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은행의 진로와 관련해서는 매각 결렬 이후 그동안 △독자생존 △기존 은행 합병 △금융전업 그룹 매각 등 다양한 시나리오가 검토돼 왔다. 그러나 최근 동양그룹 등 금융업 진출을 꿈꾸는 일부 기업들이 서울은행 인수에 관심을 갖고 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내 매각을 통한 민영화 가능성에도 관심이 쏠려왔다. 게다가 아직 때이른 분석이기는 하지만 추가 합병 시나리오 역시 금융산업의 판짜기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점에서 살아 있는 카드로 거론되고 있다. 공적자금관리위원회 관계자는 사견임을 전제로 “한빛 주도의 지주회사, 국민+주택은행, 신한은행 중심의 지주회사 등 굵직굵직한 조합들로 금융산업이 재편돼 가는 마당에 한미은행 같은 ‘어정쩡한’ 은행들이 합병 대상으로 떠오르지 않겠냐”고 말했다.
그러나 공적자금 추가 투입 등을 전제하고 있는 조흥·외환 등 기존 부실은행과의 합병은 해당은행들의 희망사항임에도 물 건너간 것으로 보인다. 청와대의 한 관계자는 “기존 은행과의 합병일 경우 우량은행 합병이 아니고서는 안 된다”고 못박으면서 일부 부실은행의 언론 플레이에 불쾌감을 나타내기도 했다.
특히 서울은행은 공적자금 투입은행이라는 핸디캡을 갖고 있으나 현재 구조조정과 부실 여신 정리 결과 ‘짭짤한’ 수익을 내고 있어 금융업에 관심을 갖고 있는 국내 기업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형편이다. 서울은행측이 밝힌 금년 9월 말 현재 부실 규모는 고정 이하 여신이 3.6%로 지난해 말 19.75%에 비해 20%도 안 되는 수준. 게다가 같은 기간을 기준으로 계산할 때 이미 1100억 원 정도의 당기 순이익을 내고 있다는 것이 서울은행측의 설명이다. 서울은행은 주인이 바뀔 운명이지만 느긋할 수밖에 없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주간동아 307호 (p9~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