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9

2003.06.19

노동쟁의로 달아오른 6월 해법

  • 박석운 / 노동인권회관 소장·전국민중연대 집행위원장

    입력2003-06-11 14:5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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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노동쟁의로 달아오른 6월 해법
    최근 한국 언론은 노무현 정부를 ‘노동자 편향적인’ 정책을 추진하는 ‘친(親)노동자적’ 정부로 바라본다. ‘지금은 노조시대’라는 기획기사가 연재되는가 하면 ‘친노(親勞) 정책, 기업 숨통 죈다’는 식의 자극적 제목을 단 기사도 나온다. 그러나 이는 실상과 동떨어진 지나친 비판이다. 현 시점은 이전까지의 정부의 ‘사용자 편향적인’ 정책이나 노동쟁의에 대한 ‘전투경찰 동원형’ 노동정책에서, ‘중립적 자세로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하는 노동정책으로의 방향 전환이 이루어지는 과도(過渡) 단계다. 아직은 중립적 위치에까지는 이르지 못하고 중립적 위치와 친사용자적인 위치의 중간쯤에 있다고 할 수 있다. 이를 놓고 친노동자 정부라고 법석을 떨고 있으니, 우리 언론의 노사관계에 대한 저울추가 얼마나 심각하게 기울어져 있는지 새삼 실감할 수 있다.

    노사간 성실한 대화와 협상만이 갈등 해결

    우선 가장 자주 인용되는 두산중공업 사례를 보자. 가압류, 손해배상 철회와 해고자 복직을 갈망한 50대 노동자의 분신으로 촉발된 노동쟁의를 정부는 과거처럼 전투경찰을 투입하는 방식으로 개입하지 않은 대신, 쟁의가 장기화하자 노동부 장관이 직접 중재에 나서 어렵사리 노사합의를 이끌어냈다. 당시 노조 간부들은 체포영장이 발부되거나 구속된 반면 사용자측은 부당노동행위를 입증해주는 명백한 자료들이 발견됐는데도 누구도 형사처벌을 받지 않았다. 엄밀히 따지자면 여전히 사법당국은 ‘노동자의 위법은 처벌하지만, 사용자의 위법은 처벌하지 않는’ 사용자 편향적인 태도를 견지한 셈이다. 단지 파업 현장에 전투경찰을 투입하는 데 신중했던 수준의 변화에 지나지 않는다.

    또 철도 민영화(사유화) 정책의 철회와 터무니없이 부족한 인력충원을 요구한 철도노조 쟁의 당시 철도청은 성실한 교섭에 나서 파업 돌입 직전에 노사합의를 이뤄냈다. 이는 노사 간의 성실한 교섭을 통해 대형 분규를 사전에 예방한 사례로 평가될 수 있다.

    얼마 전 가까스로 마무리된 화물연대의 파업 사례도 그 교훈은 다른 데 있다. 운송료 인상, 지입제(持入制) 등 법제도 개선, 다단계알선체계 개선 등을 요구하며 시작된 파업 초기, 정부는 관료주의적인 태도로 일관해 사태를 악화시켰다. 이때 노동부 장관 등이 앞장서 대화와 협상을 이끌어내 평화적으로 타결할 수 있었다. 만일 일부 주장대로 전투경찰을 투입하여 진압을 시도했다면 그야말로 수습하기 어려운 물류대란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농후했다. 물론 사태 초기부터 실질적인 협상을 신속하게 추진했더라면 그 정도의 분규도 예방할 수 있지 않았을까 아쉬운 생각이 든다. 대화와 협상을 통한 실사구시적 접근 방법이 노동쟁의나 사회적 갈등의 유효한 해결 방법임을 입증한 사례였다.



    현재진행형인 교육행정정보시스템(NEIS) 사례도 비슷한 교훈을 주고 있다. 학생과 학부모의 정보 인권과 공익을 지키자는 전교조의 요구는 애초 교육부가 인권과 공익의 관점으로 접근하여 성실한 대화와 협상을 추진했다면, 또 교육부총리의 약속대로 국가인권위원회 권고를 수용했다면 사회적 갈등이 이처럼 심각한 상황으로까지 확대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이런 간단한 원칙이 ‘전교조 약화’라는 숨은 목적에 의해 왜곡되면서 사회적 갈등이 극도로 증폭됐다.

    한편 노동정책의 개혁 문제는 나팔소리만 요란할 뿐 실제 개혁 공약은 제대로 실천되지 않고 있다. 공무원노조나 실업자의 초(超)기업 단위 노조 가입 허용 문제, 또 주5일제 실시와 외국인산업연수제도의 철폐 및 노동·고용 허가제 도입 문제, 그리고 비정규 노동자에 대한 차별 철폐와 노동기본권 보장 문제도 실질적 진전이 없다. 그런가 하면 대우자동차판매노조나 흥국생명노조 사례에서 보듯이 사용자측의 적나라한 노조 파괴 공작을 입증하는 각종 자료가 폭로되고 있지만, 명백한 부당노동행위조차 여전히 처벌되지 않고 있다. 그래서 노동자들은 새 정부를 ‘친노동자 정부’라고 부르는 것에 동의하지 않는다. 이제 ‘뜨거운’ 6월과 7월이 이어진다.

    1년중 노동 현장의 갈등과 분규가 집중되는 시기가 닥친 것이다. 다소 시끄럽고 심각한 갈등 상황이 예상되기도 한다. 그러나 재계가 호들갑 떨지 않고, 정부가 ‘공정한 중재자 역할’을 맡아 당사자 간의 실질적인 대화와 협상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도록 조력한다면 ‘뜨거운’ 6월도 어렵지 않게 이겨낼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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