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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북아 ‘CDMA 벨트’ 뜬다

삼성 중국 진출로 주변국 사업확장 발판 마련… 이동통신 인구 폭발적 증가세 ‘황금시장’

  • < 윤영호 기자yyoungho@donga.com >

동북아 ‘CDMA 벨트’ 뜬다

동북아 ‘CDMA 벨트’ 뜬다
IMT-2000 사업자 선정을 앞둔 지난해 11월 중순 무렵 청와대 경제수석실 모 비서관은 평소 알고 지낸 국가정보원 고위 관계자의 전화를 받았다.

“정보통신부가 동기식 사업자 선정을 고집하는 것을 이해할 수 없습니다. 비동기식이 세계 표준이 될 가능성이 많은데다 업계에서도 모두 비동기식을 희망하는데 정부가 동기식 사업자를 꼭 관철하려는 것은 문제가 있는 것 아닙니까.”

“그것은 정부의 정책적 판단사항입니다. 정통부에서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하는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정원 관계자는 물러서지 않고, 김대중 대통령의 뜻을 거론했다.

“국정원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김대중 대통령은 동기식 사업자를 꼭 선정할 필요가 없다는 입장인 것 같습니다.”

“잘못 알고 있습니다. 전혀 그렇지 않습니다.”



전화를 끊은 이 비서관은 곧장 이기호 경제수석을 찾아 자초지종을 설명하고 대책을 건의했다. 정부에서 나름대로 충분히 검토한 후 추진하는 정책에 대해 국정원이 지나치게 개입하는 것은 문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수석님, 임동원 국정원장에게 직접 전화하는 게 어떨까요. 국정원 실무자들이 정통부를 너무 흔드는 것 같습니다.”

이수석은 그 자리에서 임원장에게 전화를 걸어 동기식 사업자 선정과 관련한 경위를 설명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로부터 5개월여가 흐른 올 4월 말 이 비서관은 삼성전자가 중국 코드분할다중접속방식(CDMA) 이동통신사업자 차이나유니콤이 실시한 장비 입찰에서 낙찰자로 선정되었다는 소식을 듣고 한때의 마음고생이 새삼 떠올랐다고 한다.

정부가 당시 업계의 반발과 사업성이 없다는 일각의 회의적인 시각이 있음에도 동기식 IMT - 2000 사업자를 선정하려 한 것은 동기식이 CDMA 기술에 바탕을 두었기 때문. 잘 알려진 대로 우리 나라는 세계 최초로 CDMA 기술을 상용화한 CDMA 강국인데다 앞으로 미국과 중국 등의 CDMA 시장도 확산할 전망이어서 수출에도 유리하다고 판단, 동기식 사업자 육성 의지를 포기하지 않은 것.

그러나 정통부의 이런 의지는 결과적으로 세계 최대의 CDMA 장비 사업자인 삼성전자에 유리하게 작용한 것도 사실. 이 때문에 당시 비동기식에 관심을 가진 일부 통신서비스 업체 관계자들은 삼성이 중국 진출을 앞두고는 있지만 중국 시장 상황이 여전히 불투명한 상황에 CDMA 기술만 지나치게 보호한다며 정통부 간부들을 ‘삼성 앞잡이’라 비난하기까지 했다.

국정원 관계자가 청와대 비서관에게 전화한 것도 업계의 이런 정서에 기운 국정원 실무자들의 정보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삼성전자가 이번에 중국 CDMA 시장 진출에 성공함으로써 우리 나라는 CDMA 종주국임을 다시 한번 과시하였고, 정부의 동기식 IMT - 2000 사업자 육성 정책도 힘을 받게 되었다. 삼성의 이번 진출은 거대한 시장으로 떠오를 것으로 보이는 ‘동북아 CDMA 벨트’의 완성을 뜻한다.

