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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요”

  •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입력
2003-01-09 10: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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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의식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요”

“무의식의 세계로 여행을 떠나요”
자아, 의식과 무의식, 원형, 그림자, 페르소나, 콤플렉스, 아니마와 아니무스. 이런 용어들이 그리 낯설지 않다면 진정한 ‘자기’와 만날 준비는 됐다. 우리는 스위스의 분석심리학자 카를 구스타프 융의 도움을 받아 자신도 몰랐던 의식의 세계로 들어갈 예정이다. 그러나 이 미지의 여행길에는 지도와 안내자가 필요하다. 한국융연구소 이부영 원장(71·서울대 명예교수)이 안내자를 자청했다. 지도는 이원장의 분석심리학 탐구 3부작 ‘그림자’ ‘아니마와 아니무스’ ‘자기와 자기실현’이다. 그리고 무엇보다 진정한 ‘자기’와 만날 용기가 필요하다.

“자신의 무의식이 항상 아름다운 것은 아니어서 두려워하는 사람들도 많습니다. 열등한 인격, 내가 좋아하지 않는 것, 남들도 싫어하는 것, 그래서 의식에서 배제되어 무의식으로 들어가버린 것이 바로 그림자입니다. 내 마음에 그림자가 있다는 사실을 깨닫는 자체로도 도움이 됩니다. 사람들은 쉽게 남의 탓으로 돌리고 자기의 그림자를 보지 못하기 때문이지요.”

한국 분석심리학 1세대로 불리는 이부영 원장은 1997년 정년 퇴임(서울대 의대·신경정신과) 후 곧바로 한국융연구원을 열고 분석가 양성에 나섰다. 대학교육은 이론 중심이지만, 임상교육은 대학 밖의 연구원이 유리하다는 평소 소신 때문이다. “분석가가 되려면 논문 쓰는 교육이 아니라 자기 자신의 무의식을 보는 ‘체험’이 필요합니다. 이것을 교육분석이라고 하죠. 그리고 다른 사람의 꿈을 해석하는 지도분석으로 나아갑니다.”

이원장 자신도 1966년 스위스 취리히의 융연구소에서 분석가 자격을 취득하고 78년 한국분석심리학회를 창립했다. 그가 국내에 널리 알려진 프로이드의 정신분석 대신 융의 분석을 따른 이유는 “프로이드는 환자를 대상으로 하지만, 융의 분석은 환자뿐 아니라 건강한 사람도 해당되기 때문”이라고 한다. 그는 78년 이 분야의 교과서나 다름없는 ‘분석심리학’을 펴냈고 수백 편의 논문을 썼지만, 정년 퇴임 후 임상 편과 한국 전통문화의 상징을 분석한 각론 작업에 들어갔다. 또 하나의 나, 즉 어두운 나를 깨닫게 하는 1부 ‘그림자’와 남성 속의 여성성 혹은 여성 속의 남성성을 설명한 2부 ‘아니마와 아니무스’에 이어 지난해 말 펴낸 3부 ‘자기와 자기실현’이 그 결과물이다.

그는 ‘자기와 자기실현’ 머리말에서 분석심리학에 자아실현이라는 말이 없음을 짚고 넘어갔다. 자아는 ‘알고 있는 정신세계’이므로 실현이라는 말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대신 의식과 무의식을 통틀어 ‘전체정신의 중심’인 ‘자기’가 실현돼야 한다. 또 자기실현이란 군자나 초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바로 개인의 ‘평범한 행복’을 구현하는 과정이라고 말한다. 은퇴를 모르는 원로연구가의 노력으로 분석심리는 학문의 세계를 벗어나 대중적 영역으로 확산되고 있다.



주간동아 368호 (p92~92)

김현미 기자/ khmzip@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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