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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버스토리|한국차의 힘

한국차 쾌속 질주 쭈~욱 이어지나

지난해 미국서 중형차 위주 판매량 40% 신장… 디자인·기술 개발 등 현지화된 상품개발 박차

  •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한국차 쾌속 질주 쭈~욱 이어지나

한국차 쾌속 질주 쭈~욱 이어지나
한국 자동차의 ‘질주’는 계속될 수 있을까. 90년대 말부터 해외시장에서 한국 자동차 판매에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면서 제기되는 의문이다. 한국차는 86년 미국에 첫 진출, 한때 소형차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키다 89년 이후 수출 물량이 급감한 적이 있다. 이 때문에 한국차의 최근 ‘선전’에 자긍심을 느끼면서도 ‘80년대의 전철을 밟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을 한 번쯤 던져봄직한 것.

최근 한국차의 선전은 특히 미국 시장에서 유난히 돋보인다. 그 중심이 현대·기아자동차임은 말할 것도 없다(대우자동차는 법정관리중이어서 정상적인 수출활동에 제약을 받고 있다).

미국 시장은 잘 알려진 대로 세계 각국의 자동차 업체가 경쟁하는 곳이기 때문에 한국차의 경쟁력을 가늠할 수 있는 곳이다. 여기에서 선전한다면 세계 어느 시장에서든 경쟁력이 있다는 얘기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작년 미국 시장에서 평균 40% 이상의 판매량 증가를 기록했다. 현대차와 기아차의 작년 미국 내 판매 실적은 각각 34만6235대와 23만2372대. 두 회사 모두 99년 이후 미국 시장에서 쾌속 질주를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90년대 내내 10만대 안팎의 판매 실적을 기록했지만 99년 16만4190대, 2000년 24만4391대를 각각 판매했다. 기아차 역시 99년 14만4660대를 판매, 처음으로 미국 내 판매 실적이 10만대를 넘어선 이래 2000년 16만8425대를 판매했다.

두 회사의 작년 실적이 유독 돋보이는 것은 미국의 경기 침체로 세계 선진 메이커들이 고전을 면치 못한 가운데 이룩한 성과이기 때문이다. 작년 한 해 아시아·유럽 등지의 메이커는 미국 시장에서 전년 대비 평균 5.4%의 판매 신장률을 기록했을 뿐이고, 미국차는 오히려 4.8% 감소했다.



9·11 테러사태 이후 자동차 판매가 급격히 감소하자 제너럴모터스 등 일 부업체가 무이자 할부판매를 실시했지만 판매량 감소는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차의 활약이 돋보이는 이유는 또 있다. 미국에서 잘 나가는 차종이 중형급 이상 모델이라는 점이다. 80년대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주역은 소형차 엑셀이었다. 이 때문에 한국차는 ‘값싸고 작은 차’라는 이미지가 강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EF쏘나타, 그랜저XG, 싼타페 등이 약진해 실제 수익에 엄청난 도움이 되고 있다.

이 점은 현대·기아차 두 회사의 작년 경영 실적에서 그대로 드러나고 있다. 두 회사 모두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을 이어가고 있다. 현대차는 작년에 전년보다 4.7% 증가한 158만4488대를 팔아 매출액 22조5051억원, 당기순익 1조1654억원을 기록했다. 반면 작년 기아차의 판매 대수는 전년 대비 5.2% 증가한 90만2409대였고, 매출액과 당기순익은 각각 12조3563억원, 5522억원이다.

그렇다면 한국차가 미국 시장에서 선전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국내외 전문가들은 가장 큰 이유로 파워트레인에 대한 10년/10만 마일 보증 전략의 성공을 들고 있다. 이 제도는 현대차가 97년 외환위기로 국내 판매가 급감하는 데다 미국 수출도 주춤하는 등 절체절명의 상황에서 98년 하반기에 꺼낸 카드였다. 아이디어는 미국 현지법인 HMA 오닐이 제안했다.

한국차 쾌속 질주 쭈~욱 이어지나
이 카드가 현대차에 ‘대박’을 안겨준 이유는 간단하다. 한국차에 대한 미국 소비자들의 불안감을 없애준 것. 80년대 중반 한때 미국 시장에서 돌풍을 일으킨 현대차가 곧 미국 소비자들의 외면을 받은 것은 품질에서 적지 않은 문제를 드러냈기 때문이다. 그런데 10년/10만 마일 보증 제도는 품질에 대한 현대차의 자신감을 미국 소비자들에게 심어주었고, 결과적으로 이것이 먹혀 들어간 것. 기아차도 뒤따라 이 제도를 받아들였다.

