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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성래 교수의 ‘과학 속 세상史’

“과학의 돈밝힘증 걱정스럽다”

“과학의 돈밝힘증 걱정스럽다”

한 달 전쯤 미국에 사는 친구가 이메일을 보내왔다. 친구는 대학의 물리학과 동기생이었는데, 1965년 미국으로 유학을 간 뒤 미국의 기업체 연구소에서 엔지니어로 줄곧 근무하다 작년에 은퇴했다. 그는 내 글을 인터넷에서 읽었다면서 자신의 소감을 말하려고 오랜만에 연락을 해온 것이다.

여러 내용 중 필자를 곤혹스럽게 한 질문이 몇 포함돼 있었다. 그가 한국의 과학 현실에 대해 가장 이해하기 어렵다고 고백한 부분은 왜 ‘과학’과 ‘기술’을 마구 섞어 사용하느냐는 질문이었다. 개중 심한 표현도 있었지만, 논지를 소개하면 대강 다음과 같다.

“본질적으로 과학은 자연의 기본원리를 밝혀내려는 기초 학문이고, 기술은 돈벌이나 사람 살아가는 데 필요한 재주를 가리킨다. 그런데 기술에 과학의 원리가 활용된다고 해서 기술과 과학을 두루뭉술하게 섞어버리는 한국의 풍토는 결국 과학 발전에 장애 요소가 될 수밖에 없다.”

그래서인지 한국의 과학은 지난 수십년 동안 크게 발전할 수가 없었다고 진단했다. 그의 주장을 조금 더 들어보자.

“내 생각에는 과학 하는 사람들이 돈버는 데 더 정신이 팔려서 자기들 갈 길은 가지 않고 기술자들 뒤처리나 하려고 하는 것이 문제인 것 같네. 그러려면 차라리 과학 한다는 소리는 집어치우고 기술자가 되겠다고 하는 게 옳을 것 같네.”



그는 한국 과학에 진보가 없는 이유는 돈벌이에 눈이 벌개진 장사꾼들의 잘못이라기보다 남의 일에 참견하느라 제 일을 등한시한 과학자들의 책임이라고 말했다. 결론에서 “기술개발이든 과학연구든 둘 중의 하나를 분명히 구별해서 선택해야 하고, 한눈 팔지 말고 열심히 일하는 것이 필요하다”면서 필자처럼 ‘영향력 있는 사람’이 사회에 따끔한 일침을 가해야 하지 않겠느냐고 묻기도 했다.

필자가 ‘과학과 돈’이라는 주제로 글을 쓰는 이유는 순전히 친구의 충동질 때문이다. 그는 결론적으로 이런 말로 끝을 맺었다.

“돈벌이도 하면서 노벨상까지 타겠다니 도무지 이해할 수 없다.”

친구의 말을 액면 그대로 받아들이기는 어려울지 모른다. 하지만 한국의 과학이 돈을 너무 밝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걱정은 내내 하던 고민이다. 공부한다는 사람이 눈을 부릅뜬 채 돈줄만 따라다녀서야 어디 체통이 서겠는가 말이다.

사실 이 문제는 체통이 본질은 아니다. 결국 너무 돈을 따르다가는 주의가 산만해져 자기 갈 길을 잃게 되니 그것이 더 큰 문제일 것이다. 하지만 어쩌랴. 지금 한국사회는 한편 지나친 맘몬(재물의 신) 추구가 문제일 뿐 아니라, 다른 한편 먹고살 길이 막연하여 이공계의 위기 소리가 만연하고 있는 것을 모두가 잘 알고 있는데 말이다.

자본주의 사회가 심화돼갈수록 과학도 그런 사회에 어울리는 방향으로 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사실 누구도 이런 추세에 대해 뭐라고 할 수는 없다. 어느 누구도 과학자에게만 상아탑을 지키라고 요구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과학자들의 걱정은 더욱 깊어만 간다.

한국외국어대 과학사 교수/ parkstar@unitel.co.kr



주간동아 453호 (p59~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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