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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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盧風 막는다”… 여권 ‘검찰 때리기’

親昌세력 득세 사전차단 방어막 치기… 한나라당도 “수사지연 세력 있다” 압박

  • < 김시관 기자 > sk21@donga.com

    입력2004-10-11 15:5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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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盧風 막는다”… 여권 ‘검찰 때리기’
    ”검찰 내에 이회창 후보 지원세력이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노무현 후보가 최근 친창(親昌) 검찰론을 거론하며 토로한 불만이다. 측근들의 말을 빌리면 검찰에 대한 노후보의 불만이 보통이 아닌 것 같다. 노후보는 검찰이 ‘친야’(親野)적 성향으로 자신을 코너로 몰고 있다고 생각한다. 민주당 인사들도 비슷한 생각이다. 통상 여권과 검찰은 ‘한 배’를 탄 동반자 관계를 유지할 때가 많다. 그러나 대통령 임기 말이 다가오고 권력의 향배가 안개 속으로 빠져들면 대립과 갈등, 반목의 기운이 감돌 때가 많다. 정치권 인사들은 노후보와 검찰이 이 같은 상황에 직면했다고 보고 있다.

    민주당 사전조율 흔적 역력

    노후보의 친창 검찰론은 사전에 조율된 흔적이 엿보인다. 지난 5월14일 노무현 후보는 당기획조정국(위원장 이낙연 의원)이 만든 참고용 ‘말씀자료’를 전달받았다. A4용지 7페이지로 구성된 말씀자료는 민주당 대통령 후보가 공개석상에서 화제로 올릴 수 있는 정치·경제, 민생 등과 관련한 현안 및 내용을 요약한 보고서.

    대외비로 분류된 이 보고서의 첫번째 항목에는 “검찰수사의 형평성 문제를 언급해야 한다”는 대(對) 검찰 대응방안이 담겨 있었다. 이 보고서가 전달된 다음날부터 노후보의 검찰 때리기가 시작됐다. 5월15일 중앙당사에서 열린 지방선거 중앙선대위 발족식에 참석한 노후보는 “최규선씨가 이회창 후보측에 전달한 20만 달러에 대해 검찰은 수사를 해야 한다”며 일성을 터뜨렸다. 그 뒤를 이어 한화갑 대표, 정대철 최고위원 등이 잇따라 지원사격에 나섰다. 노후보측 한 관계자는 “최근 권력형 비리와 관련한 검찰수사에 대한 당 내외의 시각을 정리 분석했고, 그 결과 검찰수사가 우려할 만한 ‘상황’이며 문제를 제기해야 한다는 자체 판단에 따라 말씀자료를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고 내부 분위기를 설명, 친창 검찰에 대한 견제에 나섰음을 은연중 시사했다.

    여권 한 관계자는 노후보의 친창 검찰론에 대해 “적시할 수야 없지만 보면 느낄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말꼬리를 흐린다. 노후보 캠프에서 일하고 있는 한 인사는 노후보의 개인문제로부터 검찰 내 친창그룹의 실체를 풀어나간다. 그는 “노후보가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로부터 후원금을 받은 것이나, 최규선씨를 만난 사실 등 지엽적인 문제가 슬금슬금 흘러나오는 것은 일부 검사들의 언론플레이 아니냐”고 말한다. 김대중 대통령의 아들이나 김근태 정동영 설훈 의원 등에 대해서만 강도 높은 수사를 하고, 최규선-윤여준 커넥션 및 20만 달러 수수설 의혹 등과 관련한 수사는 지지부진한 것도 노후보측은 친창 검찰의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한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앞서 노후보측은 당 조직으로부터 “대통령 친인척의 비리의혹 등에 대한 검찰의 의혹 부풀리기가 ‘노풍’(盧風)의 진로를 차단하고 있고, 그 배경에는 일부 정치검찰들의 역할이 있다”는 요지의 보고서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민주당 중진 K씨는 “DJ가 탈당하니 검찰이 곧바로 남이 되더라”는 검찰관을 피력하며 “당초 신승남 전 검찰총장 후임으로 등장한 ‘이명재 검찰’이 최소한의 필터링을 해줄 줄 알았는데 오히려 야당적 사고로 여권을 몰아붙이고 있다”고 주장한다. K씨는 “(이총장 발탁에 대해) 장고(長考) 끝에 악수(惡手)를 뒀다”고 자탄했다.