중국의 CDMA 본격화로 동북아 지역에서 CDMA를 통한 로밍이 가능해졌으며, 베트남`-`몽골 등 주변국의 CDMA 채택과 사업 본격화가 잇달 것으로 보이기 때문. 중국은 이번 입찰 이후 9월까지 장비 공급 및 설치를 완료해 10월1일 시범 서비스를 실시하고 올해 말부터 상업화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중국은 이미 9000만 가입자를 넘어서는 등 이동통신의 세계 최대 시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중국 이동통신인구는 올해 말 약 1억20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보이며, 제1사업자인 차이나모바일(GSM)과 제2사업자인 차이나유니콤(CDMA) 간 표준 경쟁도 본격적으로 전개될 것으로 예상한다. 중국 차이나유니콤은 CDMA 분야에서 향후 4년간 약 7000만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할 것으로 예상한다는 게 국내업계의 추산. 이를 금액으로 따지면 2005년까지 시스템 200억달러, 단말기 300억달러 규모의 시장을 형성한다는 얘기다.

중국 시장의 규모를 설명할 때 흔히 예로 드는 게 이번 입찰의 규모. 이번 1차 입찰 규모만 하더라도 4개 직할시 포함 31개 성 300개 지역의 총 1330만 회선이었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현재 우리 나라 무선전화 가입 인구가 1500만 명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중국은 단 한 번의 입찰에서 우리 나라와 비슷한 시장을 형성하는 셈”이라고 말했다.

삼성의 이번 진출은 정부와 업계가 협력해 새로운 시장을 개척한 케이스로 평가할 만하다는 게 통신업계의 평가. 정부는 지난 98년 11월 한-중 정상회담에서 CDMA 협력 문제를 제기해 합의를 이끌어 낸 후 2차례의 특사 파견과 여러 차례의 정부-기업 간 협의를 통해 3년 만에 본격적인 한-중 CDMA 협력관계로 진입할 수 있도록 했다.

그러나 중국 현지에서는 그동안 CDMA사업과 관련, 정부와 정치권 인사들이 앞다퉈 중국을 찾은 데 대해 뒷말이 무성한 상태. 한 관계자는 “중국은 자신들 필요 때문에 CDMA 기술을 채택한 측면이 더 크다”고 전제, “그럼에도 마치 자신의 노력 때문에 중국이 CDMA를 채택했다고 선전하는 것은 꼴불견”이라 귀띔했다. 또 정보통신부와 산업자원부 관계자들 역시 똑같은 사안으로 중국 정부 관계자들을 만나 오히려 이들이 이상하게 생각했을 정도라는 것.

동북아 ‘CDMA 벨트’ 뜬다
정부의 이런 노력 못지않게 많은 기여를 한 업체로는 SK텔레콤을 첫손에 꼽아야 한다는 게 업계의 평가. 일찍부터 중국 시장 진출을 준비한 SK텔레콤은 지난해 9월 차이나유니콤 고위 관계자들을 초청, CDMA 방식의 장점과 사업성을 충분히 설명함으로써 차이나유니콤이 CDMA 방식을 결정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SK텔레콤 중국사업팀 심화섭 부장은 “CDMA 이동통신 사업자 가운데 1000만 명 이상의 가입자를 운영한 경험이 있는 회사는 세계에서 SK텔레콤이 유일하다는 점을 차이나유니콤 관계자들이 인정, 올 3월 협력 계약서를 체결했다”고 밝혔다. 현재는 계약에 따라 중국 신스쿵 인력에 대한 교육 및 컨설팅을 맡고 있다. 신스쿵은 차이나유니콤이 CDMA 방식 이동전화 사업 운영을 위해 100% 출자, 설립한 자회사.

심부장은 중국 사업에서 SK텔레콤의 전략적 목표는 ‘파이를 키운 다음 그 파이를 나눠 갖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재 교육이나 컨설팅을 유료로 해주기는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큰 돈이 안 되기 때문에 향후 CDMA 시장이 커지면 이에 따른 신규 사업권을 우선적으로 보장받을 수 있다”는 것. SK텔레콤은 중국 CDMA 사업에 관한 한 중국측과 대등한 관계를 형성하고 있다. 삼성전자 등 장비 사업자들의 경우 중국측에 장비를 납품해야 하므로 ‘갑 대 을’의 관계일 수밖에 없지만 SK텔레콤은 운영에 대한 컨설팅을 맡아 ‘갑 대 갑’의 관계라는 것. 이런 사정 때문에 삼성전자 등 국내 장비업체들은 SK텔레콤에게서 차이나유니콤의 동향 등에 관해 많은 정보를 귀띔받는 것으로 알려졌다.

