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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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움의 길, 시련은 비켜라!

  • 이남희 기자 irun@donga.com

    입력2003-06-12 15:4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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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배움의 길, 시련은 비켜라!
    “한 번도 나를 위해 살지 못했던 아쉬움 때문에 공부를 시작했습니다. 지금은 남에게 베풀 수 있는 사람이 되기를 희망하며 공부합니다.”

    8월에 있을 고등학교 검정고시를 준비중인 박인숙씨(43)의 각오는 남다르다. 어린 시절 가정형편 때문에 초등학교도 제대로 다닐 수 없었던 박씨는 현재 ‘공부’에 대한 갈증을 원 없이 풀고 있다. 지난해 3월 양원주부학교에 입학, ‘ㄱ, ㄴ’부터 깨우치기 시작해 이제는 간단한 영어회화도 하고 이차방정식도 푸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는 휴일도 반납한 채 주중엔 학교에서 공부하고 주말엔 ‘미용사’로 일하며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공부에 매진하기까지 박씨에게 여러 시련이 있었다. 9살에 식모살이로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이후 섬유공장을 전전하며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했고 27살에 결혼했지만 책임감 없는 남편 때문에 홀로 두 아들을 키워야 했던 것. 시어머니가 맡아 키우는 열두 살 된 둘째 아들이 학교를 다니지 못하는 현실은 박씨를 더 가슴 아프게 했다. 그는 아이들에게 ‘어려운 환경에서도 얼마든지 공부할 수 있다’는 희망을 심어주기 위해 굳은 의지로 학업을 이어가려고 한다. “공부하며 자신을 채워가는 과정이 행복하다”는 그는 “영어와 수학이 특히 재미있다”고 말했다. 목표는 한의대나 의대에 진학해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봉사할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 “공부가 힘들겠지만 밤을 새워가며 도전할 준비가 돼 있다”는 그의 눈은 자신감으로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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