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453

..

‘버섯구름’ 北 군수기지 폭발인가

北 “수력발전소 건설 산 폭파” 주장과 핵실험·지진·미사일 기지 폭발 가능성은 낮아

  • 이정훈 기자 hoon@donga.com

    입력2004-09-16 12:12: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9월9일 중국과 접경지역인 북한 양강도 김형직군에서 일어난 버섯 모양의 대형 연기 기둥으로 인해 나라 안팎이 시끄럽다. 처음에는 북한이 지하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이 강하게 제기됐으나 9월13일 영국의 BBC 인터넷판이 북한 백남순 외무상이 “수력발전소 건설을 위해 계획적으로 산 하나를 폭파했다”고 말한 것으로 보도하자, 그쪽으로 무게가 쏠리는 느낌이다. 북한 정권 창건일에 발생한 이 사건의 진실은 과연 무엇인가.

    이 사건의 접근은 ‘제한된 상태’이므로 확보할 수 있는 정보만으로 판단해야 할 것이다. 먼저 가장 관심이 높았던 핵실험 여부부터 살펴보자. 북한이 지상이나 지하에서 핵실험을 했다면 그 즉시 방사성 물질이 토양과 대기와 접촉하는데, 미국 등이 운영하는 인공위성은 방사성 물질과 접촉한 토양을 금방 포착해낸다.

    대기로 나온 방사성 물질은 대기를 타고 떠돌다 내려오는 낙진(落塵)이 되는데 낙진도 금방 탐지할 수 있다. 그러나 한국과 일본 중국은 낙진을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따라서 북한이 김형직군에서 핵실험을 했을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다음으로 살펴볼 것은 자연 지진 여부다. 한국지질자원연구원(이하 연구원)은 세계적으로 지진파 측정 능력을 인정받는 국내 최고의 연구기관이다. 연구원은 지진파와 소리로 먼 곳에서 일어난 폭발이나 지진을 추적한다. 지진은 소리 없이 진동만 일으키나 폭발은 소리도 함께 전달한다.

    4월22일 북한 평북 용천에서 질산암모늄을 실은 화차가 폭발했을 때 연구원은 충격파와 함께 그곳에서 발생한 폭발음도 포착했다. 이러한 연구원은 9월8일 밤 11시24분18초 백두산 부근에서 규모 2.6의 지진이 일어난 것을 포착했으나 소리는 전혀 탐지하지 못했다.



    이 연구원 지진연구센터 이희일 센터장은 연합뉴스와 한 인터뷰에서 “지진이 일어난 곳과 버섯구름이 발견됐다는 김형직군은 110~120km가 떨어져 있다. 따라서 이 지진은 김형직군에서 발생했다는 폭발과 직접적인 연관이 없는 것 같다”고 설명했다. 연구원 측은 조심스럽긴 하지만 김형직군에서 지진이 일어나지 않았다고 판단하고 있는 것이다.

    “인공위성 사진 입수해야 정밀 판단”



    그렇다면 왜 김형직군에서는 버섯구름이 발생했을까. 탈북자 박상학씨는 북한에 있을 때 외가가 있는 김형직군을 자주 방문했다. 그는 “1980년대 북한은 공병 2여단을 동원해 영저리-월탄리-노탄리가 삼각형으로 둘러싸고 있는 대치(大峙)라는 분지에 대규모 미사일 기지를 건설했다. 이 공사는 5년간 계속되었고 80년대 후반 공사가 완공되자 북한은 이곳에 노동 미사일을 배치했다”고 말했다.

    한 정보기관 관계자도 “영저리 부근에 북한의 미사일 기지가 있는 것은 사실이다. 1999년 2000년 대포동 1호 발사대 2개를 더 설치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 미사일을 보관하고 있는 지하갱도에서 폭발이 일어나 버섯구름과 산불을 발생시킨 것은 아닐까. 그러나 모 정부 기관 관계자는 “버섯구름이 올라온 곳과 미사일 기지는 떨어져 있다”고 말했다.

    한 토목공학자는 수력발전소를 짓기 위해 산을 허물었다는 백남순의 주장에 대해 “버섯구름이 생길 정도로 산을 허물었다면 그곳의 지반은 약해져 물을 가두는 둑을 만들 수 없다”라고 잘라 말했다.

    모든 정보를 종합하는 자리에 있는 관계자는 “미사일 기지가 아니라 군수 기지나 군수 공장에서 사고가 난 것 같다”고 말했다. 김형직군의 버섯구름 발생 사건은 한국의 대북 첩보 획득과 분석, 그리고 정보 생산 능력이 아직도 미약함을 보여준 경우라고 할 수 있겠다.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