몽골의 경우 이미 99년 초 제2이동통신 사업자인 SKY텔에 대한전선(35%)과 함께 대주주(25%)로 참여하였다. 99년 7월 서비스를 시작해 현재 2만5000명 이상의 가입자를 확보하였다. 몽골 엥흐바야르 총리는 지난 4월10일 양승택 정통부 장관의 방문을 받고 “CDMA 사업 기술이 우수해 곧 제1사업자를 추월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SKY텔을 추켜세운 것으로 알려졌다.

베트남에서는 SK텔레콤이 CDMA의 우수성을 지속적으로 홍보해 베트남 정부에게서 CDMA 방식의 이동전화 서비스 도입 결정을 이끌어 내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했다. SK텔레콤은 현재 LG전자와 함께 베트남 2위 이동전화사업자인 사이공포스텔에 참여해 세계 최고의 CDMA 운용 기술을 선보이기 위해 준비중이다. 삼성의 중국 CDMA사업 진출은 중국이 한국을 CDMA 종주국으로 인정한 동시에 CDMA기술이 세계적인 수준임을 확인시킨 쾌거로 평가받을 만한 일임에 틀림없다. 정보통신부 국제협력관실 정진규 사무관은 “정부는 CDMA 해외 진출을 주요 국책사업으로 지정, 이동통신 수출 100억달러 달성, 세계 최고 기업 보유, 운영업체 간 로밍 협력강화를 비롯해 중계기 부품 단말기 등 중소기업 간 협력을 본격화할 계획”이라 설명했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서는 ‘CDMA 벨트’에 대해 좀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있다. 중국 시장은 워낙 변수도 많고 예측하기 힘들기 때문. 무엇보다 이번 장비 입찰에서도 확인한 사실이지만 중국측은 덤핑이라 할 정도로 장비값을 후려친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입찰에서 떨어진 LG전자는 “수익 위주의 내실 경영을 펼치는 상황에 지나친 저가 입찰을 피했기 때문”이라고 말할 정도다.

이에 대해 삼성전자 관계자는 “중국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한다는 마케팅 전략 차원으로 봐야지 덤핑 운운하는 것은 난센스”라 말했다. 중국 사정에 정통한 업계 관계자도 “입찰에서 떨어진 LG전자 쪽에서 덤핑 운운하지만 입찰 전략을 잘못 짜 낙찰받지 못한 LG전자 쪽 책임 회피성 주장에 지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중국 CDMA 사업 본격화로 국내 중소 통신 업체들은 중국 시장 진출을 서두른다. 그러나 “중국이 늘 불확실성을 가진 나라라는 점에 유념해야 한다”(한국개발연구원 박정동 박사)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 가입을 앞둔 지금은 많이 나아지긴 했지만 얼마 전까지만 해도 대중국 수출물품을 선적했는데, 갑자기 취소 통보를 하는 경우가 적지 않았다는 것. 물건을 보낸 후 돈을 받기 전까지는 마음 놓을 수 없는 게 중국이라는 얘기다.

최근 중국의 IT산업을 시찰하고 온 대외경제정책연구원 김종근 박사도 “중국 통신시장은 관련 법규가 전혀 없기 때문에 시장 자체가 불안하다”고 지적했다. 양해각서를 휴짓조각처럼 인식하는 중국 통신업계의 둘쭉날쭉한 계약방식에 당하지 않으려면 사전에 계약서를 영문과 중문으로 작성하고 내용도 꼼꼼하게 챙길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주간동아 2001.06.07 287호 (p30~32)

< 윤영호 기자yyoungho@donga.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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