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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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다른 나’를 만났어요

활력 넘치는 ‘3인 3색’ 운동 예찬 … 전문가들 “내게 맞는 종목 찾아 지속해야”

  • < 김진수 기자 >jockey@donga.com

    입력2004-10-25 15:5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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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또 다른 나’를 만났어요
    ”자, 이젠 쿨다운(Cool-Downㆍ정리운동)~.” 낮 12시 서울 신림동 돈호테SCM댄스아카데미. 점심 시간인데도 잔잔한 경음악을 배경으로 타오로빅스(taorobics) 강습이 한창이다. 능숙한 몸짓의 춤동작 끝에 명상에 잠기는 주부 한규혜씨(42).

    “나이보다 10년은 젊어 보인다”는 주위의 부러움을 한 몸에 받는 그녀의 몸매는 영락없는 20대 초반. 고교생과 중학생 아들을 둔 17년차 주부로는 믿어지지 않을 정도로 탄력 있어 보인다. 5년간 재즈댄스를 했던 그녀는 99년 8월 인터넷을 통해 타오로빅스를 알게 된 뒤 주 3회씩 이를 해왔다.

    타오로빅스는 ‘도’(道)와 ‘움직임’이란 뜻의 합성어. 단전호흡 등 동양의 수련법을 서양의 춤에 접목한 일종의 건강댄스다. 워밍업(준비운동)에서 시작해 나선형을 위주로 한 춤동작인 센터워크를 거쳐 뇌호흡과 명상으로 정리하는 한 사이클엔 1시간 30분쯤 걸린다. 트레이너 최돈선씨는 “격렬하게 운동해야 효과가 더 크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이는 오해”라며 “타오로빅스는 나이와 관계없이 몸과 마음의 건강을 지키고 부정적 감정을 해소하는 데 도움을 준다”고 말한다.

    한씨 역시 “62kg(키 168cm)이던 체중이 타오로빅스를 하면서 10kg이나 빠졌다”며 거든다. 낮잠과 불면증도 사라졌다. 그러나 타오로빅스를 한 후 한씨에게 생긴 가장 큰 변화는 성격이 긍정적이고 의욕적으로 바뀌었다는 점. “자기중심적인 면이 좀 강했어요. ‘공주병’이 있다는 얘기도 종종 들었고요. 지금요? 정반대죠.” 그는 자원봉사 활동에도 나서 지난해 8월부터 매주 화요일 서울 금천구 노인복지회관에서 타오로빅스 강습을 하고 있다.

    한씨처럼 자신에게 ‘딱 맞는’ 운동으로 활력을 되찾았다는 이들이 적지 않다. 운동효과를 계량화하긴 힘들지만, ‘예전과 다른 나’를 발견했다는 게 공통된 주장. 남들이 좀처럼 하지 않거나 잘 모르는 이색 운동을 택한 이들 중 상당수가 과거 나름의 운동경력을 갖고 있다는 것도 특징이다. 실제 운동전문가들은 “6개월 정도 한 종목만 운동하고 나면 그 운동이 지루하게 느껴질 수 있으므로 흥미를 느낀 새 운동으로 영역을 넓혀 운동습관을 계속 유지하는 게 좋다”고 조언한다.



    그렇다면 내게 맞는 운동은 어떻게 찾을까. 운동을 지속하면 또 어떤 효과를 볼 수 있을까. 3인 3색인 ‘우리 이웃의 건강’을 통해 해답을 찾아보자.

    정경윤씨(38)는 17개월 된 ‘남자 인어’다. 그는 매주 한 번 잠실종합운동장 제1수영장을 찾는다.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하 싱크로) 강습을 받기 위해서다. 그는 싱크로 국가대표 코치 출신인 이수옥씨가 운영하는 리(LEE)싱크로클럽 취미반(마스터즈반) 회원. 20여명의 회원 중 몇 안 되는 남성이다.

