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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업기반공사 살자고 화옹호 막았나

‘제2시화호’ 우려 불구 방조제 공사 강행… 수익성 확보, 위상 제고 위한 무리수(?)

  •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농업기반공사 살자고 화옹호 막았나

농업기반공사 살자고 화옹호 막았나
지난 3월18일 경기도 화성시 우정면의 화옹호 방조제 공사 현장.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의원과 관계자들이 현지 조사를 위해 방문했다. 그러나 이날 방문은 순탄하게 진행되지 못했다. 사업시행자인 농림부 산하 농업기반공사(이하 농기공) 관계자들과 용역업체 직원들이 스크럼을 짠 채 의원들의 현장 출입을 막아선 것. 한 시간 가까운 실랑이 끝에 겨우 방조제 진입이 이뤄졌지만 끝내 끝막이 공사 지점에는 접근할 수 없었다.

“한마디로 어처구니가 없지요. 국책사업 진행 현장에 의원들이 정당한 절차를 거쳐 답사에 나선 것을 공조직이 막아설 수 있는 일입니까.” 현장을 방문한 한나라당 김문수 의원의 소감이다. 사실 국회와 공기업 간의 관계로 볼 때 이날 농기공이 국회의원들의 현장 방문을 막아선 것은 상상하기 어려운 일. 도대체 ‘무슨 배짱으로’ 농기공은 이 같은 조치를 취한 것일까.

지난 3월 초부터 관심이 집중된 화옹호 사업은 화성시 앞바다에 길이 9.8 km 의 방조제를 쌓아 6482ha의 간척지와 1730ha의 담수호를 조성하는 간척사업이다. 지난 91년부터 시작되어 2012년 완공 예정인 이 사업에는 총 3200억원의 예산이 투입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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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호수 주변 주민 3만3000여명과 가축 10여만 마리, 100여개 업체에서 쏟아내는 하루 평균 3만여톤의 폐수를 정화할 하수종말처리장 등 환경기초시설이 전혀 마련되지 않았다는 사실. 따라서 화옹호가 ‘제2의 시화호’가 될 것을 염려한 환경부와 경기도, 환경단체들은 지난 3월7일 공사 재개를 앞두고 시행 중단을 요구했다. 경기도는 선 환경기초시설 설치, 후 공사시행을 주장하며 3월6일 법원에 공사중지 가처분 신청을 냈고 환경부도 8일 농림부 장관에게 공사 중지를 정식으로 요청했다.

경기도의 경우 사업 초기인 91년 당시 농림부와 합의했던 수백억원 규모의 환경기초시설 건설비용에 대한 부담 때문에 반대에 나섰다는 분석. 일단 조성까지는 농림부 몫이지만 이후 환경관리는 지자체 몫이기 때문이다. 경기도는 사업시행자인 농림부가 기초시설 마련과 예산 확보를 책임져야 한다는 입장이다. 사업 시작 단계에서 환경영향평가를 통해 사업을 승인해 준 환경부는 시화호 사태 등을 겪으며 높아진 환경기준을 적용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사업이 장기간에 걸쳐 이뤄진 만큼 달라진 사회적 인식을 반영해야 한다는 것.



그러나 농림부는 91년에 합의한 사항 이외의 추가 조건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이에 따라 농기공은 “조수간만 상태 등 자연조건상 3월이 최적이므로 사업을 미룰 수 없고, 방조제 유실 등으로 515억원의 추가 비용이 소요된다”고 주장하며 공사를 강행했다. 환경기초시설이 없어도 끝막이를 먼저 한 뒤 배수갑문을 조작해 해수를 유통시켜 수질을 유지하겠다는 것이 농기공측 주장의 핵심. 결국 지난 3월22일 오후 끝막이 공사가 완료됨에 따라 화옹호는 일단 바다와의 연결이 끊어진 호수가 되었다.

관계부처와 환경단체의 한결같은 반대를 무릅쓰고 농기공이 공사를 강행한 이유는 무엇일까. 환경운동연합의 장지연 팀장은 “화옹호는 간척사업 전체에 대해 도미노 효과를 불러올 수 있는 뇌관”이라고 설명한다. 우선 인근 시화호 주변에 조성될 대규모 산업단지와 농업단지가 화옹호에서 용수를 공급받을 예정이라는 것. 농기공은 수질이 악화된 시화호를 담수호에서 해수호로 전환하면서 인근 단지에는 화옹호의 물을 끌어 쓰기로 결정한 바 있다. 2008년 화옹호 주변의 하수처리 시설을 완공하면, 해수 유입을 완전히 차단해 담수화한 후 이를 시화단지에서 사용하도록 한다는 것이 농기공의 계획. 따라서 화옹호 공사가 차질을 빚게 되면 시화단지 개발도 늦어질 수밖에 없다.

