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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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 조각에서 발랄함 맛보세요”

  • < 전원경 기자 > winnie@donga.com

    입력2004-10-12 15:3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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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엽기 조각에서 발랄함 맛보세요”
    화가 문범강(48)은 한마디로 멋있는 사람이다. 긴 머리를 묶고 두건을 쓴 외모도 그렇거니와 작품과 말솜씨 모두에서 가식 없는 자유로움이 느껴졌다. 사람의 혀나 개의 머리, 인형의 얼굴 등을 사용한 작품이 ‘엽기적이다’는 말에 “저는 엽기적인 것이 좋아요. 발랄하고 새롭고, 또 우리가 미처 생각하지 못했던 것을 보여주잖아요?”라고 대답했다.

    6월8일부터 광화문 일민미술관에서 열리는 재미화가 문범강의 전시 ‘아이 러브 유’(I love you)는 그가 최근 전념하고 있는 조각작품 위주로 꾸며졌다. 워싱턴 조지타운대학의 교수로 회화를 가르치고 있는 그는 얼마 전부터 조각으로 방향을 전환했다. ‘이왕 하려면 확실하게 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어’ 저녁시간을 틈타 야간대학에서 조각을 배웠다. “조각과 평면 작업을 모두 해보니 평면이 더 어렵다는 생각이 들어요. 조각은 제약이 비교적 적은 데다 우연도 많이 작용하지만, 평면 작업에는 우연이 끼어들 여지가 없거든요.”

    신작 위주로 구성된 40여점의 전시작은 상당히 과감하다. 목이 잘려나간 사람이나 물고기의 입에서 쏟아져 나오는 아기 인형의 얼굴, 길게 내민 분홍빛 혓바닥 등등. 문씨는 “과격함도 하나의 접근방법이다. 목을 자르는 것처럼 신체 일부를 해체하는 것은 사랑이 갖고 있는 본질적인 슬픔을 보여주기 위한 것이다”고 설명했다.

    문범강은 서강대 신문방송학과를 졸업하고 미국에 가서 미술로 방향을 바꾼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로, 뉴욕 화단에서 판화와 회화로 큰 주목을 받았다. 1994년에는 장 미셀 바스키아 등과 함께 ‘미국 미술의 오늘’전에 초청되었으며, 97년에는 ‘아트 인 아메리카’에 소개되었다.

    문범강은 천경자 화백의 둘째 사위이기도 하다. 기자간담회에서는 현재 뉴욕에 머무르고 있는 천화백의 근황을 묻는 질문이 쏟아졌다. 그러나 문범강은 천화백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인척관계 이전에 화가로서 다른 화가를 평하기가 쉽지 않기 때문인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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