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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상 최악 취업난 … 아! 자격증

젊은 구직자들 자격증 따기 이상 열기 … 몇 개씩 보유해도 취업까지 연결 어려워

  •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사상 최악 취업난 … 아! 자격증

사상 최악 취업난 … 아!  자격증

대졸예정자 취업박람회에서 일자리를 찾고 있는 젊은이들.

”취업만 된다면 돈이 얼마 들든 상관없어요. 언제까지 공부만 해야 하는 걸까 막막한 게 제일 답답하죠.”

4월17일 서울 신촌의 한 컴퓨터학원에서 만난 김윤수씨(28·가명)는 그의 13번째 자격증이 될 정보처리기사 자격시험을 준비하고 있었다. 2002년 2월 대학 졸업 후 1년 2개월째 무직 상태인 김씨가 그동안 딴 자격증은 시설관리사, 고압가스 냉동기계기능사, 원동기 시공기능사 등 무려 12개. 하지만 그는 입사시험에서 번번이 고배를 마시고 있다. 전산 관련 자격증이 있으면 좀 낫지 않을까 싶어 새로 공부를 시작했지만 이 역시 해답이 될 수 있을지 확신이 없다. 그가 지금까지 자격증 취득에 쏟아부은 돈은 500만원이 넘는다.

사상 최악의 취업난이 계속되면서 구직자들 사이에서 자격증 따기 열풍이 불고 있다. 2월 말 현재 한국의 청년 실업률(15~29세 실업률)은 8.5%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가운데 2위. 게다가 노동부 조사 결과 우리나라 기업 10곳 중 7곳이 2분기 채용 계획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취업 빙하기’가 길어지자 젊은 구직자들이 자격증 취득으로 돌파구를 찾으려는 것이다.

학원 전전 막대한 시간·비용 투자

2002년 2월 모 지방대 전기시스템 공학부를 졸업하고 취업을 준비중인 이동준씨(27)도 지난 1년간 자격증 공부에만 매달린 경우. 그는 ‘고등학교 때보다 더 열심히’ 공부해서 마이크로소프트사가 인정하는 국제자격증과 국가공인자격증 등 모두 9종류의 자격증을 취득했지만 취업에 실패하고 다시 모바일 프로그래밍 관련 공부를 하고 있다. 이씨는 “졸업 후 2년 안에만 취업하면 성공하는 거라고 생각했다. 지금 하는 공부를 마치고 연말쯤 취업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말하지만 계속되는 불합격에 의기소침해 있다.



김씨와 이씨의 사례는 최근 구직자들 사이에서 특별한 것이 아니다. 채용 전문업체 인크루트가 구직자 2만6185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4월 현재 20대 구직자 2명 중 1명이 평균 2개 이상의 취업 관련 자격증을 보유하고 있고, 1%인 267명이 6개 이상의 자격증을 갖고 있다. 11개 이상 각종 자격증을 딴 이들도 11명.

자격증 취득을 위해 학교를 휴학하고 ‘취업 과외’를 받는 대학생들도 줄을 잇는다. 채용정보업체 스카우트와 잡코리아의 설문조사 결과 취업 준비를 위해 휴학한 경험이 있는 대학생이 전체의 62%에 달했으며, 학원을 다니는 등 ‘취업 과외’를 받고 있는 이들도 절반이 넘었다. 이들은 ‘자격증이 있으면 취업에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로 막대한 시간과 비용을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문제는 이들의 노력이 반드시 취업으로 귀결되지 않는다는 것. 수많은 자격증을 딴 후에도 구직자들은 여전히 ‘취업 준비생’으로 또 다른 학원을 찾아 나선다.

때문에 취업 전문가와 인사 담당자들은 “자격증 취득 열기가 이상하게 과열된 면이 있다”고 우려한다.

국민은행 김정태 행장이 지난해 서울시립대에서 한 특강에서 “자격증은 자신의 능력을 자신할 수 없는 사람들이나 따는 것”이라고 말한 것이 대표적 사례. 이 자리에서 김행장은 “취업을 위해 준비해야 할 것은 자격증이 아니라 실력”임을 강조했다.

