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53

2002.09.26

영국에서 참새가 사라진다

30년간 900만 마리 줄어… 고양이 사육 급증이 주원인

  • < 안병억/ 런던통신원 > anpye@hanmail.net

    입력2003-06-17 11:2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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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국 사람들의 집을 방문해보면 집보다 더 큰 정원을 갖고 있는 경우가 많아 놀라곤 한다. 서민주택의 정원에도 새파란 잔디는 물론, 자그마한 연못까지 있는 곳이 적지 않다. 틈틈이 시간을 내 정원의 잔디를 깎고 나뭇가지를 치는 사람들이 많아 텔레비전이나 잡지에서도 정원가꾸기를 빠뜨리지 않고 다룬다.

    그런데 최근 영국 정원의 단골손님 인 참새가 급격하게 줄어들고 있다. 지난 2년간 그 원인을 연구해온 조류학자들은 애완용 고양이 사육의 급증으로 참새가 급감하고 있는 것으로 잠정결론을 내렸다.

    런던의 버킹엄궁 앞에 있는 세인트제임스 공원. 런던 시민들이 일광욕을 즐기거나 런던을 구경하는 관광객들이 지친 다리를 쉬어가는 곳이다. 각종 음악회도 수시로 열린다. 그런데 참새가 많기로 유명하던 이 공원에 지난 99년부터 참새가 사라졌다.

    런던에 있는 다른 공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지난 70년대 영국에는 약 1200만에서 1500만 마리의 참새가 서식하고 있었다. 그런데 현재는 600만 마리 정도밖에 남아 있지 않다. 30년간 최대 900만 마리의 참새가 사라진 것이다. 참새가 줄어든 원인을 찾기 위해 지난 2년간 영국 주요 도시와 농촌을 현장 방문해 조사를 벌인 조류학자들이 중간 보고서를 발표했다.

    과거 40년간 영국의 참새 관련 자료를 집중 분석한 이 보고서는 환경오염에 따른 참새 서식지의 감소, 참새를 잡아먹는 새매(sparrow hawk)의 증가, 애완용 고양이 사육의 증가 등 여러 가지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해 참새가 급격히 사라졌다고 분석했다.



    특히 고양이 사육의 급증을 가장 큰 원인으로 보고 있다. 동부 베드포드셔주(州) 한 농촌지역의 경우, 이곳에 서식하는 참새의 4분의 1 정도가 고양이의 습격을 받은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농촌의 경우 참새가 즐겨 찾는 곳간이 점차 폐쇄된 것도 참새가 줄어든 이유 중 하나로 지적됐다.

    감소원인 조사 위해 연구비 모금

    도시와 농촌에 살고 있는 참새의 수에도 큰 차이가 났는데, 런던의 경우1994년부터 2000년까지 59%포인트 줄어들어 가장 큰 감소세를 보였다.

    참새는 보통 생후 2년까지 살 수 있다. 60년대까지만 해도 2년간 살아남는 비율이 절반 정도였으나 현재는 3분의 1에도 이르지 못하고 있다. 자연히 참새의 번식률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환경오염으로 참새가 먹을 수 있는 먹이가 줄어들고 있는데다 그나마 먹이를 찾아 날아들어 간 정원에는 애완용 고양이가 도사리고 있다.

    이번 조사를 담당한 험프리 크릭 박사는 “농촌에만 참새가 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전체 참새의 절반 정도가 도시에서도 살고 있다”며 “정원에 날아든 참새에게 먹이를 주기 위한 테이블을 마련하고, 먹이통도 오염되지 않게 관리해줄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조류학자들은 참새 급감의 정확한 원인을 밝혀내기 위해 앞으로 5년간 추가 정밀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환경부의 지원만으로는 연구를 위한 경비가 부족해 현재 영국 국민들을 대상으로 한 연구비 모금운동이 진행중이다. 단순한 참새 급감의 원인 조사가 아니라 영국인의 일상의 한 부분인 정원가꾸기와도 연관이 있기 때문에 모금은 그리 어렵지 않게 이루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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