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2002.09.26

변호사, 법정으로 농활 가다

  • < 성기영 기자 > sky3203@donga.com

    입력2003-08-01 15:3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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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변호사, 법정으로 농활 가다
    청와대 경제수석과 농림부차관 경질로까지 이어졌던 한·중 마늘합의 세이프가드 파동이 법정에까지 오르게 됐다. 지난 9월6일 전남 서남부 채소농업협동조합 등이 중국산 마늘 세이프가드 연장 여부에 관한 피해 조사를 개시하지 않기로 결정한 무역위원회를 상대로 행정소송을 제기한 것. 농민들은 내친김에 한·중 마늘협정 자체에 대한 헌법소원도 제기할 움직임이다.

    이처럼 농민들이 마늘파동을 놓고 법적 대응에 나서기로 한 데에는 보이지 않게 중책을 담당한 한 변호사의 역할이 컸다. 법무법인 세화 소속 송기호 변호사(40). 송변호사는 전남 해남과 나주, 영암 등지에서 YMCA 농촌부 활동을 하면서 실제 농민들과 함께 활동했던 소위 ‘운동권’ 출신이다.

    변호사가 되리라고는 꿈도 꾸지 않았던 80년대 말, 그는 아무런 연고도 없는 전남 영암에 빈집을 하나 얻어놓고 직접 농사를 지어가면서 농민들과 함께 수세폐지운동을 벌이기도 했다. 서초동 법조타운에서는 드물게 농민들과 함께 머리띠를 둘렀던 농군 출신. 게다가 98년 사법고시에 늦깎이로 합격해 지난해 변호사를 개업한 뒤에도 남들이 잘 거들떠보지 않는 농업 통상 이슈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지고 있는, 국내 몇 안 되는 농업통상 전문 변호사이기도 하다. 사법연수원 시절 통상법학회를 결성했던 동료들과 함께 ‘농업통상법 연구 변호사모임’을 만든 뒤 지금도 매달 세미나를 개최할 정도로 이 분야에 열정을 쏟아붓고 있는 것.

    송변호사는 “이번 소송을 통해 무역위원회의 독립적 역할과 기능을 확인하고, 세이프가드 연장 문제가 법치주의 원칙에 맞게 진행되어야 한다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밝혔다. 다만 중국산 마늘에 대한 3년간의 세이프가드 시한이 올해 말로 끝나는 만큼 소송 실익을 위해서는 이제부터 하루라도 아껴가며 소송에 임해야 할 상황.

    그러나 여전히 송변호사의 ‘본업’은 법무법인 세화 금융증권팀 소속으로, 기업상장, M&A 등에 따른 법률적 절차를 대행해주는 기업 변호사 업무다. 그러다 보니 농업통상 전문변호사 역할은 어찌 보면 ‘자원봉사’나 다름없는 일. 결국 마른 수건을 짜듯 없는 시간을 쪼개고 주머닛돈마저 털어야 하는 일도 한두 번이 아니다. 그러나 농민운동권 출신의 송변호사는 여전히 태연하다. 송기호 변호사는 “WTO 무대에서도 농업통상의 비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만큼 앞으로도 이 분야에 대한 지속적 관심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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