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80

2005.04.12

프랑스도 ‘모바일 TV’ 관심 많네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황금알 영역 … 기술 수준 앞선 한국 움직임 빠짐없이 보도

  • 파리=지동혁 통신원 jeast@naver.com

    입력2005-04-08 10:2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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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3월31일부터 프랑스에서는 파리와 리옹 등 전국 주요 도시를 중심으로 지상파 디지털 방송(TNT) 서비스가 시행된다. 이에 따라 일반 시청자들은 수신기만 갖추면 별도의 추가 수신료 없이 DVD 수준의 고화질, 고음질 TV 방송을 시청할 수 있다. 또한 이 서비스를 통해 수신 가능한 채널은 기존 6개 지상파 채널에서 14개로 늘어난다. 공영방송 6개, 민영방송 8개의 지상파 채널을 갖추게 된 것. 요즘 프랑스인들은 더욱 다양해진 채널을 선명한 화질로 즐길 수 있다는 기대에 부풀어 있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은 위성 디지털 방송과 달리 수신 과정이 비교적 단순하다는 점이 큰 매력으로 꼽힌다. 복잡한 위성 수신 장비 없이 100유로(약 14만원) 안팎의 단말기만 설치하면 기존의 공중파 방송을 수신하듯 아무런 가입 절차나 추가 비용 없이 디지털 방송을 손쉽게 시청할 수 있기 때문이다. 비록 프랑스 국민들의 평균 TV 시청 시간이 유럽 국가 가운데 낮은 편에 속하지만, 방송 관계자들은 TNT 서비스의 본격적인 시행이 더욱 많은 사람들을 TV 앞으로 모이게 할 호기로 여기며 홍보에 열을 올리는 분위기다.

    지상파 디지털 방송 서비스 개시

    TNT 서비스가 프랑스에서 주목받는 또 다른 이유는 미래형 방송의 출발을 알리는 신호탄이 되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휴대전화를 통한 TV 수신 시범 서비스가 구체화되면서 프랑스 사람들은 방송과 통신 기술 융합의 결정체라 할 수 있는 모바일 TV 기술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다.

    2004년 11월에는 산업부 주관으로 모바일 TV를 주제로 한 포럼이 열렸다. 주요 이동통신서비스 업체, 휴대전화 제조업체, 방송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신기술 도입에 관한 협조 방안을 논의했다. 같은 달에는 이동통신서비스 2위 업체인 SFR이 범용이동통신시스템(UMTS) 기술을 통해 프랑스 국내 최초로 3세대 모바일 서비스를 상용화함으써 일대일 동영상 송·수신 및 주문형 방송 수신이 가능해졌다. 이어 12월에는 1위 업체인 오랑주(Orange)도 같은 기술의 서비스를 시행했다. 올해 3월 초에는 모바일 TV 관련 업체들이 모여 한 단계 진보한 기술인 DVB-H를 이용한 TV 시험방송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이 시험방송이 시행될 경우 TNT 서비스를 통해 디지털화된 방송 콘텐츠가 주로 이용될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모바일 TV에 대한 프랑스 국민들의 관심은 상당히 빠른 속도로 확대되는 분위기다. 프랑스 국민들이 TV 문화에 그다지 호의적인 편은 아니지만, 휴대전화를 통한 각종 멀티미디어 서비스에 대해서는 신기술 애호가적 성향을 보여주고 있다.

    미국 시장 조사기관인 TMG 그룹은 2004년 세계 각국의 ‘휴대전화 멀티미디어 서비스 이용 실태’에 관한 보고서를 발표했다. 이 보고서에 따르면 전체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중 멀티미디어 서비스 사용자 비율에서 한국과 일본이 다른 조사 대상국들과 현격한 차이를 보이며 선두권을 형성하고 있다. 여기서 또 한 가지 특기할 만한 내용은 프랑스가 3위로 한국과 일본을 뒤쫓고 있다는 점이다. 유럽에서는 프랑스가 이동통신 멀티미디어 서비스 분야에서 선두를 달리는 셈이다.

