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2005.04.12

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 chjparis@hanmail.net

    입력2005-04-08 11: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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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야래향’은 요즘 보기 드물게 퓨전이 아니라 ‘전통’ 중국요리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그날 재료만 쓰는 ‘전가복’과 살아 있는 왕게 다릿살을 ‘깐풍기’식으로 맵게 볶아낸 ‘마늘소스 왕게다릿살’(아래).

    ‘불을 갖고 논다’.이것이 바로 중국요리의 특징일 것이다. ‘쉭’ 소리가 날 만큼 강한 불로 순식간에 재료들을 익혀내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치 불춤을 보는 듯하다. 그런 인상이 강해선지 중국요리 하면 먼저 불을 떠올린다. 사실 센 불에서 짧은 시간에 익혀낸 재료들은 고유한 맛이 살아 있으면서도 영양 손실이 적다.

    중국음식의 또 다른 매력은 단맛·짠맛·신맛·매운맛·쓴맛의 다섯 가지 맛을 복잡 미묘하게 배합하여 다양한 맛을 내는 것이다. 이 오미(五味)가 인간의 오장을 보양한다고 해서 오래전부터 소중히 여겨온 것이 중국음식이다. 또한 중국인 스스로가 ‘바다의 잠수함과 육지의 탱크, 하늘의 비행기만 빼고 다 먹는다’고 말할 만큼, 중국요리는 다양하고 풍부한 재료를 사용한다.

    이렇듯 다양한 재료를 사용하고 오묘한 맛을 내는 중국음식이 세계인의 입맛을 끄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외국여행 중에 현지 음식이 입에 맞지 않을 때 찾는 곳도 중국음식점이다. 중국음식점은 우리에게도 친숙한 외국음식점으로, 어릴 적 자장면의 추억이 담겨 있는 곳이기도 하다. 요즘에는 고급스럽고 규모가 큰 음식점이 들어서서 깨끗하고 좋은 서비스를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어딘지 모르게 낯설다. 거기에는 새 옷을 입을 때의 어색함이 있다. 물론 색다른 분위기에서 맛있는 음식을 즐기는 것이 어찌 좋지 않겠는가. 그렇지만 아직은 동네에 있는 자그마하고 맛깔스런 음식점이 필자에게는 더 가깝게 느껴진다. 그곳에서는 주방 너머로 흘러나오는 불소리와 함께 불춤을 떠올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부이촌동 재래시장 상가에 있는 ‘야래향(夜來香)’은 그런 음식점 중 하나다. 화교 형제가 운영하는 이곳은 작지만 깔끔하다. 퓨전풍이 아니라 전통 중국요리가 나오는 곳이다.

    이 동네에 자리 잡은 지 얼마 되지 않았는데도 늘 손님들로 붐빈다. 그도 그럴 것이 이곳은 이미 미식가들에게 소문난 회현동 골목에 자리 잡고 있는 아담한 중국음식점의 또 다른 집이다. 여기에서도 요리를 책임지고 있는 동생분과 언제나 친절하게 손님을 맞이하는 형님을 만날 수 있었다. 예약을 하지 않아 별실에 들어가지 못한 일행은 주방 가까운 자리에 앉았는데, 그것이 오히려 행운이었다. 열린 주방은 아니지만 음식을 내는 큰 창이 바로 앞에 있어 그 틈 사이로 화려한 불놀이와 음식 만드는 모습을 구경할 수 있었기 때문.



    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작고 깔끔해 어린 시절 중국집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는 야래향.

    주인의 추천을 받은 ‘전가복’은 먼저 다양하고 풍부한 해산물이 입맛을 돋운다. 특히 전복과 해삼이 아낌없이 들어 있다. 재료들은 싱싱하다. 그날그날 싱싱한 재료만을 골라 사용한다는 말이 사실이다. 채소도 죽순과 새송이버섯만 사용해 음식이 깔끔해 보인다. 간이 딱 알맞아 마음에 든다. 간을 덜 하면 맛이 밍밍해 간장을 자주 찍어 먹게 되는데, 그러면 장맛이 재료의 맛을 지배한다. 해산물을 자신의 기호에 따라 고추기름에 찍어 먹는 게 제격이다.