    민주당은 검찰의 이런 태도가 지방선거에 직·간접적으로 영향을 끼치고 있다고 생각한다. 노후보가 5월17일 방송기자클럽 토론에서 “지자제 국면에서 (검찰이) 억울하지 않게 해달라”고 말할 정도로 피해의식이 심하다. 이 같은 분위기가 개선되지 않으면 연말 대선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는 당직자들이 많다.

    검찰은 현재 정치적으로 매우 민감한 여러 개의 대형 폭탄을 안고 있다. 대검 중앙수사부는 이용호 게이트 및 김홍업 아태재단 부이사장 비리의혹 사건을 맡고 있고, 서울지검은 진승현 게이트(특수1부)와 최규선 게이트(특수2부)를 맡아 수사중이다. 권노갑 김은성 최규선, 김희완씨 등 권력형 비리와 관련, 의혹을 사고 있는 인물들도 현재 검찰 통제하에 수사를 받고 있다. 사안마다 핵폭탄이 장착된 형국이고 소환되거나 소환 예정인 인사들 모두 A급 태풍을 동반할 중량급들이다.

    사안의 폭발성이 큰 이런 폭발물을 일부 정치검찰들이 정치적으로 악용할 경우 민주당으로서는 치명적일 수밖에 없다며 여권 인사들은 한숨짓는다. 민주당이 방어막을 치지 않을 경우 야당 의도대로 검찰의 무한질주가 이뤄질지 모른다는 위기감이다. 노후보 캠프의 한 핵심 인사는 “최근 노후보와 민주당의 검찰에 대한 압박은 이런 분위기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한 일종의 기싸움”이라며 “이쯤에서 검찰의 기를 눌러야 수사과정에 불이익을 덜 받는다”고 말한다.

    권력형 비리를 파헤쳐 대선 주도권을 잡아 나간다는 원칙을 세워놓고 있는 한나라당도 검찰수사에 민감한 반응을 보인다. “검찰은 친야적”이라는 민주당 주장과 달리 한나라당도 검찰에 불신감을 갖고 있다.

    한나라당 L의원은 “타이거풀스 대표 송재빈씨의 진술(최규선씨가 20만 달러를 이회창 총재에게 전달했다고 한 김희완 전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말을 들었다) 공개건의 경우 검찰의 대표적인 야당탄압 사례”라며 “여전히 검찰이 권력의 눈치를 보고 있다”고 목소리를 높인다. 수사중인 피의자의 진술, 그것도 전언(傳言)에 불과한 내용을 공개한 것은 정치적 배후 없이는 불가능하다는 것이 L의원의 주장이다.

    한나라당은 4월23일 이재오 총무를 단장으로 한 항의방문단을 꾸려 이명재 총장을 방문, “검찰 내에 청와대 수사를 지연시키고 대통령 아들들의 비리를 은폐하려는 세력이 있다”며 검찰의 목을 죈 바 있다. 한나라당은 검찰수사가 일정한 선만 넘으면 문제 삼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 당직자는 그 마지노선을 “차정일 특검의 70%”라고 못박는다. 그렇지 않을 경우 곧바로 특검이나 국정조사를 요구할 계획이다.

    신승남 전 검찰총장 사퇴 이후 검찰은 여러 가지 내부 변화가 감지된다. DJ 정부에서 중심이 되었던 세력들의 퇴조에, 새로운 주류세력의 형성이 움트고 있다. 여야 정치권은 검찰 내부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민감하다. 가급적 서로 ‘통하는’ 세력이 중심세력으로 부상하기를 기대하는 눈치다.

    서울지검 한 관계자는 “집권 말기가 되면 검찰 내에서도 권력이동과 관련한 민감한 움직임들이 있는 게 사실”이라며 “이런 차원에서 여야 정치권이 자신의 지지세력에 힘을 몰아주기 위해 측면지원에 나서는 경우가 있다”고 설명했다. 심재륜 변호사도 비슷한 입장이다. 심변호사는 “지난 97년 한보사건 수사 때도 여야 정치권으로부터 끊임없이 압력을 받았다”고 말했다. 심변호사는 “정치권의 이런 압력이 수사진에게 끼치는 영향은 생각보다 훨씬 크다”고 말했다.

    그렇지만 대검 한 관계자는 “특검제가 다시 받아들여질 경우 검찰은 돌이킬 수 없는 상처를 입게 된다”며 “이런 상황에서 정치적 판단에 따른 행동을 할 수 있겠느냐”고 말한다. 굳이 특정 정파와 손을 잡는 ‘모험’을 자초할 이유가 없다는 것이다. 99년 옷로비 사건 이후 온갖 풍상을 겪은 검찰이 정치권력으로부터의 도전과 응전을 어떻게 풀어갈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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