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2002.09.26

국회의장의 대법원장 구출작전?

  • < 허만섭 기자 >mshue@donga.com

    입력2003-12-02 15:09:00

  • 글자크기 설정 닫기
    국회의장의 대법원장 구출작전?
    전면전 양상으로 흐르던 국회 법제사법위원회(법사위)와 대법원 간의 기 싸움이 가까스로 봉합됐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장은 꺾이지 않았다’. 중재자는 박관용 국회의장. 국회의장까지 나서자 독 올랐던 법사위가 물러섰다는 후문이다.

    법사위는 10월2일로 예정된 대법원 국정감사에서 대법원장의 출석 및 증인선서, 답변을 요구했다. 헌법재판소도 같은 요구를 받았다. 80년대 말 대법원 국감이 부활된 이래 대법원장의 증인선서 및 답변 사례는 없었다. 대법원은 “외국엔 대법원장이 국감장에서 질의를 받는 사례가 없다. 국내에서도 과거 대법원장이 국회에 출석했을 때 인사만 했다”고 즉각 반박논리를 폈다.

    그러자 법사위측이 발끈했다. 대법원이 평소 법사위 쪽으로는 발길 한번 주지 않고 아쉬운 소리 한번 안 하면서, 마치 ‘대법원 선고판결’ 내리듯 법사위를 누르려 한다고 본 것이다. “그쪽에서 ‘판례’로 나오면 우리도 ‘판례’로 간다. 누구 말이 맞는지 한번 해볼 테냐”는 ‘오기’까지 생겼다고 한다. 여기엔 여야가 따로 없었다.

    민주당 조순형 의원은 대법원 논리를 조목조목 반박하는 논리와 기록을 찾아냈다. 다음은 조의원의 주장. “삼권분립제 국가 중 국정감사를 시행하는 나라는 우리나라밖에 없으니 외국의 대법원장이 국감장에서 답변 안 하는 것은 당연하다. 1969년 12월9일 조진만 대법원장은 국정감사장에 출석해 증인선서를 하고 의원의 질문에 답변한 속기록이 여기 있다.”

    대법원은 이에 대해 재반박하지 않았다. 그런데 때마침 함석재 법사위원장(한나라당)에게 박관용 국회의장이 전화를 걸어왔다. 박의장은 “종전의 관례(대법원장이 국감장에 나와 인사만 하고 퇴장해온 것)를 바꾸는 일은 신중하게 처리해달라”고 말했다. 상임위 안건에 대해 국회 수장이 직접 전화를 걸어 의견을 개진하는 것은 이례적인 일. “다른 배경은 없다”는 게 의장측 설명이지만 결과적으로 박의장 전화는 국면을 반전시키는 계기가 된 듯했다.



    9월12일 국회에서 법사위와 대법원 관계자는 대법원장의 국정감사 출석 형식에 대해 합의점을 도출했다. 대법원장은 국감 시작 전 인사를 한 차례 한 뒤 밖에 나가 있다가 국감이 끝날 무렵 다시 들어와서 끝인사를 하고 간단한 의원들의 질문에 답하기로 한 것. 답변 내용도 대략 조율했다.

    대법원장이 인사를 한 차례 더 한다는 점, 간단한 질문에 답하도록 했다는 점은 법사위에 ‘물러설 명분’을 제공한 측면이다. 반면 증인선서를 안 한다는 점, 의원 질문에 대해 ‘질의 잘 들었습니다. 참조하겠습니다” 수준의 답변만 한다는 점에서 최종영 대법원장은 ‘실익’을 갖게 됐다는 평이다.



    Notebook

    댓글 0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