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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깨기'냐 '백의종군'이냐

'盧風'에 음모론 역풍 겹쳐 이인제 후보 사면초가… 중대 결단설 모락모락

  •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판깨기'냐 '백의종군'이냐

'판깨기'냐 '백의종군'이냐
대선후보 경선에 나선 민주당 이인제 후보가 사면초가(四面楚歌)의 위기에 몰렸다. 이후보는 음모론을 앞세워 충남 경선에서 압도적 지지를 얻는 데 성공하고, 연이어 3월24일 강원도 경선 승리를 노렸지만 ‘노풍’(盧風)에 밀려 뜻을 이루지 못했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25일 김중권 후보마저 전격 사퇴했다.

당초 이후보측은 김중권 후보가 TK(대구·경북)에서 노무현 후보로의 표 쏠림을 막아줄 수 있을 것이라는 판단하에 수도권에서 ‘마지막 승부’를 펼친다는 구상을 짰다. 그러나 김후보의 사퇴로 사실상 영남권 후보 단일화가 이뤄어짐에 따라 이 전략은 무용지물이 됐다. 이후보 진영은 무거운 침묵이 감도는 가운데 중대결단설 등이 흘러 나오고 있다.

영남후보 단일화 후 더 커진 의혹

이후보의 언론특보로 활동하고 있는 윤재걸씨는 “국민경선이 음모론에 입각, 노후보 위주로 전개될 경우 이후보는 이대로 경선에 참여해야 하는지 심각하게 고려할 수밖에 없다”고 전했다. 윤씨는 “결단을 촉구하는 측근들의 요구가 쇄도하고 있다”며 심상치 않은 주변 분위기를 덧붙였다. 이런 탓인지 이후보는 이날 경남지역 방문 계획을 취소하고 ‘장고’(長考)에 들어갔다.

경선 초기 대세론을 앞세워 압승을 장담하던 이후보가 이처럼 중반전을 넘기 전에 허물어지고 있는 배경은 무엇인가.



이후보측은 이를 음모론으로 설명한다. ‘보이지 않는 손’에 의한 재단이 아니라면 이해할 수 없는 불가사의한 상황들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 과연 이인제 대세론을 허문 노무현 돌풍 이면에는 음모론이 있는가. 이후보측은 광주 경선 이후 권력 핵심부의 음모설을 부쩍 강조했다. 그렇지만 물증은 없다. 때문에 심증의 범위를 넘지 않는다. 그러나 거의 확신에 가깝다. 특히 김중권 후보의 사퇴로 자연스럽게 영남후보 단일화가 이뤄지자 의혹은 더욱 커졌다.

이인제 캠프의 전략가로 활동하고 있는 K씨는 “제보도 있고 직접 확인한 것도 있다”며 알려지지 않은 음모론의 실체를 설명한다. 그가 말한 첫번째 음모설의 출발점은 “권력의 한 실세가 국민경선을 전후해 3명의 후보와 접촉했다”는 것. 광주 경선에서 K, J의원 등 몇몇 의원이 겉으로는 한화갑 후보를 돕는 척 하면서 뒤로는 노무현 후보를 지원한 것도 음모론의 일단이라는 게 K씨의 주장이다. 나아가 자파 세력으로 알려진 일부 인사들의 ‘잠적’에 가까운 당일 행적은 음모론 이외 어떤 말로도 설명할 수 없다는 이야기다. K씨에 따르면 “경선이 한창인 당일 그들은 휴대폰을 꺼놓고 사라졌다”는 것이다.

김운환 전 의원의 구속, 잇따른 언론사의 여론조사, 무기력한 동교동 등…. 따지자면 의혹의 실타래는 끝없이 이어진다.

지난 17일 밤 이후보는 현역의원 20여명과 서울시내 모 호텔에서 대규모 전략회의를 가졌다. 이날 회의에서는 음모론에 대한 이후보측의 인식을 살펴볼 수 있는 발언들이 쏟아졌다고 한다. 당시 상황을 지켜본 한 인사의 설명. “그동안 쏟아진 제보와 확인한 내용들을 놓고 음모론을 검증했다. 결론적으로 보이지 않는 손이 존재한다는 결론을 내렸고 그 결과 나온 대응수단이 ‘노풍의 본질은 김심(金心)’이란 음모론의 틀이었다.”

특히 20일 노후보가 ‘주간동아’와의 인터뷰에서 “대선후보가 되면 정계개편을 추진할 것이며 이를 위해 기득권을 포기할 수도 있다”고 말한 것은 타는 불에 기름을 붓는 기폭제가 됐다. 21일 이후보는 측근들을 저녁 늦게 수원으로 불러내렸다. 이에 앞서 김기재 전 의원은 기자회견을 통해 음모론의 실상을 공개하려 했으나 이후보가 막판에 만류했다. 수원 회의의 참석자는 김기재 이용삼 원유철 전용학 의원 등 측근 의원들. 새벽 2시까지 이어진 마라톤 대책회의에서 논의된 내용 역시 태반이 음모론과 관련한 것이었다.

“보이지 않는 손이 작용하고 있고 여권 실세가 뒤에서 조종하고 있다. 이 가운데 한 인사가 노후보와 유종근 지사를 만났다.”

'판깨기'냐 '백의종군'이냐
이처럼 이후보 진영을 감싸고 있는 음모론의 뿌리는 깊다. 그렇지만 음모론의 구체적 ‘팩트’가 부족하다는 것이 치명적 약점이다. 이후보 진영에서도 음모론에 대한 거부감을 토로한다. “실체도 없이 정치 공세를 한다”는 것. 그렇지만 이후보측 한 인사는 “얼굴 보고 주고받은 음모에 무슨 증거가 남느냐”고 말한다. 결국 음모론에 대한 구체적 실체가 없음을 스스로 입증하는 셈이다. 민주당 내부에서는 이후보측이 실체가 없는 음모론을 강조할수록 ‘역풍’이 몰아칠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후보측은 음모론에 향후 거취 문제를 접목하려는 분위기다. 특히 김중권 후보 사퇴 이후 이후보 진영에서 결단을 암시하는 여러 가지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물론 백의종군을 통해 ‘후일’을 도모하는 방안 역시 배제하기 어렵다. 경선을 포기하고 판을 깰 것인가, 아니면 백의종군할 것인가. 이도 아니면 끝까지 경선에 임해 장렬한 최후를 맞을 것인가. 음모론 퍼즐을 손에 쥔 이후보의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주간동아 328호 (p14~15)

< 김시관 기자 >sk21@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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