    프랑스 이동통신청(ART)에 따르면 프랑스의 이동통신서비스 가입자 수는 약 4500만명에 이른다(2004년 말 기준). 전체 인구가 약 6100만명인 점을 감안하면 휴대전화 보급률이 거의 포화 상태에 이르렀다고 할 정도로 높은 편이다. 유행에 비교적 덜 민감한 프랑스 소비자들이지만 휴대전화에 대해서만큼은 앞선 기술과 디자인을 가진 신제품에 큰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이다. 또한 젊은층을 중심으로 제품 교환주기도 점차 짧아지는 추세다. 이렇듯 휴대전화에 대한 적극적인 구매 성향은 자연히 새로운 부가서비스에 대한 기대로 이어지고 있다. 바로 이 기대의 정점에 모바일 TV 서비스가 위치하는 것이다.

    현재 유럽은 이동통신의 동영상 송출 표준기술 방식으로 DVB-H를 채택하고 있다. 그러나 이 기술이 본격적으로 상용화되기까지는 아직 2년 정도의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때문에 현재는 일대일 전송방식인 UMTS를 사용하고 있다. UMTS 방식은 화질이나 전송 속도 면에선 만족할 만한 수준이나, 전송량이 폭주할 경우 쉽게 과부하에 걸릴 수 있다는 점이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힌다. 한편 DVB-H 방식은 한국과 일본 등 아시아 권역에서 표준방식으로 자리잡고 있는 DMB 방식과 기술적으로 유사함에도 호환이 어렵다는 점 때문에 유럽 내에서도 채택 확정에 대한 반대의 목소리가 높은 편이다.

    기술방식·예상 수요 검토 활발

    또한 프랑스 이동통신업계 안팎에서는 모바일 TV 서비스 예상 수요에 대한 검토 작업이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프랑스 소비자들이 이미 휴대전화가 제공하는 갖가지 멀티미디어 서비스 기능에 발빠르게 적응하고 있기 때문에 TV 수신 서비스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일 것이란 예상이 일반적이다. 반면 일각에서는 회의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다. 전체 휴대전화 가입자의 3분의 1이 여전히 통화 이외의 부가서비스를 이용하지 않고 있다는 통계 때문이다.

    모바일 TV의 미래는 프랑스 이동통신서비스 업계의 최대 관심사인 동시에 아직 베일에 가려진 미지의 영역이다. 때문에 이들에게는 프랑스보다 한 발 앞서 이 서비스를 시행하는 한국이 반가운 존재임이 틀림없다. 평소 이동통신의 종주국이라는 자부심을 가진 유럽인들이지만 한국이나 일본의 앞선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서는 내심 부럽다는 심경 또한 내비치고 있다. 프랑스의 각종 언론들은 한국에서 이미 모바일 TV 기술이 상용화 초읽기에 들어갔다는 소식을 빠짐없이 보도하고 있다. 이제 이동통신 기술에 대해서는 유럽 선진국들도 한국을 선진국 대접하고 있는 셈이다. 이런 이미지를 형성한 데에는 한국산 휴대전화에 대한 유럽 소비자들의 좋은 평가가 상당 부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디지털 멀티미디어 방송(DMB) 서비스 상용화 계획이 예정대로 진행된다면 우리나라는 세계 최초의 지상파 DMB 시행 국가가 된다. 프랑스를 비롯한 유럽 각국은 현재 또 하나의 이동통신 기술 혁명으로 평가되는 DMB에 대해 호기심 어린 시선으로 바라보고 있다. 특히 DMB 서비스가 어떤 콘텐츠로 채워질지, 어느 정도의 실수요를 창출할지, 휴대전화 이용 문화에는 어떠한 변화를 가져올지 등 다각적으로 관심을 내비치고 있다. 우리나라가 세계의 모델이 될 수 있을지 여부는 우리 국민들의 손에 달린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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