    ‘ 마늘소스 왕게다릿살’은 살아 있는 커다란 러시아산 왕게 다릿살을 이용한 것이다. 튀김옷을 입혀 튀겨낸 게다릿살을 ‘깐풍기’식으로 마른고추에 볶아내선지 매콤한 맛이 상당히 자극적이다. 두툼하면서도 부드러운 게살이 매운맛과 어우러지는 게 이색적이다. 게살의 촉촉한 육즙이 자극적인 맛을 완화해주지만 뒷맛은 여전히 맵다. 손님들이 즐겨 찾는다고 하니, 요즘 매운 음식을 좋아하는 취향을 반영한 듯하다. 이 집에서는 북경식 요리와 사천식 요리 모두 맛깔스러워 선택의 폭이 그만큼 넓은 셈이다.

    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야래향’은 화교 형제가 운영한다. 마음씨 좋아 보이는 웃음이 트레이드마크인 송승복 사장.

    대중적인 요리를 맛보는 것도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돼지고기 탕수육’은 튀긴 정도가 적당해 바삭하면서도 딱딱하지 않아 먹기에 좋다. 맑은 소스는 단맛과 신맛이 균형을 이루고 있다. 신맛을 레몬즙으로 낸다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초를 사용하는 것보다 레몬을 넣을 때 산뜻한 맛과 향이 나는 것은 당연하다. 전분의 사용도 적절해 튀김이 전혀 뒤엉켜 있지 않다. 그래서 탕수육은 오래전부터 이 집의 인기 메뉴 중 하나다.

    ‘삼선자장’은 깔끔하다. 느끼하거나, 너무 달지도 짜지도 않다. 첫 맛을 보는 순간 ‘깔끔하다’는 말이 모두에게서 동시에 나온다. 면은 손으로 뽑은 것이 아니지만 가늘지도 굵지도 않은 데다 알맞게 잘 삶아졌다. ‘굴짬뽕’은 해물향이 깊은 매운 짬뽕이다. 맑은 굴짬뽕보다는 매운 굴짬뽕이 시원한 맛을 내기가 어렵다. 매운맛을 잘 조절하지 못하면 시원한 맛을 놓치고 만다. 그리 맵지 않은 이곳의 굴짬뽕은 시원한 맛을 살리기에 그만이다. 물론 해산물이 신선하지 않으면 맛을 내기 어렵다는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변함없는 짬뽕 국물 맛 때문에 이 집을 찾는 사람이 많다고 한다.

    따로 요리를 골라 먹는 것보다 정찬요리를 주문하는 것도 좋다. 가격에 따라 다르지만, 사품 냉채로 시작하는 1인분에 4만원 하는 정찬 요리는 게살과 삭스핀 수프, 전가복, 해물누룽지탕 등 8가지 코스로 이루어져 내용이 알차고 다양한 요리를 맛보기에 알맞다. ‘난자완스’와 ‘양장피’도 이곳에서 놓치기 아까운 음식이다. 규모가 아담하기 때문에 여럿이 찾을 때는 예약을 하고 가는 것이 좋다. 야래향은 밤에 향기를 내는 꽃이란다. ‘달 아래 꽃들은 모두 잠들었는데, 오직 야래향만이 향기를 내뿜는구나’라는 노랫말을 지닌 가요 ‘야래향’도 인기 있는 중국 대중가요다. 마침 아파트 숲 사이로 뜬 보름달 아래, 어딘지 모르게 애틋한 꽃향기가 코끝에 아련히 감도는 듯하다.

    자장면의 추억… “입맛대로 골라 골라”
    ● 야래향

    ·위치 : 지하철 4호선 이촌역 4번 출구로 나와 조금 가다 좌회전해서 10m쯤 가면 한가람아파트 214동 맞은편, 이촌종합상가 2층

    ·연락처 : 02-797-7179

    ·추천 메뉴 : 정찬요리(4만원부터), 전가복(5만원), 마늘소스 왕게다릿살(4만5000원), 해물누룽지탕(2만8000원), 탕수육(1만8000원), 굴짬뽕(6000원)

    ·영업시간 : 11:30~22:00, 휴무 없음

    주차는 이면도로를 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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