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2

2005.04.26

미국서 키워낸 태권도 조국 나들이

  • 이인모 기자 imlee@donga.com

    입력2005-04-19 13:5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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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국서 키워낸 태권도 조국 나들이
    “이번 대회가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세계에 알리고, 아울러 한국의 귀중한 문화유산을 소개하는 데 큰 도움이 됐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2005 경주 ATA 태권도 월드 챔피언십 대회’ 참가를 위해 귀국한 미국태권도협회(ATA) 이순호(66) 총재는 힘찬 목소리로 이번 대회의 성과를 평가했다. ATA와 경주시 주최로 4월14일부터 17일까지 열린 이 대회에는 미국을 비롯한 전 세계에서 1000여명의 태권인이 참가, 품새·겨루기·격파 3개 종목에서 실력을 겨뤘다. 단일 단체의 회원들이 이렇게 많이 한국을 찾은 것은 보기 드문 일로 관광 수익을 통한 지역 경기에도 일조했음은 물론이다.

    이번 대회는 겨루기로만 승부를 가리고 순위를 정하는 다른 태권도 대회와 사뭇 달랐다. 대회 기간은 총 4일이지만 3일간은 거의 축제 수준의 행사가 펼쳐지고 마지막 하루 동안만 태권도 실력을 겨룬 것이 특징. 한·일 12개 팀이 참가한 국제열기구 대회를 비롯, 전국모터패러글라이딩 대회, 열기구 불꽃쇼 등이 열려 대회 참가자들과 경주 시민 모두에게 즐거운 볼거리를 제공했다.

    이번 대회는 이 총재가 자신의 꿈을 이룬 행사다. 미국으로 건너간 지 36년. 형(兄)인 이행웅(2000년 작고) 전 ATA 총재와 함께 미국에 태권도를 뿌리내리는 데 성공했다. ATA는 현재 35만여명의 회원과 1000여개의 도장을 둔 거대 단체로 성장했다.

    그럼에도 이 총재의 마음 한구석에는 언제나 아쉬움이 남았다. 파란 눈의 미국인들에게 한국에서 대회를 치름으로써 한국을 더욱 자세히 알려주고 싶었고 고국에도 무언가 보답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던 것. 그러나 한 해 미국에서만 60회나 대회를 치르는 바쁜 일정은 언제나 이 총재의 발목을 잡았다. 그러던 차에 총재직 승계를 염두에 두면서부터 자신의 뜻을 더 이상 미룰 수 없다고 판단한 이 총재는 6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이번 대회를 치르게 됐다. 차기 총재 후보는 미국인이기에 총재직 승계 뒤엔 한국에서 행사를 갖는 것이 쉽지 않을 것으로 판단했기 때문이다.



    이 총재는 또 경주에 국제태권도대학 설립과 전통무술테마파크 조성 계획을 갖고 있다. 대학 설립은 이미 경주시와 상당한 의견 접근을 보았고 무술테마파크도 일정 부분 진척이 된 상태다. 이 두 가지 계획은 모두 태권도 종주국으로서의 한국을 세계에 알리기 위한 이 총재의 생각에서 시작됐다.

    한국에서의 여건에 따라 ‘경주 ATA 태권도 월드 챔피언십 대회’의 연례화도 구상 중에 있다는 이 총재는 “전 세계의 태권도 인구를 800만~1000만명으로 추산합니다. 그 사람들이 한국에 다녀갈 수 있도록 하는 데 태권도만한 관광자원이 어디 있겠습니까?”라며 태권도를 통한 고국 사랑의 마음을 내비쳤다. 이 총재의 원대한 구상은 이제 힘찬 첫발을 내디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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