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8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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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전 ‘깃발 소리’ 여는 채승우 外

  • 입력2003-06-12 13:4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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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진전 ‘깃발 소리’ 여는 채승우 外
    지금으로부터 꼭 1년 전, 시청 앞 광장과 광화문 앞을 가득 메운 사람들은 하나같이 붉은 티셔츠를 입고 태극기를 흔들고 있었다. 그 광경을 보고 감격한 사람들도 많았지만 왠지 모를 ‘불편함’을 느낀 사람도 분명 있었다. 젊은 사진작가 채승우씨(35)도 그중 한 사람이었다. 채씨는 그 불편함에 대해 의문을 갖고 태극기를 찍기 시작했다. 1년간 그가 찍어온 태극기들, 의문의 편린 26점은 그의 첫 사진전 ‘깃발 소리’(6월13~26일, 스페이스·사진)에서 관객들을 만난다.

    “월드컵 이후로 아시안게임, 대통령선거, 여중생 사망 추모시위, 각종 반전 시위와 친미, 반미 시위 등에는 태극기가 항상 빠지지 않고 등장했습니다. 심지어 대구 지하철 참사의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자리에조차 국화꽃과 태극기가 함께 바쳐지더군요. 대구 지하철 참사는 구성원보다 전체를 중요시하는, 개발 우선의 정책이 가져온 참사인데 그 자리에 국가와 전체를 상징하는 태극기가 등장한다는 사실을 이해할 수 없었습니다.”

    일간지 기자인 덕에 그는 이 모든 현장에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그는 “모두가 태극기를 흔드는 모습을 보는 것이 마냥 즐겁지는 않았다”고 한다. “‘우리는 하나다’라는 외침 속에는 하나가 되기 위해 개개인의 개성과 다양성을 포기해야 한다는 강요가 숨어 있다고 봅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사진전에는 선과 벽, 차려 자세 등이 많이 들어가 있어요.”

    다큐멘터리, 보도사진을 보여주는 홈페이지(www.photogame.pe.kr)를 6년째 운영중인 채씨는 이번 전시를 전시장과 웹 상에서 나란히 진행한다. 보도사진가로서 항상 개인적인 작업을 하는 것이 꿈이었기 때문에 첫 전시를 준비하며 고민과 즐거움이 교차했다고. “정답을 주어야 하는 보도사진에 비해 더 열린 사진들, 모호한 사진들을 전시에 내놓았습니다. 내 방식으로 사람들에게 말을 건 셈인데, 내가 던진 질문에 대해 사람들이 나름의 방식으로 대답해주기를 바랍니다. 앞으로는 다른 사진기자들과도 이런 작업을 해볼 계획이에요.”

    ■ 전원경 기자 winnie@donga.com



    3인3색 작품전 ‘modern arts in Hardcore DIOR’

    사진전 ‘깃발 소리’ 여는 채승우 外
    봉건사회에서 예술가의 정신적, 물질적 후원자가 귀족이었다면 오늘날 작가들이 지지를 호소해야 하는 계층은 ‘대중’이다. 그럼에도 ‘순수’해야 한다고 믿는 작가들은 오랫동안 대중의 취향을 멀리해왔고(혹은 그런 척했고), 상업적인 의도를 불순하다고 여겨왔다. 그러나 이제 시대는 변했고, 작가는 가장 대중적인 상품에도 자신의 영감을 기꺼이 빌려주곤 한다.

    6월4, 5일 서울 원화랑에서 열린 ‘modern arts in Hardcore DIOR’전은 ‘미술과 상술의 행복한 조우’라고 부를 만한 전시였다. 세계적인 패션하우스인 크리스티앙 디오르가 새로운 상품을 내놓으며 기획한 이 전시는 이용백 , 손진아, 김경수 세 작가가 자신의 작품에 상품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거나, 작품을 통해 상품의 컨셉트를 보여주는 형식으로 이뤄졌다. 이용백은 시각적 착각을 불러일으키는 비디오 작품을, 손진아는 금속을 소재로 한 화려한 오브제를, 김경수는 현실을 가상공간으로 확대하는 애니메이션 작품을 선보였다. 상업적 이벤트에 서툴 것 같던 세 명의 작가는 매우 훌륭하게 자신의 작품을 소개했다. ‘에르메스 미술상’을 운영하는 에르메스에 이어 크리스티앙 디오르도 한국 미술계에 뛰어듦으로써 세계적 패션하우스의 한국 미술계에 대한 관심은 더욱 커질 전망이다.

    ■ 김민경 기자 holde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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