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간동아 327

2002.03.28

감기 민간치료법 체질 따라 달라요

열 많은 태음인 땀 충분히 내면 회복 빨라 … 손발 찬 소음인은 몸 따뜻하게

  • < 안병철/ 경희대 한의대 외래교수 >

    입력2004-10-22 15: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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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감기 민간치료법 체질 따라 달라요
    박과장(39)의 일요일은 축구로 시작해 축구로 끝난다. 머릿속에는 온통 멋진 골을 넣는 자신의 모습으로 가득 차 있다. 어둑해질 때까지 하루 세 게임은 뛰어야 직성이 풀리는 그의 성격은 3월 꽃샘추위를 맞아 끝내 몸살감기를 불렀다. ‘땀을 내는 것이 최고’라는 생각에 콩나물국과 뜨거운 생강차를 마시고 두꺼운 이불을 찾아 덮은 후 잠자리에 들었지만, 다음날 아침 그의 목은 퉁퉁 붓고 몸은 불덩어리가 됐다. 결국 그는 이날 결근했다.

    박과장처럼 감기에 걸리면 으레 몸을 덥게 하는 것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이들이 의외로 많다. 심지어 사우나와 뜨거운 국, 생강차가 감기 치료의 대명사로 여겨질 정도. 물론 이런 전통적인 방법으로 감기 증상을 개선하는 경우도 적지 않다. 그러나 민간요법도 체질에 맞게 써야 제대로 효과가 나는 법. 체질에 역행하는 방법을 쓰면 오히려 병을 악화시키는 경우가 비일비재하다. 특히 몸에 열이 많은 소양인은 뜨거운 콩나물국보다 시원한 냉국을 먹어야 효과적이다. 열을 식혀야 감기를 다스릴 수 있는 체질이기 때문. 그렇다면 체질과 감기는 어떤 상관관계를 가지고 있는 것일까.

    우선 체격이 크고 우람해 보이는 태음인은 간기능이 튼튼한 반면 폐기능이 약한 것이 특징. 이런 탓에 기관지 나 폐 질환이 쉽게 올 수 있으며 호흡과 열 발산 능력이 떨어져 감기에 쉽게 걸리는 체질이다. 태음인이 감기에 걸리면 몸이 무거워지고, 머리와 목이 당기면서 입안이 마르는 등 인후염 증상이 주로 나타난다. 이럴 때는 땀을 충분히 내면 회복이 빠르다. 가정에서 따끈한 무국이나 콩나물국을 먹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또 운동이나 사우나로 땀을 충분히 흘리고 수분 섭취와 함께 오미자차, 칡차, 율무차를 마시면 감기를 떨치는 데 도움이 된다.

    반면 태양인은 폐기능이 튼튼하고 간기능이 약하다. 한의학에서는 폐를 신체의 기를 주관하는 곳으로 본다. 즉 폐가 건강하면 인체에 활력이 넘쳐 추진력과 자신감이 강해진다는 것. 감기 한번 앓지 않았다고 호언하는 이들은 대개 태양인일 가능성이 높다. 또 감기 에 걸려도 증상이 가볍고 잘 낫는 편이다. 반면 태양인은 선천적으로 간 기능이 약하기 때문에 감기약을 함부로 복용하는 것은 금물이다. 독한 약 성분이 간을 손상시킬 우려가 있기 때문. 태양인은 감기약보다 모과차를 꾸준히 마시는 것이 건강에 훨씬 이롭다.

    신경이 예민하고 마른 체형에 손발이 찬 소음인은 냉한 기운에 약하고, 평소 땀이 잘 나지 않는 편이다. 즉 기운을 발산하는 것보다 흡수하는 성질이 강하므로 땀을 흘리면 원기를 잃어 오히려 감기를 악화시킬 수 있다. 따라서 소음인은 몸을 따뜻하게 보호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런 사람에게는 인삼차, 생강차, 유자차가 알맞다. 또 계피, 작약, 대추, 황기, 생강 등을 배합한 황기계지탕(黃桂枝湯) 처방을 쓰면 효험을 볼 수 있다.



    한편 소양인은 상체가 튼실한 반면 하체가 날렵해 민첩한 인상을 준다. 비대신소(肥大腎小)라 하여 신장 기능이 다소 약한 것이 체질상의 특징. 신장은 신체에서 수(水)를 관장하는 기관으로, 신장이 약하면 심장의 화(火)를 다스리지 못해 열이 상부로 치솟는 경향을 보인다. 소양인이 감기에 걸리면 편도선염과 함께 고열 증세를 동반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따라서 열이 많은 소양인은 차가운 과일이나 시원한 음식으로 열을 식혀주는 것이 좋다. 소양인과 반대로 부족한 음기를 보충해야 원기를 보호할 수 있다. 여기에 신장을 보하는 구기자와 산수유를 차로 끓여 마시면 금상첨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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