이미 실패로 결론이 난 시화호, 98년 백지화된 영산강 4단계 간척사업, 끊임없는 반대에 부딪히고 있는 새만금에 이어 화옹호마저 사업이 중단될 경우, 간척사업 전체에 대한 부정적 인식이 확산될 수 있다는 점도 농림부와 농기공을 압박하는 요인이다.

농기공은 지난 2000년 1월1일 농어촌진흥공사와 농지개량조합, 농지개량조합연합회의 3개 기관이 합쳐 출범한 공기업. 농업진흥공사 몫이던 간척사업 등 대형 개발사업과 농지개량조합이 맡던 관개수로 관리를 주 업무로 하고 있다. 문제는 대부분의 인원이 투입되는 관개수로 사업이 거의 수익성이 없다는 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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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기공 한 내부 관계자의 설명이다. “정부는 공기업의 수익성을 강조한다. 스스로 먹고살 길을 마련하라는 뜻이다. 그러나 공사로 통합되면서 연간 300억원 규모의 조합비(물세) 제도가 폐지되자 관개수로 관리는 더 이상 수익이 날 수 없게 됐다. 믿을 것은 개발사업밖에 없다. 회사 입장에서는 물러날 곳이 없는 것이다.” 간척사업이 흔들릴 경우 관련 인원을 정리하는 등 구조조정을 할 수밖에 없는 것도 큰 문제라고 이 직원은 말한다. 농기공의 경영고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01년 전체 사업비 중 강 유역개발, 간척사업 등 개발사업에서 생긴 매출액은 총 3000억원. 인원 1인당 평균 매출이 10억원이 넘는 ‘고생산성 사업군’이다.

더욱이 2004년 도하라운드에서 쌀 개방 논의를 피할 수 없게 된 것 역시 농기공의 위상을 흔드는 요소. 쌀이 남아도는 상황에서 농지 확보를 위해 간척사업을 시행한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갖기 어려운 것. 농림부 산하 농촌개발연구원의 연구원조차도 익명을 전제로 “간척과 증산 포기가 동시에 이뤄지는 현재의 농업정책에 모순이 있는 것은 사실”이라고 인정했다. 한편 서울대 류근배 교수(지리학)는 “농기공이 갖고 있는 위기의식이 화옹호 강행이라는 강수를 두게 만들었을 것”이라며 “사업 강행은 조직논리를 위해 환경을 희생시키는 전형적인 조직 이기주의의 사례”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이에 대해 농기공 화옹시화사업단의고득권 총무부장은 “화옹호는 예정돼 있는 마지막 간척사업인 데다, 6000여명에 달하는 전체 직원 가운데 간척사업 담당인원이 차지하는 비중은 매우 적다. 구조조정, 예산감축 등이 두려워 사업을 강행했다는 이야기는 사실이 아니다”고 반박했다. 간척사업을 통해 분양되는 농지대금은 국고로 귀속되고 농기공은 그중 일정 요율만 수익으로 삼기 때문에 수익성이 높은 사업도 아니라는 주장. 또한 그는 “이번 사업 강행은 대규모 추가 비용 발생이 염려돼 이뤄진 것일 뿐, 조직 이기주의와는 아무 관계 없다”고 강변했다.

부처간 이견을 조정해야 할 국무총리실 수질개선기획단이 제 역할을 못했다는 질타도 있다. 각 부처간 입장 차이를 충분히 조정했다면 법정에서 시비를 가리는 최악의 상황은 막을 수 있었다는 것.

그러나 결국 방조제가 완성됨에 따라 상황은 끝나고 말았다. 이제 남은 쟁점은 화옹호의 수질이 얼마나 악화될 것이냐 하는 부분. 최악의 경우 사업을 강행한 농기공이나 원활한 중재를 못한 수질개선기획단은 거센 비난을 피할 수 없을 것이다. “시화호가 결딴났어도 누구 하나 책임지는 사람이 없었어요. 이번에는 끝까지 두 눈 부릅뜨고 지켜봐야 합니다. 나중에 반드시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3월18일 현장을 방문했다가 ‘분통만 터지고 돌아온’ 한나라당 서상섭 의원의 말이다.



주간동아 328호 (p46~47)

< 황일도 기자 > shamora@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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