    정씨는 30대 초반까지만 해도 운동의 절실함을 못 느꼈다. 아랫배가 좀 나온 것만 빼면 177cm, 73kg의 괜찮은 체격에 짧은 기간이지만 중학교 시절 수영선수로도 활동한 기본체력이 뒷받침됐기 때문. 그러나 개인 사업체를 경영하면서 수시로 쌓이는 스트레스만은 어쩌지 못했다.

    “가끔 즐기는 골프로는 미진해 재작년 11월 종목을 하나 택하기로 했죠. 하지만 수영은 단조롭고….” 웹사이트를 뒤지던 그의 눈에 확 들어온 것이 바로 싱크로. 유연성과 균형감각을 기를 수 있는 데다 무엇보다 리듬이 가미돼 지루하지 않은 운동이란 점에 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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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끔 “남자가 무슨?”이란 주위의 편견도 감수해야 하지만, 정씨는 무엇보다 지긋지긋한 스트레스를 매주 깡그리 날려보내며 산다. 싱크로를 처음 접했을 땐 기본동작인 스컬(scullㆍ양손을 계속 움직여 정지 상태로 물 위에 떠 있는 동작)도 못했다. 너무 힘들어 입술이 부르트고 입안이 헐기도 했지만 이내 몸의 활력이 되살아났다. 싱크로는 수영보다 더 강한 심폐기능을 요하기 때문에 자연히 담배도 끊게 됐다. 흡연을 하면 숨이 가빠 강습 진도를 따라가지 못한다. 습기 많은 수영장에서 운동을 오래 하다 보니 자주 앓던 기관지염의 빈도도 훨씬 줄었다.

    “수영에 미숙한 초심자가 싱크로를 하긴 힘들어요. 중도포기하는 사람도 많습니다.” 아무리 종목이 마음에 들더라도 운동 때문에 스트레스 받으면 되레 병이 생긴다는 것이 정씨의 운동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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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울 풍납동의 주부 김미숙씨(41)의 ‘건강 지킴이’는 축구다. 그는 송파여성축구단원. 매주 2~3회 30여명의 팀원과 함께 송파구 여성전용 축구장 잔디 위를 누빈다.

    지난 98년 4월 창단한 송파여성축구단은 생활체육 단체로선 가장 먼저 여성축구를 선보였다. 당시 단원 모집에 몰린 주부들만 100여명. 성격이 활달하고 와일드한 면이 있어 자신을 ‘보통 아줌마’와는 다르다고 생각해 온 김씨도 얼른 지원서를 냈다. 본래 수영 등 운동을 좋아하지만 축구는 해본 적이 전혀 없던 터였다. 창단 초기엔 주부들의 헛발질이 난무했지만, 이는 친목을 다지는 몸짓으로 남았다. 현재 송파여성축구단의 전력은 막강하다. 지난해 6월 제1회 송파구청장배 전국여성축구대회에선 우승을 거머쥐었다.

    김씨가 축구를 하며 최상의 기쁨을 맛본 것은 외동딸(19개월)의 출생. 서른넷, 비교적 만혼이어선지 몇 년이 지나도록 임신이 안 됐다. 세 번이나 인공수정 시술을 받았지만 결과는 마찬가지. 그런 그가 축구를 시작한 지 2년 만에 그토록 기다리던 첫애를 순산한 것. “몸이 무척 찬 편이었는데 축구를 꾸준히 해서 몸이 따뜻해진 때문일까요?” 김씨는 축구가 체질을 바꿨다고 믿는다.

    전ㆍ후반 경기시간이 10~15분이라 생각만큼 힘들지 않지만 운동효과는 충분하다고 김씨는 말한다. 송파여성축구단의 평균 연령은 마흔. 노장이 될 때까지 축구를 계속한다는 게 김씨의 당찬 포부다.

    그의 의욕은 축구에만 머물지 않는다. 그는 지난 2월 성균관대 사회복지대학원을 졸업, 1급 사회복지사 자격을 땄다. “운동을 하면서부터 인생이 달라졌어요.” ‘축구하는 여성 사회복지사’가 던진 운동 예찬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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