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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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누구 차례? 벤처 ‘폭풍 전야’

검찰, 한 트럭분 자료 제출받아 정밀 조사중 … 비리혐의 일부 포착한 듯

  • < 성기영 기자 >sky3203@donga.com

    입력2004-10-25 14:4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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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엔 누구 차례? 벤처 ‘폭풍 전야’
    경기가 빠르게 회복하면서 소비가 급증하고 투자 회복에 대한 기대감이 팽배해지고 있지만 유독 벤처캐피털 업계에만 찬바람이 몰아치고 있다. 검찰이 최근 벤처캐피털들의 펀드 운용명세와 관련해 대대적인 조사에 착수했기 때문이다. 검찰은 이달 들어 정부자금이 유입된 58개 벤처캐피털 회사의 115개 펀드를 대상으로 거래명세 확인 작업에 착수했다. 출자규모로만 따져도 1조원대. 검찰이 벤처캐피털 회사들에 요청한 자료는 지난 3월20일 중소기업진흥공단(이하 중진공)을 통해 제출 완료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이 중소기업진흥공단을 통해 각 업체들에 펀드 운용과 관련한 계좌 거래명세 제출을 요구한 것은 3월 들어서부터. 그러나 공단 관계자는 “이미 3월 중순경 임의제출 형식으로 중진공이 관리하고 있던 1톤 트럭 한 대분, 대형 박스로 7∼8박스 분량의 각종 서류철을 모두 검찰에 넘겼다”고 말해 검찰 내에서 이미 상당부분 자료 검토작업이 이뤄졌음을 시사했다.

    “매달 보고하는데 또 …” 업체들 불만

    특히 최근 180억원대의 횡령 혐의가 드러난 옵셔널벤처스의 파장이 아직 가라앉지 않은 상황에서 검찰의 일제 조사가 어떤 방향으로 튈지 몰라 업계에서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업계에서는 이번에 검찰이 요구한 △공단 출자금 입금 계좌의 거래명세 △조합 결성 이후 출자금 관리 계좌 거래명세 등이 지금도 전자보고 시스템을 통해 매달 중소기업진흥공단으로 보고되고 있다는 점을 들어 지금까지도 ‘크로스 체크’해 놓고 뭐가 또 있다고 조사의 칼을 빼어드느냐’는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2000년 하반기부터 벤처캐피털들은 중진공의 요청에 따라 농협을 수탁은행으로 지정해 놓고 자금 수요가 발생할 때마다 인출해 왔다. 정부자금이 벤처펀드로 흘러 들어가면 자연스레 이 ‘수탁은행 지정제도’를 통해 모니터링이 가능했던 상황. 그러나 이보다 이전에 이뤄진 펀드투자나 거래의 경우 체계적 감독이 미흡했던 것이 사실이다.

    검찰은 이번에 99년부터 2002년까지의 거래명세를 모두 요구한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본격적으로 벤처 붐이 일기 시작한 것이 99년 4월 전후라는 점을 감안하면 검찰의 칼끝이 벤처 붐을 타고 우후죽순으로 생겨난 일부 닷컴기업뿐 아니라, 2000년 총선 이전 코스닥 열풍을 불러일으켰던 ‘본류 벤처기업’들까지 겨냥하고 있는 것 아니냐는 추측을 낳고 있다.

    A기술투자 관계자는 “지금까지는 주로 투자 기업과 용도 등을 주로 보고했으나 이번처럼 정부자금 유입 이후 지금까지 총 예금잔액과 거래명세를 요구한 것은 처음”이라고 말했다.



    H벤처스 고위 관계자는 “검찰의 일제 조사 소문이 돌면서 이미 업계에서는 투자 열기가 싸늘히 식고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벤처투자에 대한 수요는 많고 공급이 딸리다 보니 정실에 따른 마구잡이 투자나 벤처답지 않은 접대문화, 뒷거래 등이 근절되지 않고 있는 것이 사실”이라고 전했다. 특히 창투사를 발판으로 사채업에서 제도금융으로 전환한 사람들이 많다 보니 이들이 앞장서서 ‘물을 흐리는’ 경우도 적지 않다는 것이다.

    한편 이번 조사와 관련해 검찰 고위 관계자는 “이번 조사가 옵셔널벤처스코리아 때문에 시작된 것은 아니며, 경우에 따라 조사가 장기화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몇몇 업체를 타깃으로 조사에 착수한 것은 아니지만 현재 (혐의를 잡고) 조사하고 있는 곳은 있다”고 말해 추가로 벤처 비리가 터질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정현준, 진승현, 이용호 게이트로 이어지는 각종 벤처기업 관련 비리로 안 그래도 바짝 얼어붙은 벤처업계가 또 한번 폭풍 전야를 맞고 있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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