사상 최악 취업난 … 아!  자격증

많은 구직자들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휴학하고 학원 강의를 수강하는 등 시간과 노력을 투자하고 있다(위). 대학에서는 자체 특강을 마련해 학생들의 자격증 취득을 돕기도 한다(아래).

연세대 취업정보실의 김농주 취업담당관도 “구직자들은 자격증을 맹신하지만 기업체 인사 담당자들은 시험대비용 요약서를 달달 외워 딴 자격증이 실제 업무에 아무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며 “특히 각종 민간자격증이 범람하는 우리 현실에서 ‘자격증=취업 보장’이라는 기대는 무모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우리나라에서 유통되고 있는 민간자격증은 대략 700여종(한국민간자격협회 추산). 현행법상 개인이나 단체는 아무 제한 없이 자격증을 만들 수 있기 때문에 자격증의 수에 대한 정확한 통계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다. 교육인적자원부 직업교육정책과 최규봉 사무관은 “분명한 것은 전체 민간자격증 중 국가가 공인한 것이 한자능력급수, 무역영어 등 39종에 지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라며 “나머지 자격증은 취득해도 아무 곳에서도 쓰이지 않을 수 있는 100% 민간자격증”이라고 경고했다.

그러나 민간자격증 운영업체들은 “취업과 창업이 보장된다” “신설자격증이라 따기 쉽고 국가공인을 앞두고 있다”는 등의 말로 취업 준비생들을 유혹하고 있다. 최근에는 ‘발명기술지도사’ 자격을 관리하는 모 기관이 ‘자격증을 따면 초·중·고에서 과학 또는 발명반 학생을 지도할 수 있다’는 허위광고를 냈다가 공정거래위원회에 제소당하기도 했다. 취업 준비생들이 힘들게 따낸 자격증이 실제 취업에 별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은 이처럼 공신력 없는 자격증들이 범람하면서 자격증의 가치가 크게 떨어진 탓이다.

실력과 경험 쌓는 데 주력해야

이와 관련해 한 기업체의 인사 담당자는 “민간단체에서 판매하는 교재 몇 번만 읽고 나면 쉽게 합격하는 자격증들이 많기 때문에 자격증이라고 무조건 인정해주지 않는다”며 “널리 인정받지 못하는 자격증은 안 따는 것이 시간과 노력을 절약하는 길”이라고 말했다.

구직자들이 준비하는 자격증이 비슷한 분야에 몰려 있어 취업 과정에서 차별성을 인정받지 못하는 것도 문제다. 인크루트 홍보팀 강선진씨는 “조사 결과 취업 준비생의 40%가 정보처리기사, 웹마스터, 전자상거래 등 IT(정보기술) 관련 자격증을 취득한 것으로 나타났다”며 “국내 IT 관련 기업 수요를 생각할 때 이 많은 자격증 소지자가 다 취업할 수도 없을 뿐더러 ‘누구나 다 따는 자격증’이 되어 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때문에 취업전문가들은 취업을 위해서는 공신력을 인정받는, 자기에게 꼭 필요한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라고 조언한다. 4월 초 500대 1의 치열한 경쟁을 뚫고 GM대우에 입사한 김모씨(28)의 경우가 대표적인 성공 사례. 김씨는 “자동차기술 관련 업무를 하고 싶어서 기계공학과를 졸업했고 자동차 정비기사, 자동차 검사기사 등 자동차 관련 국가공인 자격증을 땄다”며 “국가공인 자격증은 보통 경쟁률이 10대 1이 넘기 때문에 1년간 휴학해 자격증 공부에 매달렸는데 그 효과가 충분히 있었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자격증을 위한 자격증’을 따려 애쓰기보다는 실력과 경험을 쌓는 데 주력하라고 충고하는 이도 많다.

SK에서 프로그래머로 일하고 있는 한 직장인은 “나는 자격증이 하나도 없었지만 취업에 성공했고, 오히려 입사 후 관련 자격증을 세 개나 땄다”며 “어차피 자격증은 실무를 하며 필요한 분야의 것을 취득하는 것이 좋다. 기업에서 신입사원에게 요구하는 것은 스스로 프로그램을 짜본 능력과 경험이지 의미 없는 자격증이 아니라는 걸 알아야 한다”고 말했다.



주간동아 2003.05.01 382호 (p70~71)

송화선 기자 spri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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