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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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0대 “개혁파라 불러주오”

예상 뒤엎고 절반이 노무현 선택 … 신구세대 완충 역할 속 ‘脫보수’ 바람 가속

  • 지금종/ 문화연대 사무처장 c-man21@hanmail.net

    입력2003-01-10 10:4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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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40대 “개혁파라 불러주오”

    선거 유세장에 모여든 유권자들.

    각종 언론이 발표하는 선거분석 결과는 노무현의 승인을 크게 두 가지로 정리하고 있다. 하나는 20, 30대 젊은 세대의 압도적인 지지이고, 다른 하나는 인터넷의 영향력이 다른 매체를 능가했다는 것이다.

    다시 말해 이번 대선은 문자·아날로그 세대인 50대 이상 구세대에 대한 20, 30대 영상·디지털 세대의 승리로 볼 수 있다. 20, 30대는 투표 당일 오후부터 본격적으로 투표에 참여해 노무현에게 집중적으로 표를 줬으며, 사이버 공간의 전령으로서 그 역할을 톡톡히 수행함으로써 신주류의 주역이 되었다. 그러나 이게 전부일까?

    선거 당일 투표율을 예의 주시한 대다수 노무현 지지자들은 낮은 투표율에 절망했다. 세대간 대결구도에선 투표율이 낮을수록 노무현에게 불리할 것이라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결과는 유권자의 50%에 육박하는 20대, 30대의 투표율은 각각 47.5%, 68.9%에 불과한 반면, 유권자의 30%에 불과한 50대 이상의 투표율은 81%에 달했다. 투표율에 밀려 기성세대에게 승리를 빼앗길 수도 있었다는 얘기다. 이런 측면에서 보면 85.8%의 높은 투표율을 보인 40대에서 지지후보가 거의 반으로 나뉜 것이 노무현 승리의 원인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40대, 대선 전 여론조사에서는 이후보 압도적 지지

    40대가 전통적으로 보수적인 투표성향을 보여온 것에 비추어볼 때 이 같은 결과는 의외였다. 여론조사를 보면 민주당 국민경선으로 ‘盧風’이 불던 시기와 정몽준과의 단일화로 인한 ‘單風’ 시기를 빼곤 이회창에게 압도적으로 지지를 보내던 40대가 종국에는 왜 노무현을 선택했을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정권교체보다는 새로운 정치에 대한 열망이 노무현 리더십과 결합해 빚어진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우리는 오랫동안 성장이라는 명분 아래 독재, 분단, 차별, 권위주의, 부정부패 등 반문화적 행태를 인내하며 살았다. 이를 더 이상 용납하지 않겠다는 것이 유권자의 의사였던 것이다. 다른 한편으론 노무현이 원칙과 소신을 지켜왔으며 진정성을 지니고 있다는 면뿐만 아니라 개혁적인 정치인들이 주위에 포진하고 있다는 점이 먹혀들었다. 다시 말해 민주당이 아니라 노무현과 그의 시스템을 지지한다는 것이다.

    노무현식 리더십과 스타일도 한몫했다. 스스로 ‘리눅스형 리더십’이라고 명명한 노무현식 리더십은 ‘모든 소스를 공개해 정보를 독점하지 않고 모든 사람들이 참여해 조금씩 발전시키고 함께 이뤄나가는 리더십’이다. 이는 민주화의 세례를 받아 ‘제왕적 리더십’에 신물이 난 젊은 세대에겐 신선한 매력이었다.

    사실 노무현의 승리 이면에는 문화·정치적 요소가 작용하고 있었다. 단순한 이미지 메이킹을 넘어서 멀티미디어를 적극 활용해 감성정치를 통한 수평적 의사소통망을 형성하는 데 성공했다. 각자가 명확히 인식하지는 못하더라도 고통스러운 우리의 삶의 방식을 전환시키고자 하는 대중의 욕망을 건드렸다. 이미 이러한 징후는 월드컵과 촛불시위를 통해 감지되고 있었다.

    새로운 문화적 감수성을 지닌 젊은 세대의 출현, 민주화의 역사적 경험을 가진 30, 40대의 개혁 열망, 멀티미디어의 확산 등이 상호작용하면서 새로운 패러다임으로의 전환 욕구가 분출된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젊은 세대의 탈정치화를 일정 정도 막아내며 민주화 세대와의 결합을 가능하게 만들었다.

    어느 선거분석가는 “전반적으로 선거 분위기는 30대가 주도하고 20대가 2~3일 간격으로 따라가며 40대가 심사숙고 끝에 그 뒤를 따르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고 분석한 바 있는데 40대의 움직임을 십분 이해할 수 있게 하는 대목이다. 그러나 결국 40대는 “아이들에게 부끄럽지 않은 세상을 만들겠다”며 개혁을 선택했다. 이제는 새로운 정부가 이들의 바람에 응답할 차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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