이 같은 배경 아래 대기오염을 우려한 환경단체들을 중심으로, 경유 사용을 줄이고 LPG 사용을 늘리는 방향으로의 2차 세제개편의 필요성이 강력히 대두하게 된 것이다.



물론 선두에 선 것은 LPG 업계였다. SK가스, E1 등 LPG 업체들은 LP가스공업협회를 중심으로 정치권에 대한 전방위 설득에 들어갔다. 환경부는 물론 여러 시민·환경 단체들도 든든한 우군 구실을 했다. LPG 연료를 주로 쓰는 택시업계도 힘을 보탰다. 대부분의 택시 뒷유리창에 ‘LPG 특소세 폐지’라는 구호가 붙어 있는 것 또한 이 때문이다.

이러한 LPG 업계의 움직임은 필연적으로 정유업계의 거센 반발을 불러왔다. LPG에 대한 세금 인하는 곧 경유에 대한 세금 인상으로 이어질 것이 뻔했기 때문이다. 대표적 디젤차량인 화물차 기사들과 노조도 이에 가세했다.

지난해 초만 해도 LPG 업계 대 정유업계의 싸움은 정유업계의 승리로 돌아갈 가능성이 높아 보였다. 아무래도 정유업계의 사회적 영향력이 더 컸던 까닭이다. 그러나 ‘환경 보호’라는 시대적 명분의 힘은 강력했다. 아울러 재정경제부(이하 재경부) 등 정부 각 부처는 2차 개편을 통해 유류세를 또 한번 인상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했다. 재경부 관계자는 “환경오염 증가와 에너지 과다 소비를 막기 위해서는 경유 가격을 올리는 것이 불가피했다”고 말한다.

마침 불어닥친 고유가 상황은 재경부의 주장에 힘을 실어주었다. 경유값이 오르면 당연히 덜 쓸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정부는 또한 조세연구원의 연구 결과를 토대로 “정부 개편안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의 수송용 에너지 평균 수준을 채택한 것”임을 강조했다.

LPG, 가격 줄다리기 이긴 요인은

수도권 시민·환경 단체로 구성된 블루스카이운동 회원들이 3월24일 오전 서울 종로구 남인사마당에서 ‘에너지 세제 개편 이행하지 않는 재경부 환경부 규탄 기자회견’을 한 뒤 환경 퍼포먼스를 펼치고 있다.

정유업계도 응전에 나섰다. 정유업계 측은 “원유를 정제하면 경유가 20~25% 정도 생산된다. 현재는 국내 소비가 받쳐줘 남는 부분은 수출을 하고 있지만, 경유값 인상이 이루어지면 국내 소비가 줄어 결국 헐값에 수출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LPG 국내 소비물량 대부분을 수입하는 것에 비춰볼 때, 균형적 에너지 수급이라는 측면에서도 문제 아니냐는 주장이었다.

그럼에도 대세가 ‘개편’ 쪽으로 기울자 버스업계와 전국화물자동차운송연합회의 반발이 거세지기 시작했다. 지난해 9월14일 서울 서초동 한국회계사회 대강당에서 열린 한국조세연구원 주최 ‘에너지 상대 가격 조정방안에 관한 공청회’에는 화물연대 소송 노동자 10여명이 진입해 시위를 벌이는 일도 발생했다. 이 자리에서 전국택시운송사업조합연합회 박복규 회장은 “LPG 가격 인하에는 찬성하나 운송화물 업체들이 적자에 허덕이고 있는 상황에서 경유에 부과되는 세금 또한 낮아져야 한다”며 화물업계에 힘을 실어주었다. “세수를 줄이더라도 세원을 말살해서는 안 되는 것 아니냐”는 것이었다.

그러나 결국 지난해 12월24일 정부는 ‘제2차 에너지 세제개편안’을 확정했다. 2005년 7월부터 2007년 7월까지 3년간, 경유 가격을 매년 휘발유가 대비 5%포인트씩 인상한다는 것이 주 내용이다. LPG부탄 가격은 2005년 7월을 기해 3%포인트 인하할 것을 결정했다. 아울러 택시업계에는 3년간 현 수준의 유가보조금을 지급하고, 버스, 화물차, 연안화물선에는 3년간 현 수준의 유가보조금과 함께 향후 경유 세율인상분 전액을 지급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같은 조치에 따라 현행 48.5%인 휘발유 차량 비율은 42.3%로 줄고, 37.7%인 경유차량 비율은 41.6%로, 13.8%인 LPG 차량은 16.1%로 늘어날 것이라 예상했다. 아울러 2차 세제개편을 통해 연간 총 1조4000억원의 환경오염 비용이 감소할 것이라는 추정치도 내놓았다.

그러나 정부 확정안까지 마련된 지금에도 “세수 자체를 줄여야 한다”는 주장은 여전히 힘을 얻고 있다. 기준이 되는 휘발유가 자체를 지금의 90% 선으로 낮춰야 한다는 것이다. 이는 휘발유, 경유, LPG 등을 통틀어 차량을 운행하는 이라면 대부분 공감할 만한 내용이다. 3년간의 보조금 지급 결정에도 택시업계와 버스·화물차 업계의 불만 또한 사그라지지 않고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확정안 발표 시 재경부가 올 7월로 못박았던 2차 세제개편안 시행이 6개월 이상 지연될 뻔하기도 했다.

법제처는 매년 2월 국무회의에 당해 연도의 ‘법률안 제출 계획’을 제출한다. 그런데 거기에 세제 개편안의 주무부처인 재경부가 관련 법률안 제출 시기를 7월이 아닌 11월로 기재해놓은 것이다. 이에 대해 재경부 당국자는 “실무 선에서 착오가 있었던 것뿐”이라는 말을 하고 있다. 그러나 관련 법에 대한 의원입법을 대표 발의한 우원식 의원 측은 “각종 이권 단체의 압력으로 인해 국회 재정경제위원회가 전향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고 이에 동요한 재경부가 눈치를 봤기 때문”이라 해석하고 있다. 결국 “재경부가 못 미더워” 의원입법을 발의할 수밖에 없었다는 것이다. 우 의원은 재경위가 아닌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이다.

막상 의원입법 발의가 이루어지자 재경부에서도 부랴부랴 “우리도 5월까지 관련 법안을 제출할 예정이니 올 6월 임시국회에서 의원발의안과 함께 심의했으면 한다”는 뜻을 밝히고 있다.

개정안이 확정되고 입법 발의도 끝난 만큼 이제 에너지 세제개편안은 ‘돌아올 수 없는 다리’를 건넌 듯도 하다. 그러나 정부의 쉼 없는 고유가 정책, 고유류세 정책에 대한 국민들의 반발은 쉬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대한석유협회 관계자는 “아직 법안 확정까지는 시일이 남은 만큼 휘발유를 비롯, 석유제품 전체에 대한 세금 부과를 낮추기 위한 노력을 계속해나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간동아 2005.04.26 482호 (p22~24)

이나리 기자 byem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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