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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간동아 칼럼

우리가 인터넷에서 버린 것

  • < 이성진 / 웹 칼럼니스트 >

우리가 인터넷에서 버린 것

우리가 인터넷에서 버린 것
요즘 인터넷을 말할 때 더 이상 공유주의에 대해 언급하는 사람은 거의 없다. 인터넷 공간이 상업적 논리로 지배되면서 공유주의는 세상물정 모르는 한낱 철부지의 꿈으로 치부되었고, 더욱이 전 세계에서 가장 앞서 온라인의 상업화를 진행하고 있는 한국 땅에서 이러한 공유주의에 대해 언급한다는 것은 일종의 금기다.

그러나 오늘날 인터넷의 공유주의에 대해 다시금 생각해 봐야 하는 정당한 이유가 있다. 사이버 공간은 논리보다 감성이, 육체보다 정신이, 소유보다 공유가 더 미덕이 될 수 있는 이상적인 가능성을 내포한 시스템이라는 점 때문이다. 이런 가능성을 아무 미련 없이 버릴 수 있다면 그것도 좋다. 그러나 우리가 무엇을 버린 것인지에 대해서는 다시금 명철히 확인해 볼 필요가 있다.

인터넷에서 공유주의의 상징이라고 하면 리누스 토발즈나 리처드 스톨먼을 떠올릴 수 있을지 모르겠다. 리누스 토발즈는 리눅스(OS)를 개발해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이를 전 세계 개발자들의 가상연구 네트워크를 통해 인류 모두의 유용한 도구로 발전시키고자 한 인물이다. ‘Copyleft’라는 유명한 모토를 내걸고 84년부터 ‘자유소프트웨어재단’을 만들어 소프트웨어 공유운동을 이끌어온 리처드 스톨먼은 디지털 시대의 성자로 칭송받으며, 누구나 개발에 참여할 수 있고 누구나 배포 가능한 소프트웨어 개발과 사용의 논리를 전파해 왔다.

또 한 사람을 예로 들면 ‘애송이’라고 불리던 냅스터의 개발자, 숀 패닝이 있다. 냅스터는 음반사의 비즈니스적 기반을 위협하는 무책임한 패륜적 소프트웨어로 비쳐졌지만, 실상 이것이 내포한 가능성은 리눅스에 못지않다. 냅스터는 생산자와 사용자를 직접 연결하는 시스템의 전형을 보여주었고, 이것은 이제껏 경험하지 못한 새로운 시장논리를 보여주었다는 점에서 중요하다.

냅스터의 경우는 매우 비극적이다. 이것은 음반시장이라는 빅마켓을 건드렸다. 냅스터가 던져준 의미는 공짜 음악파일을 넘어서 개인과 개인을 연결하는 실시간 공유 시스템이 운영될 가능성이었지만, 이에 공포감을 느낀 음반사들은 냅스터를 더 위험한 존재가 되기 전에 사장하기로 결정했다.



흔히 공유주의는 이기적 탈취행위 정도로 비쳐진다. 인터넷에서 주장하는 공유주의란 누군가 자본과 시간을 들여 힘들게 만들어놓은 경제적 상품들(소프트웨어, MP3, 게임, 기타 지적 저작물들)을 공짜로 쓰겠다는 이기적인 발상에 불과하다는 것이다. 그러나 공유를 외치는 이들의 주장은 이 같은 비난보다 좀더 급진적이다. 네티즌들이 주장하는 공유는 사용의 공유만이 아니라 개발의 공유도 분명히 포함하고 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많은 네티즌들은 사실 개발에 대한 열정을 가진 테크놀러지 집단이다. 이들은 좀더 진보된 기술을 개발하거나 그것을 개선하기를 원한다. 그러나 상업적인 목적으로 인해 소프트웨어의 소스코드가 은폐되는 상황에서는 그것을 개선할 여지를 얻지 못한다. MS가 비난받고 리눅스가 호평받는 이유는 이 때문이다. 인터넷의 공유주의가 추구하는 방향은 이렇듯 협동시스템에 의해 한층 진보된 테크놀러지를 개발하고, 그것을 함께 향유하고자 하는 소박한 이상주의인 것이다.

상업적 세력이 주장하는 ‘지적재산권에 대한 침해’ 또는 ‘상품에 대한 경제적 손실’에 대해 공유주의자들은 창작자에게 직접 지불하겠다는 논리를 내세운다. 우리는 우리가 듣는 음악에 대해 언제나 비용을 지불해 왔다.

그러나 따지고 보면 음원 자체보다는 그것이 들어 있는 패키지에 더 많은 비용을 지불한다. CD제작, 앨범 재킷, 광고, 매장, 유통비용 등은 음원의 창작자인 뮤지션에게 지불하는 비용에 비해 너무 많다. 서적도 그렇고 소프트웨어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지적 생산물의 모든 것들이 그것을 개발한 사람보다 판매하는 기업에 훨씬 더 많은 이익을 안겨준다. 그리고 이러한 구조로 인해 생산자는 브로커인 기업에 착취당하고, 소비자는 언제나 비싼 비용을 지불한다는 것이다.

인터넷은 오프라인에서 굳어져온 수많은 관행들에 대한 도전이 시도되는 장소다. 그리고 그것들 가운데 여전히 가치 있는 것의 하나가 바로 공유주의다. 공유주의는 일견 상당히 이상적이고 때로는 대안이 없어 보이기도 한 운동이다. 그러나 우리가 진정 원하는 것은 생산과 소비에 대한 가장 상식적이고 원초적인 시스템이다. 그리고 우리는 리눅스나 Copyleft, 냅스터에서 그런 이상으로 향하는 길들을 본다.

이런 움직임들이 단지 어리석게만 보인다면 당신은 아직 인터넷을 제대로 알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그리고 어쩌면 인터넷의 바깥세상 역시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것일지도 모른다.



주간동아 2002.06.13 338호 (p96~96)

< 이성진 / 웹 칼럼니스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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