현대차측은 “10년/10만 마일 보증 제도가 엄청난 무상 수리비 때문에 나중에 부메랑이 될 것”이라는 우려에 대해 “충분한 대비를 했다”고 말한다. 그러나 “원래 미국 소비자들의 평균 신차 보유 기간이 4년 안팎인 점에 착안해 이 제도를 만들었으나 이제는 소비자들이 현대차의 이 제도에 맞춰 신차 보유 기간을 늘려가고 있어 걱정”이라는 얘기도 나온다(이 제도는 현대차를 신차로 구입한 고객에게만 적용된다).

한국차는 그동안 꾸준히 품질 향상 노력을 기울인 결과 과거보다 많이 좋아졌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는 미국 내 각종 독립적인 품질평가기관이나 언론 평가에서도 확인된다(28쪽 기사 참조). 현대차 관계자들은 “정몽구 회장이 입만 열면 품질을 강조하면서 품질 향상에 전사적으로 매달린 결과”라고 설명한다.

두 번째 이유는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RV(레저용 차량) 시장에 신제품을 내놓는 등 차종 다양화 전략이 결실을 보았기 때문이라는 분석이다. 현대는 최근 경기 부진에도 가장 높은 성장세를 보이는 소형 SUV 시장에 2000년 싼타페를 성공적으로 진입시킨 데다 안정적인 판매가 예상되는 미니밴 시장에도 세도나(국내명 카니발2)를 투입시켜 미국 소비자들의 호평을 받고 있다(상자기사 참조).

현대차는 이런 여세를 몰아 철저히 현지화를 통한 미국 시장 공략을 강화한다는 계획. 지난해 11월 캘리포니아 현지에서 착공식을 가진 현대·기아 디자인센터도 이런 전략의 일환이다. 현지 인재들을 활용한 차량 디자인과 기술 개발을 통해 현지화된 상품 개발에 나서겠다는 현대·기아측의 의지가 읽히는 대목. 현대차는 또 4월중 미국 현지 공장 후보지를 확정, 기공식을 갖는다는 계획이다.

전문가들은 한국차의 질주가 당분간 계속될 것이라고 말한다. 미국 미시간대에서 파견 연구중인 울산대 조형제 교수는 “미국 현지 전문가들이나 시장의 평가 등을 종합해 보면 ‘품질도 좋아진 데다 디자인도 어필하고 있다’는 것으로 요약된다”면서 “상당히 고무적”이라고 전했다. 한마디로 일본 메이커들이 고급차 시장 쪽으로 이동하면서 공백이 생긴 중형차 시장을 효과적으로 공략하고 있다는 것.

그러나 유보적인 평가도 있다. 한국외국어대 차태훈 교수(경영학)는 “미국 시장이 전환기에 있는 상황에 후발 메이커들이 파고들 여지가 생겼고, 현대·기아차가 이를 잘 활용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시장은 현재 전통적인 승용차 시장보다는 RV 시장이 성장하는 가운데 RV도 소비자들의 다양한 욕구에 따라 다양화하고 있다. 따라서 미국 일본 등 선진 업체들에 의해 시장 재편이 완료되기 전에 현대·기아차가 확실한 기반을 다져놓아야 한다는 얘기다.

한국차 쾌속 질주 쭈~욱 이어지나
그러나 지나치게 공격적인 미국 시장 전략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있다. 산업연구원 조철 박사는 “통상 마찰을 피하기 위해 불가피하다고 해도 미국 현지 공장 건설은 이른 감이 없지 않다”고 조심스럽게 말한다. 한국차의 경쟁력을 뒷받침해 주는 요소는 국내의 값싼 숙련노동과 부품 등인데, 미국 현지공장에서 이를 제대로 확보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는 것.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2010년 세계 5위 업체가 목표”라고 말한다. 전문가들은 이를 위해서는 세계 일류 메이커에 걸맞게 경영 전반의 질적 변화가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현대차 사정에 정통한 한 전문가는 “정몽구 회장은 다임러크라이슬러와의 전략적 제휴 체결에서 보듯 글로벌화에 나름대로 적응하고 있고, 현장도 열심히 챙기고 있지만 경영진 인사에서 보듯 여전히 ‘황제 경영’의 구태를 버리지 못했다”고 평가했다. 아울러 대립적인 노사관계도 시급히 해소해야 한다고 강조한다. 앞의 전문가는 “독일 메이커들이 고급차를 생산할 수 있는 이유는 바로 숙련노동자들 때문이라는 점을 현대·기아차 관계자들은 명심해야 한다”고 말한다. 한국 근로자들의 경우 잠재력은 높지만 대립적인 노사관계 때문에 숙련도 향상을 위한 교육 훈련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 ‘글로벌 톱 5’ 진입을 위한 결코 쉽지 않은 과제가 현대·기아차 앞에 가로놓인 셈이다.







주간동아 328호 (p24~26)

< 윤영호 기자 >yyoungh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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